이성호기자 | 2020.10.27 09:40:03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실업률 증가, 경제 활동 위축 등으로 내수시장도 암흑기다. 이런 와중에도 언택트(비대면) 업종은 기지개를 펴는 등 산업 전반이 재편되고 있다. 이에 CNB가 주요기업들의 ‘3분기 성적표’를 토대로 앞날을 내다봤다. 첫 편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택배업계다. <편집자주>
비대면 거래 증가로 실적 올랐지만
잇단 과로사에 발목 잡혀 비난 직면
각종 대책 결국 비용증가로 이어질듯
회사도 살고 노동자도 사는 길 없나
국내 택배시장에서 점유율 80%에 달하는 한진·CJ대한통운·롯데택배 등 이른 바 ‘빅3’의 올해 3분기 성적표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먼저 종합물류기업 한진의 2020년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5491억원, 영업이익은 276억원(7.4%↑)을 기록했다. 3분기까지 누계 영업이익은 819억원으로 전년 동기 660억원 대비 24.1% 수직 상승했다. 매출액 역시 전년 동기 대비 6.1% 늘어난 1조6178억원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지난 2017년부터 지속적인 흑자로, 올해 3분기 영업이익률이 5.06%를 달성하며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은 올해 상반기 누계실적이 매출액 5조1653억원(전년 동기 대비 4.0%↑), 영업이익은 1420억4800만원(21.3%↑)이었는데 3분기에도 호조세가 예상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CJ대한통운의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한 2조7433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5% 상향한 945억원을, 대신증권도 매출액 2조8112억원(7.2%↑), 영업이익 993억원(11.9%)을 기록할 것으로 바라봤다.
롯데택배(롯데글로벌로지스)도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 2019년 상반기에는 매출액 1조2743억원, 영업이익 123억원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누적 매출액 1조3867억원, 영업이익 16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롯데택배 측은 CNB에 3분기 경영실적은 11월 중순경 집계돼 공시될 예정으로 꾸준하게 성장 탄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빅3’의 고공성장은 날로 늘어나는 물동량과 밀접하게 비례하고 있어, 4분기 전망도 나쁘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언택트(비대면) 소비 확산에 따른 택배물량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글로벌·육운·하역 부문 사업 등을 제치고 성장을 견인, 양호한 실적이 예고되고 있는 것.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총 택배물량은 27억9000만개로 2018년 대비 9.7% 늘었고 코로나19가 발병한 올해에는 상반기에 16억800만 박스를 넘어선 상태다.
국민 1인당 택배 이용횟수는 2019년 기준 연 53.8회, 국내 경제활동인구(만 15세 이상의 인구 중, 취업자와 실업자를 포함해 노동능력과 노동의사를 가지고 있는 모든 인구) 1인당 99.3회다.
2018년에 비해 각각 4.7회, 7.1회 이용횟수가 증가했는데 최근에는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필수적인 생활서비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27.5% 증가한 14조3833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온라인·모바일 쇼핑 시장이 확장됨에 따라 택배산업 역시 동반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로 향후에도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승승장구 속 ‘과로사’ 그늘
하지만 과중한 업무로 인한 택배노동자들의 잇단 사망 사고는 어두운 그림자다. 죽음에까지 이르는 과도한 노동과 이에 따른 대책 비용은 지금의 호실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택배물량이 급격히 증가,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장시간 일을 하는 구조로 이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이를 해소하려면 인력충원, 환경개선 등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및 택배연대노조 등에 따르면 올해에만 13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다.
택배노동자들은 주 평균 71시간이 넘는 노동시간을 감내하며 일하고 있는데, 이 같은 장시간 고된 노동의 핵심적인 원인은 다름 아닌 분류작업에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하루 노동에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분류작업에 할애하고 있기에 택배회사들을 향해 무엇보다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해선 분류인력 즉시 투입이 대안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에 CJ대한통운은 지난 22일 택배기사 및 택배종사자 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택배기사들의 인수업무를 돕는 분류지원인력 4000명(이미 일하고 있는 1000여명 포함)을 내달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키로 했다. 현재 택배현장에는 자동분류설비인 휠소터(Wheel Sorter)가 구축돼 있는 바 분류지원인력을 추가로 투입하면 택배기사들의 작업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매년 500억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며 인력 채용 등 구체적인 내용은 집배점과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지원인력 투입으로 분류업무를 하지 않게 된 택배기사들은 오전 업무개시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시간선택 근무제도’를 활용할 수 있어 전체 근무 시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말까지 전체 집배점을 대상으로 산재보험 가입 여부 실태조사를 진행, 내년 상반기 안에 모든 택배기사가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부회장은 “최근 택배 업무로 고생하다 돌아가신 택배기사님들의 명복을 빌며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CJ대한통운 경영진 모두는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재발방지 대책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진은 최근 한진택배 대리점 소속 택배노동자의 사망과 관련해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물량제한, 터미널 근무환경 개선 등 근로조건 개선에 최우선 역점을 두고 적극적으로 실행하겠다며 사과문을 내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26일 택배기사 과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심야배송 중단 ▲분류지원인력 1천명 투입 ▲터미널 자동화 투자 확대 ▲택배기사 건강보호 조치 마련 등이다.
특히 택배기사의 업무를 줄여줄 수 있는 분류지원인력은 전국의 사업장 및 대리점 환경에 맞게 11월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키로 했는데 투입인원은 약 1000명 규모로 이에 따른 비용은 회사가 부담한다. 이를 통해 앞으로 택배기사의 분류작업 부담을 경감해 배송에 전념하도록 지원체계를 갖춰나간다는 복안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택배기사 보호를 위한 대책을 26일 내놨다.
분류지원인력 1000명을 집배센터별 작업특성 및 상황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투입해 나가고 전문 컨설팅 기관과 택배대리점 협의를 통해 택배기사가 하루에 배송할 수 있는 적정량을 산출해 적용하는 물량 조절제를 시행, 업무 부담 및 피로도를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비용증가, 실적에 영향
그동안 택배회사 측에서는 분류라고 하지만 실제적으로 배달할 물량을 본인의 택배차에 싣는 인수작업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컸다.
분류작업이 실제 배송료에 포함돼 있고 상품을 인계하는 과정이라는 사측과 노조 측 의견이 대치되고 있었고, 무엇보다 택배로 인한 영업이익률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인건비 등 부담이 만만치 않아 업체들은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에 이어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까지 분류작업에 인력을 단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혀 추이가 주목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분류작업에 인력을 투입하는 것이 손쉽게 실행할 수 있는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배기사 업무강도를 완화시키는 차원에서 필요한 조처”라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쇼핑이 증가세에 있어 앞으로도 택배물량은 감소하지 않을 것으로 회사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부문”이라고 덧붙였다.
택배노동자들의 과로를 막고, 죽음의 행렬을 멈춰야 한다는 절박한 목소리가 점점 크게 울리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대책이 어떻게 실행되느냐에 따라 향후 실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