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지만 그래도 가을은 무르익고 있다. ‘집콕’이 대세가 된 요즘, 문학은 메마른 삶에 위로가 된다. 이에 CNB가 ‘문학’을 ‘경영’에 담고 있는 기업들을 만나고 있다. 이번 편은 신인작가들의 화수분이 되고 있는 동서식품이다. (CNB=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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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여성 작가에게 ‘꿈·희망’ 싹틔워
2년마다 등단 기회…상금·멘토링 지원
순수문학 후원해 예술 분야 토대 마련
“동서문학상은 순수문학을 지원하는 행사입니다. 그동안 문학에 대한 꿈을 꿔온 여성 작가들을 발굴했어요. 이를 통해 우리 문학이 보다 풍성해지길 바랍니다.” (동서문학상 관계자)
가을은 동서문학상의 시간이다. 문인을 꿈꾸는 초보 여성 작가들의 마음이 콩닥콩닥 뛰고 있을 시기다.
동서식품 주관의 동서문학상은 2년마다 한 번씩 열린다. 창립 21주년이 되던 1989년에 시작했으니 올해가 15회째다. 처음 이름은 ‘동서커피문학상’이었다. ‘생활 속에 향기를 더한다’는 기업 슬로건을 살리자는 취지였다. 2012년에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으로 이름을 바꿨다.
소설과 시, 수필, 아동문학 4개 장르로 나뉘어 있다. 우리나라 여성이라면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올해에는 지난 5일 접수를 마감했다. 1만8600여편이 모였다.
대상과 금상을 받은 작품은 ‘월간문학’에 발표된다. 상금도 적지 않다. 총7900만원. 많은 작가들을 배출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문인협회의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나라 여성 문인들을 위한 등단 통로로 인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4회 대회에서는 이은정 씨가 ‘개들이 짓는 동안’이라는 단편소설로 대상을 받았다. 시에서는 원기자 씨의 ‘점자 익히기’, 수필에서는 고옥란 씨의 ‘저기 자궁들이 있다’, 아동문학에서는 오성순 씨의 ‘외할머니 냉장고’가 상을 받았다.
문학계 관계자는 CNB에 “동서문학상 수상 작품들은 우리나라 리얼리즘 순수문학의 전통을 잘 계승하고 있다”며 “특히 여성들의 삶과 아이에 대한 사랑, 커피를 통한 일상의 여유 등을 표현한 좋은 작품들이 많다”고 말했다.
여성에게 문학의 꿈을
동서문학상에는 독특한 프로그램들이 있다.
‘멘토링 클래스’는 그중에 하나이다. 이는 크게 유튜브 동영상 강의, 홈페이지를 통한 게시판 상담, 팟캐스트 라디오로 이뤄진다.
유튜브 강의에는 김홍신, 은희경 소설가, 이성복 시인, 황선미 동화작가가 나섰다. 4명의 문인들이 여성 사회자와 문학에 대해 대담을 나누는 방식이다. 4명의 소설가와 시인 모두 우리 문단에서 큰 획을 그은 사람들이다. 이들이 후배 문인들을 위해 글 쓰는 방법, 어려움을 극복하는 길 등에 대한 지혜를 나눠주었다.
게시판 상담도 독특하다. 지난 7월 20일부터 8월 16일까지 진행했다. 총 4주차로 구성되어 있다. 시, 소설, 수필, 아동문학 분야로 나뉘어 있다. 이번 문학상에 참가하고 싶은 사람들이 온라인 게시판에 질문을 한다. 그러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답변을 하는 방식이다.
팟캐스트 라디오도 재미있다. 일주일에 한 번 멘토가 후배들을 위해 라디오로 멘토링을 해준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 중 일부를 소개하기도 한다.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움직이는 자동차나 지하철에서도 이 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다.
동서문학회도 눈에 띈다. 이는 수상자들끼리 만나는 모임이다. 현재 회원은 약 120명 정도다. 자발적으로 모여서 더 나은 문학을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1995년 ‘블루에세이’라는 이름으로 만남을 시작했다. 이후 ‘블루엣 사람들’ ‘동서커피문학인회’ ‘맥심문학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현재 이름은 ‘동서문학회’이다. 동인지도 만들고, 좋은 문인을 초청해 특강도 한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함께 여행도 떠났다.
꿈의 도서관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미래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관이다. 초등학교 도서관에 책을 구입해 기증한다. 아이들이 편안하게 독서를 할 수 있도록 시설 등 환경을 개선하는 일도 하고 있다.
문학계 관계자는 CNB에 “동서식품은 단순하게 시와 소설에 상을 주고 끝나지 않는다”며 “작가의 꿈을 꾸는 여성들을 체계적으로 도와주고, 이후에도 만남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학의 향기, 기업의 향기
이처럼 동서식품이 문학인을 지원하는 이유는 순수문학을 키우기 위해서다.
소설과 시는 문화콘텐츠의 토대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인 소설은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가 될 수 있고, 시는 노래 가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따라서 이를 육성하지 않으면, 문화콘텐츠의 미래를 말하기 힘들다.
기업 이미지 향상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동서식품은 커피와 차, 과자 등을 판매한다. 커피류는 ‘맥심’ ‘맥스웰 하우스’ ‘카누’ ‘T.O.P’ 등이 있다. 차로는 ‘현미녹차’, 과자는 ‘오레오’ 등이 있다. 모두 ‘향기’와 연관이 있다. 문학 또한 마음의 향기를 담는 작업이다. 그래서 동서의 기업이미지와 묘하게 오버랩된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CNB에 “동서문학상, 동서커피클래식 등 예술 분야를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며 “국내 문화계의 토양이 비옥해지는 데 기여하자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