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좋아할지 몰라 일단 다 준비했다. 자기 취향을 자기도 모르는 것 같아 알아서 마련했다. 하나에 만족 못하는 당신, 결정장애 있는 그대를 위해 태어난 나의 이름은 ‘구독’. 별칭은 ‘아무거나’ 되시겠다. 당신의 기호를 가져다주기도 하고 준비해놓고 기다리기도 한다. 구독은 잡지나 신문에만 해당되는 거 아니냐고? 천만의 말씀! 운동, 먹거리 등 무한한 세계로 안내한다. 일단 복싱·요가·웨이트부터. (이후 분야별로 연재됩니다)
코로나로 야외활동 어려운 때
‘랜선 코치’ 따라 홈트 해보니
AI가 자세 지적해 효과 높아
구독의 장점? 일단 하게 돼
운동하기 쉽지 않은 요즘이다. 맨몸을 이용하는 유산소도 그렇고, 기구가 필수인 무산소도 마찬가지다. 공원에 나가서 마스크 쓰고 뛰는 건 고역이다. ‘중량 치러’ 가자니 헬스장이 언제 막히고 또 열릴지 모른다. 달리 방도가 없다. 지금 있는 곳에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자신에게 있다. 의지다. 나를 단속하는 게 가장 어렵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라 막막하다. 그래서 도움을 받아봤다. 랜선 트레이너로부터. 다달이 ‘수강료’만 내면 전신을 다듬어줄 여러 프로그램을 들고 찾아오는 선생님이 있다. LG유플러스와 카카오VX가 공동 서비스하는 이 클래스의 이름은 ‘스마트홈트’. 언제든 소환하면 나타나는 코치와 함께 5일 동안 재택근무하듯이 재택운동을 해봤다.
#1일차 효리를 꿈꿨는데 ‘허리’만 지끈
애플리케이션 설치 후 신체정보와 문진 정보를 입력했다. 신장, 체중, 성별, 출생연도, 운동 목적, 체형, 집중관리부위, 평소 활동량을 상세하고 솔직하게 적어 제출했다. 구독 결제까지 마치자 휴대전화에 ‘체육관’이 나타났다. 온몸을 괴롭혀줄 식단으로 차려진 ‘운동 맛집’이 기다리고 있었다.
본 운동에 앞서 스마트폰과 TV를 연결했다. 큰 화면으로 보기 위한 조치다. 몇몇 프로그램에는 ‘AI(인공지능) 코칭’이란 서비스가 있다. 나의 움직임을 감지해 동작의 정확성을 파악, 실시간으로 일치도를 보여주는 기능이다. 한 화면에 강사와 내가 동시에 잡히기 때문에 제대로 따라하려면 스마트폰 화면보단 TV가 유리하다.
유산소·요가·필라테스·댄스·웨이트…
프로그램만 40여개. 짐짓 놀랄 만큼 많지만 여러 항목을 훑어보고 “옳거니”하며 하나를 선택했다. 방송에서 이효리 씨가 요가하는 모습을 보고 두 가지를 생각했었다. “멋있어!” 그리고 “해볼 만하겠는걸?”이다. 멋있다고만 여겼어야 했다. 보는 것과 하는 것은 천양지차였다.
바닥에 매트를 깔고 요가 입문과정을 선택했다. 강사와 초심자인 내가 화면에 나란히 잡혔다. 강사는 ‘견상자세’를 하자며 시범을 보였다. 손바닥과 발바닥을 붙이고 엉덩이를 들어 올리는 동작이다. 손을 땅에 짚고 발끝으로 바닥을 밀며 꼬리뼈가 솟구치게 만들면 된다. 설명은 쉽다.
화면을 힐끔힐끔 안 봤으면 몰랐을 것이다. 요가가 아니라 원산폭격이다. 얼차려를 받는 괴한이 강사 옆에 있었다. 실시간으로 표시되는 동작 일치도는 60% 내외를 오갔다. 몸이 ‘ㅅ’(시옷)자가 되어야 하는데 앞으로 고꾸라진 ‘ㄹ’(리을) 꼴이었다. 허리를 펼수록 거세게 지끈거렸다. AI코치는 계속해서 야멸차게 지적했다. “오른팔이 정확하지 않아요! 잘 보고 따라하세요!” 더듬더듬 리모컨을 잡고 볼륨을 줄였다.
혼쭐만 난 것은 아니었다. ‘아기자세’에선 칭찬을 받았다. “완벽해요”라고 했다. 그냥 앞으로 누웠을 뿐이다. 편하게 가부좌 상태로 숨만 쉬었는데(깊은 우짜이 호흡), 시키는 대로 일어서서 넋 놓고 있었는데(선 자세) “대단해요!” “와우! 그레이트!”란 칭찬 폭격이 쏟아졌다. 이 세 동작의 평균 정확도는 94%였다. 나마스테~
초급자 딱지를 뗐다고 으스대며 중급에 덤볐다. ‘고양이 자세’를 알려준다 했다. 요가 문외한도 자주 들어본 이름이었다. 유명해서 쉬운 줄 알았다. 웬걸. 양손을 앞쪽으로 뻗고 겨드랑이를 바닥으로 눌러준 뒤 호흡하라고 했는데 힘든지도 몰랐다. 아예 동작이 안 되니까 평가조차 못했다. 홈트 첫날은 요가 입문과정으로 복습하러 가며 마무리 지었다.
#2일차 허공에 날리는 원투! ‘복싱홈트’
공이 울린다. 거실이 사각 링이다.
반으로 나뉜 화면에 복서와 팔랑개비가 몸부림친다. ‘복싱홈트’는 자괴감과도 맞서 싸워야 한다. 어제처럼 강사와 나란히 섰다. 잽을 따라 날리라고 해서 날렸다. 비교된다. 웬 팔랑개비가 트로트 가수처럼 무대 아래로 그윽하게 마이크를 넘기고 있었다. 하지만 수치심은 짧고 건강은 길다. 운동은 계속되어야 한다.
데미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턱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턱을 풀고 있으면 KO 당하기 십상이라고 했다. 이 자세에서 연이어 잽을 날렸다. 마음은 파퀴아오인데 승모근은 경직되고 어깨는 점점 무거워져 말로만 “잽 잽 잽”을 외쳤다. 스탭만 얄궂게 밟고 있는데 신호가 들렸다. 1라운드가 끝났다.
2라운드는 스트레이트다. 손목이 돌아가지 않은 상태로 내질러야 한다. 주먹이 나갈 때 호흡을 내쉬고 거둬들일 때 삼킨다. 30초 하고 15초 휴식. 라운드 내내 반복됐다.
심화편에 들어갔다. 잽과 스트레이트를 연속해서 내는 원투다. 왼손을 앞으로 뻗어내고 몸을 안쪽으로 돌리며 오른손을 낸다. 반복 또 반복. 코치는 지치지도 않고 외쳤다. “턱! 턱! 턱!” 복싱은 주먹의 세계가 아니라 턱의 세계인 모양이다.
#3∼4일차 웨이트는 상하체 분할로, 운동 전 스트레칭은 꼼꼼히
매운 음식이 당기는 그런 날과 같았다. 자극적인 게 필요했다. 그래서 골랐다. 웨이트다. 헬스마니아들은 말한다. 근성장엔 분할이 특효약이라고. 3일차 첫 번째 수업은 상체로 잡았다.
여러 방송에 출연해 ‘호랑이 관장님’으로 유명해진 양치승 씨가 트레이너로 나섰다. 화면은 그를 전면과 측면 등 4분할로 비췄다. 멀티뷰 기능이다. 여러 동작을 여러 각도에서 자세히 보고 정확하게 따라 하라는 뜻이다.
코치는 본격적인 운동에 앞서 몸풀기가 필수라 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하면 근육이나 관절이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면 근육의 가동범위가 늘어나 운동 수행능력도 높아진다는 조언도 더했다.
이날은 가슴을 집중적으로 파기로 했다. 마침 있던 아령을 들었다. ‘덤벨 크로스 오버’ 20회씩 5세트다. 덤벨을 들고 손등이 천장을 보게 만든 뒤 아래서 위로 올리는 것이 첫 번째 포인트다. 팔꿈치를 살짝 구부리려야 가슴근육이 더욱 잘 모인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 자세가 가장 중요한데, 무리해서 무거운 덤벨을 들면 몸이 앞으로 쏠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아령을 내려놓고 맨몸운동으로 전환했다. 푸쉬업이다. 20회를 1세트로, 5세트를 진행했다. 땅만 보고 반복 동작을 하는 외로운 운동인데, 누군가 함께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외의 위안을 얻었다. 호랑이 트레이너가 숫자를 외쳐주며 화면에서 같이 반복 노동을 하고 있던 것이다. 한 세트가 끝나자 이런 자막이 나왔다. “땀은 지방이 흘리는 눈물이다” 가슴으로 울며 3일차를 끝냈다.
다리만 내 것인 채 4일차를 맞았다. 상체가 말을 안 듣는다. 쑤시고 떨린다. 가슴에 담도 왔다. 관절은 본분을 잊었다.
하지만 아직 팔팔한 다리가 남았다. 하체의 운동의 꽃, 스쿼트. 그중에서도 별다른 기구가 필요 없는 에어 스쿼트가 오늘의 정복 대상이다. 내 몸이 기구다. 어깨너비만큼 다리를 벌리고 앉았다 일어나면 되니 간단하다. 주의할 점은 허리가 불편한 경우 무릎 아래까지 앉지 않고 적당한 높이까지만 내려갔다 올라오는 것이다. 물론 가능하다면야 쑥 내려갔다 올라오는 것이 좋다. 운동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이날 목표 회수는 100회. 20회를 하고 20초 휴식. 이렇게 5세트를 했다. 일정 개수가 넘어가자 양 트레이너가 말했다. “숨이 차기 시작합니다” 스쿼트는 전문가도 힘들다. 나만 힘든 거 아니다.
#5일차 다시는 아이돌을 무시하지 마라
“신나게 춤춰볼까요~! 삶은 살이 쪘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로 나뉜다는 사실 잊지 마시고요~ 힘들어도 멈추지 마라~”
무대를 끝낸 아이돌이 클로즈업된 화면에서 왜 그렇게 숨을 거칠게 쉬는지 몰랐다. 퍼포먼스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강사를 따라 잔망스럽게 춤췄을 뿐인데 인상이 절로 써졌다. 힘든 와중에도 엔딩포즈에서 웃는 아이돌이 존경스러웠다.
7가지 동작을 따라 했다. 웜업부터 만만치 않았다. 무릎 높이 들어올리기다. 제자리에서 달리는 동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금방 몸이 따뜻해졌다. 강사가 외쳤다. “이제 첫 번째니까 지치지 마세요!”
제자리 댄스는 계속됐다. 40초 동안 머리 뒤로 손깍지를 하고 무릎이 팔꿈치에 닿을 때까지 번갈아 차는 ‘트위스트 니 콤보’, 같은 쪽 손과 발을 뒤로 뺏다 앞으로 내미는 ‘보우 엔 애로우’로 몸을 완전히 풀었다.
절정은 그다음. 에어로빅하면 떠오르는 그 동작이 이어졌다. 펌프란다. 양손바닥을 정면으로 향하게 한 뒤 내민다. 스탭을 좌로 두 번 우로 두 번 밟으며 골반을 앞뒤로 튕긴다. 방송에서 어머님들이 에어로빅하는 모습으로 자주 활용하는 자료화면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기능 전부 활용하면 효과↑…되감기 안 되는 건 아쉬워
운동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이 앱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전부 활용하는 편이 좋다.
따라서 ‘플랜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며칠, 몇 시에 어떤 운동을 하겠다는 계획표를 작성하면 알람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이행 가능성이 높아진다. 보다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선 오늘 먹은 식단을 기입하고 칼로리를 따지며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아쉬운 점도 있다. 수업 중간에 잠깐 집중력을 잃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되감기나 구간 건너뛰기가 없다. 설명을 다시 듣고 싶거나 중요한 장면을 놓치면 나갔다가 처음부터 재생해야 한다. 처음부터 원하는 부분까지 기다려야 볼 수 있다.
촬영만 하면 칼로리를 계산해주는 기능은 신기하고 유용하다. 조리된 음식을 찍기만 하면 메뉴이름과 함께 1인분치 칼로리를 환산해 알려준다. ‘닭볶음탕, 332Kcal’라는 식. 그러나 포장된 제품은 오차범위가 컸다. 초코바를 처음 찍었더니 0킬로칼로리가 떴다. 다음은 75. 재차 찍어도 널뛰기가 심했다. 성분 표시란을 봤더니 200킬로칼로리 이상이었다.
어쨌든 5일 동안 빠지지 않고 운동한 것은 구독 덕분이다. 구독료 지불이 곧 나와의 약속이다. 아까워서라도 하게 된다.
이런 ‘성실한 이용자’들은 생각보다 많다. 카카오VX와 ‘스마트홈트’를 공동 서비스하는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6월 구독형으로 전환한 이후 이용자가 크게 늘었는데, 7월 말 기준 3번 이상 방문한 ‘충성고객’이 전달 대비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에는 자사 가입자에게만 무료로 제공하던 서비스였는데, 당시 타사 가입자에게도 개방하면서 유료(구독형)로 바꿨다.
손민선 LG유플러스 클라우드담당 상무는 “고객들이 꾸준한 관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스마트홈트의 서비스와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데이터베이스를 확충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