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와 GS리테일, 하나로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에 입점했다. 자사 온라인몰을 키우기보다 네이버에 수수료를 내면서 온라인 고객 유입으로 인한 매출 증가, 인지도 상승 등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 유통산업의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이 나오기도 하지만 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CNB=김수찬 기자)
대형마트 품은 네이버, ‘유통공룡’ 변신
신선식품·당일배송 앞세워 시장 공략
쿠팡의 ‘로켓프레시 배송’ 장벽 넘을까
장면1 쿠팡 턱밑까지…덩치 키운 ‘네이버 장보기’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는 신선·가공식품과 생필품 등을 한데 모아 판매하는 사업이다. 네이버 이용자는 입점한 유통 업체에 별도로 회원 가입할 필요 없이 상품 주문이 가능하다. 각 업체의 가장 가까운 점포에서 당일배송을 해주며, 원하는 시간을 지정해 상품을 배송받을 수 있는 ‘배송시간 선택’ 서비스도 제공한다.
홈플러스는 2만3000여 종의 상품을 당일 배송해줄 계획이며, GS프레시몰도 1만5000여 종 상품을 당일 또는 새벽 배송한다. 현대백화점 역시 식품관에 있는 건강기능식품 등 일부 제품을 판매한다.
각 업체는 온라인 매출의 비율에 따라 네이버 측에 수수료를 지급한다. 정확한 수수료율은 비공개다.
혜택도 다양하다. 네이버 이용자는 네이버페이 기본적립 1%에 장보기 추가적립 2%, 멤버십 추가적립 4%까지 총 7%를 포인트로 돌려받을 수 있다. 전월 누적구매 실적이 일정 금액 이상이면 매월 할인 쿠폰 2장을 받을 수 있으며, ‘장보기 출석’과 ‘응원 메시지’ 이벤트 참여 시 10% 할인 쿠폰과 네이버페이 포인트 3만원을 제공한다.
네이버 장보기가 전체 유통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 리서치업체 ‘오픈서베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네이버쇼핑 모바일앱 이용률은 52.6%로, 1위인 쿠팡(54.7%)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장면2 新돌파구…유통공룡들 속속 입점
이처럼 네이버 쇼핑 시장이 커지면서 장보기 서비스 입점 업체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달 20일에는 국내 대형마트 홈플러스와 농협 하나로마트, 편의점 GS리테일 등이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에 입점했다. 현대백화점 식품관의 일부 품목과 서울시 재래시장 4곳(화곡본동시장, 수유재래시장, 암사종합시장, 대림중앙시장)도 최근 합세했다.
신규입점 업체들은 기대감에 차 있다. 거대 플랫폼인 네이버를 활용해 고객 유입 통로를 넓히고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홈플러스는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를 통해 첫해에만 연간 160만 명의 온라인 고객을 모으고, 온라인 매출의 10% 정도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CNB에 “고객 접점을 늘려 자체 온라인몰 유입 효과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까지 전국 전 점포에 온라인 물류센터 기능을 추가하고 콜드체인 배송차량도 기존 1000여 대에서 3000대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GS리테일 역시 매출 증가와 브랜드 이미지가 제고될 것이라 전망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CNB에 “GS프레시몰 회원이 아니어도 네이버 아이디를 가진 고객들이 주문할 수 있어 고객 저변 확대가 가능하며, 네이버 상품 검색 시 노출 효과로 매출 증대 및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면3 기존 강자들 반응 엇갈려
이를 바라보는 경쟁 유통사들의 반응은 어떨까. 이들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규 입점 업체들을 경계하면서 배달 서비스를 강화한 기업도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이는 기업도 있다.
경계 심리는 네이버 진입 유통사가 얻게 될 이점이 크다는 점에 기인한다. 마케팅 효과와 높은 모객력, 네이버페이 등이 그 예다.
업계 관계자는 “거대 포털인 네이버의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마케팅 효과와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간편 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의 파급력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에 수요 활성화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평했다. 또 “신선식품의 온라인 쇼핑 수요가 증가하면서 사업 다각화에 따른 매출 신장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경쟁사가 늘자, 기존 유통업체들은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통합 이커머스 롯데온은 ‘즉시 배달 서비스’를 강화했다. ‘한시간배송 잠실’ 서비스 상품을 롯데마트와 롭스 상품을 포함해 생필품 600여개로 대폭 확대한 것이다. 롯데온은 거점센터가 위치한 서울 잠실을 기반으로 서울 주요 지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음식과 식재료 배달을 넘어 ‘심부름’까지 대신해주는 서비스를 내놨다. 갤러리아 명품관 식품관인 고메이494는 심부름 앱 ‘김집사’를 운영하는 ‘달리자’와 협업해 실시간 배달 서비스인 ‘김집사블랙’을 선보인다. 갤러리아 명품관 주변 1.5km 내 아파트에 거주하는 고객이며, 오전 10시 30분부터 평일 기준 저녁 8시까지 모바일 앱을 통해 주문하면 1시간 내에 배달을 완료한다.
반면 신규업체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미 신선식품 시장에 안착한 쿠팡이나 신세계, 롯데의 선점 효과가 크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유통업체가 네이버에 종속되는 상황도 우려된다”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소비자 편의성이 떨어져 큰 반응을 끌어내지 못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네이버의 판매 중개 방식상 묶음 배송이 어렵고. 이에 따라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네이버는 플랫폼(중개자) 역할만 하고, 입점 업체들의 링크를 타고 들어가 쇼핑하는 것이다. 따라서 각각 맘에 드는 상품이 다른 샵에 있다면 별도 배송비를 3000원씩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쇼핑의 편의성 측면에서는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쿠팡과 신세계 이마트 등 기존 유통 강자들은 네이버 장보기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CNB에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 입점 계획은 없으며, 이에 대응할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 역시 없다”고 말을 아꼈다. 쿠팡 측도 “고객들이 아침, 저녁 먹거리로 이용하는 약 8500여 종의 다양한 신선식품을 전국으로 빠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며 ‘로켓 프레시’ 서비스에 집중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CNB=김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