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집과 일터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 초기엔 정돈된 매뉴얼이 없어 허둥대기도 했다. 하지만 달라졌다. 산재된 이들을 하나로 묶는 효율적 업무 체계가 시행착오를 거치며 탄탄해졌고, 여기에 맞춰 구성원들이 적응하면서 재택근무가 일상이 됐다. 출근의 중요성이 옅어진 시대. CNB가 ‘집콕&잡’의 면면을 업종별로 살펴봤다. 1편은 이동통신업계다. <편집자주>
떨어져 있지만 첨단기술로 연결
‘디지털 툴’ 체계로 업무지장 無
어디든 ‘회의실·사무실’ 만들어
‘출근’과 ‘집으로’의 반복이다. 코로나 사태 발발 이후 이동통신사들은 상황의 경중에 따라 재택근무와 정상출근을 거듭했다. 나아지면 모이고 심해지면 흩어졌다. 지금은 ‘815 광화문집회’발 확진자가 터져 나오면서 집안에 사무실을 꾸린 상태. 바이러스가 득세하고 실세할 때마다 구성원들 간 물리적 거리는 좁혀지고 벌어졌다. 그럼에도 업무 진행은 흔들림 없이 제 속도를 유지했다. 비결이랄 게 있을까? 일처리의 정속주행 이면에는 연결이 주업인 이통사들의 속성이 있다. 사람들을 잇는 기술이다.
“대면 못해도 어려움 없다”
손안에 들어온 회의실이다. SK텔레콤이 재택근무에 활용하는 수단 중 하나인 ‘미더스(MeetUs)’는 최대 100명까지 영상통화가 가능한 서비스다. 모바일 화면에는 4명, PC와 태블릿에는 8명까지 표시할 수 있지만, 입만 열면 다른 참석자도 얼마든지 등장 가능하다. 음성을 감지해 발언자를 화면에 비춰주기 때문이다.
대면 회의 못지않다. 여러 기능이 이를 뒷받침한다. 원활한 소통을 돕는 ‘텍스트 채팅’, 참석자들과 자료를 함께 보는 ‘화면 공유’, 글 따위를 적는 ‘화이트 보드’ 등을 갖췄다. 발표자만 화면에 띄워 집중해서 볼 수도 있다. 가상의 회의실이지만 서비스 이름처럼 모인(Meet+Us) 것이다.
KT는 소통을 가치로 한 기능을 폭넓게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최대 8명까지 동시에 영상통화가 가능한 자사 애플리케이션 ‘나를(narle)’과 ‘KT 화상회의 2.0’ 시스템을 활용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CNB에 “화상회의의 경우 일선 영업조직 등에서 꾸준히 써왔기 때문에 직원들도 비교적 빠르게 적응해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LG유플러스는 어디서든 업무처리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었다. 클라우드 PC인 ‘U Cloud(유 클라우드)’를 도입해 언제 어디서나 회사 PC와 동일한 문서 작업이 가능하고, 저장해둔 자료와 팀 공유 문서 등을 모두 열람할 수 있게 했다. 회사와 밖 사이에 제한선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갑자기’ 아닌 ‘준비된’ 재택근무
단기간에 완성한 재택근무 여건은 아니다. 여러 시스템을 수정-보완-활용-적용해가는 과정에서 견고한 체계가 구축된 것이다.
SK텔레콤의 ‘미더스’는 이 회사 T 전화의 영상 통화 서비스 ‘콜라(Callar)’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올해 초부터 사내와 김포 신풍초등학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더스’의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고, 지난 6월 비대면으로 이뤄진 신입 공채 면접 때에도 이 서비스를 활용했다.
KT의 ‘화상회의’는 2009년 구축한 이후 2016년 고도화를 거쳤다. 진가를 발휘한 분야는 교육. KT가 지난 5월 전국 31개 지역아동센터의 긴급 돌봄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한 ‘비대면 ICT 체험 교육’에 활용돼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돕는 매개가 됐다.
연습은 급작스런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LG유플러스는 집에서 일하는 문화 정착을 위해 새로운 실험을 시작한 가운데 이번 사태를 맞았다. 지난달부터 통신사 중 처음으로 주 3일 재택근무에 들어간 것이다. 대상은 R&D(연구개발) 관련 부서에 근무하는 임직원 300여명. 다음달 30일까지 시범 운영하는 동안 임직원으로 부터 재택근무의 효과와 개선점 등의 의견을 듣고, 제도와 IT인프라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점진적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태훈 LG유플러스 인사팀장은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하는 방식의 혁신과 업무 효율성 향상을 위해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집-직장, 별다른 게 없다?
집과 직장에서의 일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관련 업계에서는 “달라진 것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SK텔레콤은 기존처럼 유연 근무제를 통해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고, LG유플러스는 기본적으로 ‘9 to 6’를 유지하면서 유연근무를 신청할 경우 업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게 했다. KT는 근무 시간 중 소속 부서와 상시적 연락체계를 유지하도록 권장하면서 필요한 경우 승인 절차를 거쳐 자택 이외의 장소에서 일하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
근무환경이 갑작스레 바뀌었음에도 적응이 순탄했던 이유는 통신업과도 관련이 있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CNB에 “일상의 영역과 일하는 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부침을 겪긴 했지만, 일하는 시스템으로 인한 불편함은 처음부터 없었다”며 “통신을 다루는 업의 특성상 어디서든 구성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재택근무가 길어지고 또한 굳어진다 해도 큰 불편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