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실업률 증가, 경제 활동 위축 등으로 내수시장도 암흑기다. 이런 와중에도 언택트(비대면) 업종은 조심스레 기지개를 펴고 있다. 이에 CNB가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성적표’를 토대로 앞날을 내다보고 있다. 두번째 편은 위기에 직면한 건설업계다. <편집자주>
건설업 ‘빅4’, 2분기 초라한 성적표
해외사업 부진에 규제↑…앞날 깜깜
믿을건 국내 뿐…개발사업 ‘총력전’
<관련기사>
1. [2분기 핫실적①] KB·신한·하나·우리금융 ‘희비쌍곡선’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사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2분기에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5대 대형 건설사 대부분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한 것.
국내 주택시장이 상대적으로 호황을 유지했지만, 해외 사업장의 경우 코로나19로 사업이 축소되거나 연기되는 등 직격타를 맞은 때문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대형 건설사 5개사 중 4개사의 2분기 실적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고, 1개사만 늘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었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은 대림산업 뿐이었다.
먼저,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2분기 매출은 2조8420억원, 영업이익은 1480억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8%, 6.3% 감소했다. 다만 1분기보다는 성장세를 보였는데, 플랜트 사업의 매출이 40% 늘어난 567억원을 기록한 덕분으로 분석됐다.
현대건설은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 현대건설의 2분기 매출액은 4조5442억원, 영업이익은 1539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9%, 37.2% 하락한 것이다. 현대건설 측은 영업이익 급락의 이유로 “코로나19 상황 장기화에 대비한 보수적 회계처리를 한 영향”을 들었다.
GS건설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줄었다. GS건설의 2분기 매출액은 2조54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줄었고, 영업이익은 1650억원으로 19.8%나 감소했다.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는 코로나19 여파로 이라크 카르발라 현장이 문을 닫으며 1200억원 상당의 추가 원가를 반영한 것이 지목됐다.
대우건설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1조9632억원, 812억원의 부진한 2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12.0%, 영업이익은 20.2%나 줄었다. 대우건설의 2분기 실적 부진은 코로나19로 인한 공기 지연으로 인도와 싱가포르 토목 현장, 쿠웨이트 플랜트 현장에서 약 47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 탓으로 분석됐다.
반면, 대림산업은 코로나19 위기에도 오히려 매출과 영업이익을 늘리는 이변을 보여줬다. 대림산업은 2분기에 매출 2조5477억원, 영업이익 310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기 3.2%, 4.2% 늘어난 실적을 보였다. 1분기에도 영업이익 22.7% 증가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바 있어 대림산업의 상반기 성적표는 5대 건설사 중 가장 양호하다.
수익 상승의 주된 요인은 고려개발, 카리플렉스 등 자회사의 편입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700억원, 250억원 개선된 것과 플랜트 매출이 3957억원으로 무려 160% 상승한 덕분으로 분석됐다.
신규수주 ‘희비’ 엇갈려
하반기 실적의 가늠자가 될 상반기 신규 수주 성과를 보면, 2분기의 승자 대림산업이 주춤하고, 반대로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이 선전할 조짐이 보인다.
먼저, 현대건설은 상반기에 건축·주택 부문에서 8조4961억원, 토목 부문에서 2조5074억원 등 합계 18조 5574억원의 가장 우수한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대표적인 수주 사업은 한남3구역 재개발, 부산 범천 1-1구역 재개발, 카타르 루사일 플라자 타워, 파나마 메트로 3호선 등으로, 이미 올해 수주 목표 25조1000억원의 약 73.9%를 달성한 상태다.
대우건설도 상반기에 6조4019억원의 수주 실적을 올리며 선전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이며, 연간 목표 대비 달성률은 50%다. 게다가 국내 수주 실적 비중이 높았던 작년 상반기와 달리 올해는 2조6888억원을 해외에서 확보해 수주의 질도 높다는 평이다. 연내에 나이지리아, 이라크, 인도네시아 등 해외사업 수주에 성공할 가능성도 높은 상태다.
반면, 삼성물산, GS건설, 대림산업은 아직 연간 목표의 50%를 달성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우선,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상반기 신규 수주는 5조3280억원으로, 연간 목표 11조1000억원의 절반에 조금 못미치는 48.0%다. 상반기에 반포주공1단지 3주구(8087억원)와 신반포15차(2400억원) 등 강남 재건축 알짜사업을 연거푸 따냈지만, 토목 수주가 2600억원 수준으로 부진한 상황이다.
GS건설도 상반기 신규 수주가 4조6860억원으로, 연간 목표 11조5000억원의 40.7% 수준이다. 전체 수주액의 80%가 넘는 3조9580억원이 국내 수주로, 해외 수주는 7280억원에 불과해 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것을 감안하면, 연간 목표 달성이 난항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수주액은 전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무려 17.9% 늘어난 실적이다.
대림산업의 상황은 가장 심각하다. 올 상반기 수주 실적이 3조2312억원으로 연간 목표 10조9000억원의 29.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림산업은 2분기에 주택부문에서 전년 같은 기간의 2배가 넘는 2조2317억원을 수주했지만, 토목 수주 소폭 증가, 플랜트 수주 대폭 감소 등이 맞물리며 수주잔고가 전년 동기 대비 3.5% 줄었다. 대림산업 측은 저가 수주를 지양하고, 수익성을 우선 고려하다보니 수주잔고를 늘리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CNB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해외공사 차질과 손실이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라며 “국내 주택시장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지만, 해외 건설시장의 악영향을 무시하기 어려우므로 주요 건설사의 실적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