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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재벌개혁’ 구호에만 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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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20.08.06 15:21:43

(사진=연합뉴스)

재계가 좌불안석이다. 정부가 기존 기득권을 포기하라고 한다. 문재인 정권의 공허한 외침(?)으로만 끝나나 싶던 재벌개혁·기업지배구조개선이 실제로 이뤄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서 거대여당이라는 버프를 받은 정부는 지난 20대 국회에서 유야무야된 공정거래법과 상법 개정을 재추진하고 있다.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공정거래위원회가 국회에 제출 예정인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서는 총수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몰아주고 편법 승계와 경제력 집중을 야기하는 이른바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했다.

또한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 행사를 원칙 금지하되, 상장 계열사에 한해 특수관계인 합산 15% 한도 내에서 의결권 행사를 허용키로 했다. 이는 공익법인이 상증세 면제 등 다양한 세제 혜택을 누리면서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나 사익편취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신규 지주회사(기존 지주회사의 신규편입 자·손자회사 포함)를 대상으로 자·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을 강화(상장 20%→30%, 비상장 40%→50%)했다.

법무부 역시 기업지배구조를 손 봐야 한다는 방침이다.

입법예고까지 마친 ‘상법 개정안’에서는 자회사의 이사가 임무해태 등으로 자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일정 수 이상의 모회사 주주도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다중대표소송제도를 도입했다.

법무부는 이 제도를 통해 자회사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등 대주주의 사익추구 행위 방지 등 모회사 소수주주의 경영감독권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를(1인 이상) 다른 이사들과 분리 선임토록 했다.

감사위원회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에서 의무적으로 구성해야 하는데, 현행 상법에서는 감사위원 선임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3%(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합산 3%)로 막아 놨다.

그러나 사실상 이러한 규정은 무용지물이다. 우회로가 있기 때문이다.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이사로 선임된 자 중에서 뽑도록 하는 일괄선출방식인데, 이사 선출 단계에서는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이 없어 3%룰을 적용받지 않는다.

즉, 경영진 등 대주주가 아닌 일반 주주가 추천한 이사는 애초에 이사선임 단계를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대주주의 의사에 부합하는 이사만 감사가 된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감사위원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는 것. 이에 법무부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통해 3%룰을 제대로 작동시키겠다는 요량이다.

여기에 더해 시민사회단체와 여권 일각에서는 이러한 개정안만으로는 큰 변화를 일으키기에는 부족하다며 추가·보완책을 부르짖고 있는 상태다.

반면, 경제계에서는 한목소리로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 등은 정부에 제출한 공동의견서를 통해 기업 옥죄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수직계열화한 계열사간 거래 위축,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 여력 감소는 물론 무엇보다 외국계 헤지펀드로 대표되는 투기자본 등에 의한 기업경영 간섭수단으로 악용·남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이에 재계는 불안하다. 돌아가는 판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은 공정거래법·상법 개정안 내용을 공약으로 내건 상태다. 현재 입법 강행모드인 여당이 정부 정책에 든든한 아군으로 지난 20대 국회와 판이하게 다르게 이번 21대 국회에선 결실을 맺을 공산이 매우 크다.

그렇다면 과연 정부발 개혁이 기업을 옭아매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저해하는 악법이 될 것인지는 따져 볼 일이다. 현 재벌체제가 아무런 문제가 없고 부작용이 없음을 호소한다면 재계의 바람은 먹힐 것이다.

그러나 편법·불법적 수단을 동원한 3·4세로의 경영권 승계, 총수일가 전횡 등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매우 부족해 보인다. 썩은 가지가 분화돼 뻗어나가고 전체를 병들게 만드는데, 이를 잘라내지 않고 내버려 둘 순 없는 일이다.

그간 위세가 대단해 손대지 못했지만 이제 겨우 메스를 들려는 상황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다보니 거대한 성역이 돼버렸다. 사익추구에서 공정으로 돌아서는 전환점이다. 재벌총수 일가의 편법적인 지배력 강화를 방지하고 투명한 지배구조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경제계 목을 죄는 게 아니다. 폐해를 바로 잡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혁을 거부하려면 명분을 제시해야 한다. 온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말이다. 그동안 구호에만 그친 재벌개혁. 거두절미하고 이번에는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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