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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친환경(下)] 현대차·아모레·LG… ‘플라스틱 재순환’ 나선 기업들

줄여 쓰고 다시 쓰고…변신의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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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20.07.28 09:48:19

한화갤러리아 봉사단이 충남 태안 학암포를 찾아 바다에서 떠내려온 폐플라스틱, 부표, 생활 쓰레기 등을 수거하고 있다. (사진=한화갤러리아)

정부가 ‘감염 안전’을 이유로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완화하는 등 코로나19로 멎는 듯했던 ‘친환경’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발원지는 주로 소비재를 다루는 기업들. 식음료업체들은 투명 페트병 재활용을 위해 라벨을 교체했고, 화장품 회사는 수거한 공병으로 공공장소에 설치할 의자를 제작하고 있다. 제품에 들어가는 포장재를 획기적으로 줄이려는 시도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에 CNB는 재차 불어 닥친 ‘녹색 열풍’을 2회에 걸쳐 보도하고 있다.
전편에서 ‘페트병의 변신’을 다룬데 이어, 이번 주제는 줄이고, 다시 쓰고, 그리고 깔끔하게 버리면 되는 플라스틱 이야기다. (CNB=선명규 기자)

플라스틱의 잠재력은 무궁무진
예술작품·공공장소 의자로 변신
일부기업 ‘쉬운 분리배출’ 솔선



[관련기사]
(上) 라벨 사라지고, 가방으로…골칫덩이 페트병의 변신


플라스틱의 어원은 ‘빚어서 만든다’는 뜻인 라틴어 ‘plasticus’에서 유래했다. 얼마든지 자유롭게 변주 가능한 소재라는 의미다. 이름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플라스틱은 과연 어디까지 변할 수 있을까?

잠재력 많은 ‘유용지물(有用之物)’

내용물은 밑천을 드러냈는데 외형은 굳건하다. 수명 끝난 줄 알았던 화장품 용기가 엉덩이를 가뿐히 받치는 것도 모자라, 인테리어 역할도 톡톡히 한다. 애초 목적은 단지 보관이었는데, 역할이 끝나자 또 다른 쓸모인 의자로 재탄생했다. 그냥 버려질 뻔한 녀석의 ‘인생2막’이 시작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이 글로벌 친환경 기업 테라사이클과 제작한 이 ‘업사이클링 벤치’에는 플라스틱 화장품 공병 1400여개가 쓰였다. 소비자가 아모레퍼시픽그룹 매장에 반납한 화장품 공병 분쇄품에 초고강도 콘크리트(UHPC)를 섞는 테라조 기법으로 제작됐다. 등받이 장식에도 빈병이 쓰였으니 일인다역을 충실히 이행한 것이다.

코로나 시국에도 부응해 만들어졌다. 벤치 중간에 가로 50cm 화분을 고정하고, 앉는 자리에는 ‘1m간격’ 표시를 해 자연스러운 생활속 거리두기를 유도했다. 이 의자는 추후 공공장소에 설치될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이 글로벌 친환경 기업 테라사이클과  제작한 ‘업사이클링 벤치'.  벤치에는 소비자가 아모레퍼시픽그룹 매장에 반납한 화장품 공병 분쇄품에 초고강도 콘크리트(UHPC)를 섞은 테라조 기법이 적용됐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작품이 된 케이스도 있다.

재료는 지난달 한화갤러리아 임직원 봉사단이 충남 태안 학암포 인근 해안 2km를 왕복하며 수거한 120포대 분량의 쓰레기에서 건졌다. 여기서 거둔 플라스틱을 가구 디자이너 문승지 씨가 활용해 조명, 테이블, 스툴, 의자 등의 작품을 만들었다. 이는 갤러리아백화점이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 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진행하는 '라잇!오션'(Right!OCEAN) 프로젝트의 일환. 해당 작품은 이달 17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갤러리아 광교에서 전시·판매하며, 수익금은 환경보호활동 지원을 위해 세계자연기금에 전달된다.

 

갤러리아의 '라잇!오션' 프로젝트는 환경 정화 활동, 수거한 플라스틱을 활용한 작품 개발/판매, 수익금 기부를 통한 환경보호 활동이란 선순환 고리를 마련헸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한화갤러리아)


재사용으로 수명 늘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98kg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즐겨 쓰고 있지만 알려졌다시피 플라스틱이 썩는 데 걸리는 시간은 수백년. 질긴 생명력을 지닌 이 물질을 가장 유용하게 쓰는 방법은 어쩌면 오래토록 반복해서 쓰는 것일지도 모른다.

거푸 사용으로 선순환을 이끄는 아이디어가 최근 나왔다. 현대자동차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지난 14일 현대자동차 안양사옥에 마련된 ‘그린무브공작소’의 역할은 자원 재순환. 플라스틱 장난감 폐기물을 수거한 뒤 수리, 소독해 장난감이 필요한 지역 아동센터 등 복지시설에 기부 또는 업사이클링(Up-Cycling: 재활용품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통해 재판매하는 것이 목적이다. 플라스틱 폐기물의 감축으로 환경보호에 기여하고, 아동복지시설을 지원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사업’이다.

그린무브공작소는 우선 서울 및 경기 지역 내 아동센터, 보육원 등 500여개소를 대상으로 폐플라스틱 장난감을 모아 수리·소독 후 필요한 복지기관에 재기부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이번 사업을 통해 첫해 10톤 가량의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을 시작으로 점차 감축량이 확대되고, 아동보육기관의 폐기물 처리 및 방역 비용도 크게 절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현대차그룹 이병훈 상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김경희 사회공헌본부장, 한국보육진흥회 유희정 원장, 그린무브공작소 이채진 대표 (사진=현대자동차)


분리배출 쉬운 용기의 등장

① △샴푸, 식기세정제 등 펌핑식(디스펜서) 용기는 펌프를 분리해서 △내용물이 지저분하면 씻어서 △뚜껑이 같은 재질이면 압축 뚜껑을 다시 닫아서

②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헹구는 등 이물질을 제거하여 △부착상표 등 스티로폼과 다른 재질은 제거한 후 △TV 등 전자제품 구입 시 완중채로 사용되는 발포합성수지 포장재는 가급적 구입처로 반납

환경부가 제공하는 스마트폰 앱 ‘내 손안의 분리배출’은 플라스틱 용기류(①)와 스티로폼(발포합성수지·②) 분리배출 방법을 이렇게 안내한다. 통째 버리면 안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여러 물질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으로 일일이 분해해서 버리기란 녹록지 않은 일. 만약 소재가 뒤섞이지 않고 하나로만 이뤄져 버리기 쉽다면? 물건을 빼고 남은 포장재가 현저히 적어 배출하기 수월하다면? 최근 이 두 전제를 현실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바디케어 브랜드 해피바스의 자몽 에센스 바디워시에 펌핑을 돕기 위해 사용해오던 금속 스프링을 뺐다. 따라서 별도 분리 작업 없이 분리배출이 가능해졌다. 또 다른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그린티씨드세럼 용기의 플라스틱 함량을 약 52% 줄였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 같은 ‘레스 플라스틱(Less Plastic)’ 실천으로 오는 2022년까지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량 약 700톤을 감축하고 재활용성을 높인다는 계산이다.

종합식품회사 동원F&B는 지난 7일 전사적 친환경 캠페인 ‘에코챌린지’를 시작했는데, 그중 하나가 유가공, 상온 HMR, 냉동식품 등 자사에서 생산하는 식품 전반의 포장재를 줄여나가는 것이다. 연간 감축 목표는 플라스틱 166톤, 종이 211톤. ‘포장재 다이어트’로 환경보호를 실천한다는 취지다.

 

기존 시스템에어컨 실외기 포장 구조(왼쪽)와 개선된 포장 구조. 왼쪽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박스 일부를 절개한 모습. (LG전자 제공)

환경부-LG, 포장재 다이어트 실험

포장재를 전략적으로 줄이면 얼마나 감량 가능할까?

LG전자와 환경부, LG디스플레이는 연말까지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고 재사용 포장재의 현장적용 가능성을 평가·분석하는 ‘포장재 재사용 가능성 평가’ 시범사업에 이달 초부터 돌입했다.

대상 품목은 LG전자의 시스템 에어컨 실외기와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 패널 포장재다.

시스템 에어컨 실외기의 포장재는 기존 완충재로 사용하던 발포 스티로폼 대신 완충 성능과 내구성을 높인 발포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재사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LG전자 측은 “시범사업을 통해 연간 약 19톤의 발포 스티로폼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는 사용한 올레드 패널의 포장재를 폐기하지 않고 재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패널 사이에 끼워 넣어 정전기와 파손을 방지하는 완충시트, 외부 스티로폼 박스, 지게차 운반용 받침대 등을 수거해 재활용할 예정이다. 올레드 포장재를 80%씩 회수해서 5차례 이상 사용하면, 기존 대비 포장재를 약 70%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는 시범사업을 토대로 최적의 포장재 재사용 시스템 구축과 함께 이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할 계획으로, 현재 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포장재를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로드맵이 제시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CM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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