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많이 바뀌었지만 변화는 계속될 것이다. 코로나19가 일상을 전복하면서 생활, 문화, 경제에 대격변이 일어나고 있다. 초점은 비대면에 맞춰진다. 사람들이 거리를 두기 시작하면서 산업 전반에 로봇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갈 수 없는 현장을 그대로 옮기는 연결의 기법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사람 간 맞대지 않고 사는 세상은 얼마큼 가까이 왔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CNB가 코로나 시대의 현재를 살피고 앞날을 내다봤다. 7편은 가상세계에서 유저들을 만나고 있는 게임업계 이야기다. <편집자주>
예전의 뜨거운 열기 사라졌지만
디지털·인터넷 통해 유저와 소통
유투브·아프리카TV, 성지로 부상
“비대면은 홍보에 한계” 우려도
최근 게임사들의 사이버 행사가 크게 늘었다.
먼저, 넥슨은 ‘디지털 언박싱’이라는 사이버 행사를 열었다. 새로운 모바일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인 ‘바람의 나라: 연’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이 행사는 최근 ‘바람의 나라: 연’ 사이트와 유투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진행은 대담 형식으로 이뤄졌다. MC 허준, 유투브 G식백과 채널의 김성회가 사회를 맡았다. 넥슨 유지인 사업팀장, 개발사인 슈퍼캣의 이태성 디렉터가 유저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을 자세하게 알려줬다.
넥슨 관계자는 CNB에 “‘디지털 언박싱’은 토크쇼처럼 사람들이 대화를 하는 형태로 부드럽게 만들었다”며 “오프라인 행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온라인을 통해 출시 일정 등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넥슨 측은 온라인 콘서트도 열었다. ‘마비노기’ 서비스 16주년을 기념해 지난 1일 열린 ‘별이 빛나는 에린’ 콘서트다. 재즈밴드인 ‘올 댓 스윙’이 ‘마비노기’ 삽입곡들을 편곡해 들려줬다.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 전설’ ‘피어오르는 신열에 덮인 꿈결’ 등 일곱 곡을, 부드러운 재즈 감성으로 새롭게 연주했다. 사이트와 유투브로 송출됐다.
넥슨 관계자는 “콘서트의 실시간 동시 접속자만 1만명에 달하는 등 유저들의 관심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넷마블은 새로운 야구게임을 디지털 기법으로 소개했다. 최근 유투브와 아프리카TV를 통해 ‘마구마구 2020 모바일’을 선보인 것. 게임 BJ들이 ‘마구마구 2020 모바일’의 런칭을 축하하는 영상을 만들어서 팬들에게 보여줬다.
게임대회도 진행했다. 야구(욱하는 형, 콘대 등), 게임 BJ(기뉴다, 두치와 뿌꾸 등)가 편을 나눠 대결을 하는 방식이었다. 관중이 없는 상태에서도, 아나운서의 힘찬 설명과 함께 토너먼트 방식으로 승부를 겨뤘다.
넷마블 관계자는 CNB에 “이 행사는 반나절 만에 22만명이 볼 정도로 반응이 무척 좋았다”며 “실시간으로 유명 BJ들이 대전을 펼치는 방식으로 재미를 배가했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 3주년을 온라인으로 기념했다. 최근 3주년을 축하하는 ‘트리니티’라는 이름의 사이트를 오픈했다. 김택진 CCO(Chief Creative Officer, 최고창의력책임자)가 직접 유저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영상을 올렸다.
사이트는 성(城)처럼 꾸몄다. 연회장, 응접실, 복도, 정원으로 이뤄진 온라인 공간이다. 이 공간들에 ‘리니지M’ 3주년을 기념하는 영상을 올리고, 유저들이 3년 동안 쌓은 기록도 볼 수 있게 했다. 유투브와 아프리카TV를 통해 BJ들의 플레이 대결도 생중계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CNB에 “‘트리니티’ 사이트를 드래그하면 사방을 둘러보며 다양한 콘텐츠들을 볼 수 있다”며 “실시간 플레이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도 뜨거웠다”고 말했다.
‘비대면’ 언제까지?
이처럼 게임사들이 언택트 행사에 주력하는 이유는 우선 코로나19 때문이다.
전염병에 대한 걱정으로 사람들이 거리두기를 하면서 국내외 게임 박람회가 취소됐다. e스포츠 대회도 온라인 중계 방식으로 열리고 있다.
이렇다 보니 새로운 게임을 소개하거나 유저들을 위한 콘서트 등도 자연스럽게 가상의 공간으로 자리를 옮긴 셈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이런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외 코로나19 확진자는 지금도 계속 증가하고 있고, 치료제는 빨라야 내년에야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오프라인에서 많은 유저들이 일시에 모이는 행사를 열 수 없는 상황이 올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CNB에 “현재로서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를 열 수 없다”며 “그렇다 보니 유저들이 스마트폰 등을 통해 언제 어디에서나 접속할 수 있는 모바일 접속 행사가 대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언택트 행사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게임사들은 코로나19 이전에는 국내외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신작 등을 소개해왔다. 새로운 게임을 런칭할 때마다 행사장에 유저들을 직접 초대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온라인에서도 이런 기능을 일부 소화할 수 있지만, 대면 행사에 비하면 규모와 파급력이 약하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게임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세계에서 플레이가 이뤄지기 때문에 오히려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돼 온라인상에서만 신작을 발표하거나 유저들을 위한 행사를 하면 결국 관심이 꺾이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CNB=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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