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주 원내대표가 칩거 중인 강원도 고성군 화암사에서 5시간에 걸친 회동을 가졌으나 공전 중인 21대 국회 원 구성과 관련한 타결의 실마리를 찾는 데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와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화암사를 방문해 주 원내대표와 회동을 가지면서 민주당이 단독 선출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임기를 1년 씩 나누는 방안을 비롯해 여러 협상안을 논의했으나 구체적인 합의점에는 도달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병석 국회의장은 양당이 법사위원장을 1년씩 나눠 맡는 방안을 협상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 후 당 관계자를 통해 “김 원내대표가 불쑥 찾아왔지만 새로운 제안은 없었다. 국회 복귀만 호소할 뿐이었다”고 다소 부적인 회동 분위기를 전한 반면, 김 원내대표는 회동 후 당을 통해 “오늘 회담에서 국회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상반된 의견을 전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김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망부석도 아니고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가”라며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다음 달 3일 추경안 처리를 위한 원 구성 데드라인을 26일로 설정하면서 소속 의원들에게 25, 26일 국회 근처 비상대기를 주문하는 등 양당의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가 이날 강원도로 이동해 막판 협상에 나선 데는 야당의 ‘입법 독재’ 프레임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통합당은 ‘법제사법위원장 자리 없이는 모든 상임위원장 보이콧’이라는 배수진을 고수하면서 주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국립서울현충원에 이어 이순신 장군 사당인 충남 아산 현충사를 찾은 이래 전국 사찰을 누비며 칩거를 이어갔다.
주 원내대표가 16∼23일 거쳐간 사찰은 전북 고창 선운사, 전남 장성 백양사, 전남 구례 화엄사, 경남 남해 보리암, 경남 하동 쌍계사와 칠불사, 경북 울진 불영사, 충북 보은 법주사, 강원 고성 화암사 등 8곳 이상으로 주 원내대표와 개인적 인연이 있는 스님이 있는 사찰 위주로 방문하는 등 이동 거리가 1500km를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여야의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는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된 법안 36건을 무더기로 심의, 의결하고 국회 제출을 예고하는 등 개점휴업 상태인 국회를 압박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