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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CEO] 개발자·투자자·행정가 다음은?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

배틀그라운드 여세 몰아 4강 구도 굳히기…도전의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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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20.06.22 09:27:54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사진=크래프톤)

약관의 나이에 네오위즈 공동창업, 검색엔진 ‘첫눈’ 매각 후 블루홀 창업, 배달의민족 등 120개 스타트업 투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4차산업혁명위원장 취임, 배틀그라운드 성공으로 매출 1조원 돌파 등 1세대 벤처기업가로 놀라운 성공신화를 써온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 초 4차산업혁명위원장에서 물러난 장 의장은 개발사 연합 크래프톤의 기업가치를 키우고 IPO(기업공개)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CNB=정의식 기자)

KAIST 출신 창업 성공 신화
투자한 곳마다 성공 ‘엑시트’
상장하면 ‘10조 클럽’ 본격화


올 초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카이스트(KAIST, 한국과학기술원) 총동문회 신년교례회에 참석해 모교에 100억원의 발전기금을 기부한다고 밝혔다. KAIST 동문의 기부로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날 그는 “아무도 창업을 하지 않으려던 1996년,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지 않으면 욕먹는 시절이었던 당시 은사님인 김길창 교수님이 창업을 격려해주셔서 오늘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며 창업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KAIST

실제로 KAIST는 대한민국 벤처창업의 산실이다. 이해진(네이버), 김정주(넥슨), 이준호(NHN) 등등 쟁쟁한 기업가들이 모두 KAIST 출신이다.

이 중에서도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의 경력은 조금 이채롭다. 다른 창업자들이 대개 1~2회 도전의 성공으로 현 위치에 올랐다면 장 의장은 몇 번이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가며 혁신을 추구했다. 그 과정에서 그의 역할도 계속 새롭게 바뀌었다. 개발자 출신 창업자에서 벤처투자자·창업컨설턴트로, 이후엔 행정가로 끝없이 변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이클럽·테라·배틀그라운드…다음은?

1973년생으로 1991년 대구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KAIST 전산학과에 입학한 장 의장이 창업의 길로 나선 것은 1997년 KAIST에서 박사과정을 수학하던 중의 일이다.

나성균 네오위즈홀딩스 대표를 만나 SI업체 네오위즈를 공동창업한 것. 네오위즈는 인터넷 자동접속 프로그램 ‘원클릭’, 채팅 서비스 ‘세이클럽’, 게임포털 ‘피망’ 등을 잇따라 성공시켰고, 세이클럽 개발을 주도했던 장 의장은 약 400억원대의 자산을 보유한 IT업계 신흥 부호가 됐다.

 

검색엔진 '첫눈'.(사진=인터넷)

두 번째 도전은 2005년 네오위즈를 퇴사하고 검색 서비스 ‘첫눈’을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기존의 검색엔진과 차별화된 ‘스노우랭크’ 검색 기술을 선보인 이 서비스는 불과 1년 만인 2006년 NHN(현 네이버)에 약 35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인수됐다. 그 결과 90%의 지분을 보유했던 장 의장은 약 30%를 직원들에게 나눠준 후에도 300억원대의 자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후 2007년 그는 전직 엔씨소프트 개발진들이 주축이 된 게임개발사 ‘블루홀스튜디오’를 설립하며 세 번째 도전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테라(TERA)’를 선보였다. 개발비 400억원이 투입된 이 게임은 2011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4관왕을 수상했고, 누적 회원수 2500만명을 확보하며 성공적으로 론칭됐다.

2014년 블루홀은 테라의 인기하락 등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지노게임즈, 스콜, 피닉스게임, 마우이게임즈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FPS, 모바일게임 개발에 착수했다. 이때 인수한 게임사 중 하나인 지노게임즈의 후신 ‘펍지’(PUBG)가 2017년 개발·출시한 MMOFPS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PLAYERUNKNOWN’S BATTLEGROUNDS)가 글로벌 히트를 기록하며 블루홀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배틀그라운드.(사진=크래프톤)

최대 100명의 인원이 시간이 갈수록 좁아지는 오픈월드 맵에서 무기와 탈것을 이용해 최후의 1인 혹은 1팀을 가리는 ‘배틀로열’ 형식의 이 게임은 국내 게임 최초로 스팀을 통해 전세계 동시 출시돼, 2019년 12월까지 PC·콘솔 누적 판매량 6800만장을 기록했으며, 스팀 최다 동시접속자 기록(330만명)을 갈아치우는 등 공전의 성공을 거뒀다.

이후 2018년 3월 출시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도 지난해 12월 기준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가 6억건을 돌파할 정도로 대히트를 기록하면서 올 1분기 크래프톤은 연결기준 매출액 5082억원, 영업이익 3524억원을 기록했다. 엔씨소프트(2414억원), 넷마블(204억원)을 크게 앞지른 실적으로, 국내 게임사 중에서 크래프톤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기업은 넥슨(4540억원) 뿐이다.

우아한형제들, 투자수익률 1000배

장 의장은 성공한 벤처투자가이기도 하다. 2007년 블루홀 창업을 전후해 장 의장은 벤처투자에 적극 나섰다. 2010년 창업한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는 초기(Early Stage) 벤처·스타트업 기업들에 적극 투자하는 벤처캐피탈로, 단순히 자금만 지원한 것이 아니라, 법무·회계·홍보 업무까지 지원했다.

대표적으로 장 의장이 2006년 3억원을 투자한 동영상 검색업체 ‘엔써즈’는 KT에 약 45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인수돼 10배 이상의 투자 성과를 거뒀다. 미투데이, 윙버스 등도 NHN에 인수됐다.

‘배달의민족’ 앱으로 유명한 ‘우아한형제들’에 대한 투자는 장 의장의 가장 대표적인 성공투자사례로 꼽힌다. 본엔젤스는 우아한형제들에 초기자금 3억원을 출자했다. 지난해 12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의 국내외 투자자지분 87%를 인수하며 이 회사의 가치를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로 평가했다. 본엔젤스의 초기투자금 3억원은 약 2993억원(지분 6.3%)의 가치로 뻥튀기됐다. 약 1000배의 수익을 기록한 셈이다.

 

본엔젤스가 투자한 기업들.(사진=본엔젤스)

이외에도 본엔젤스는 번개장터, 오늘의집, 데일리호텔, 잡플래닛, 마카롱, 다비오, 그랩, 스푼, 래디쉬, 오토위니 등 100여곳이 넘는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이 중 데일리, 매드스마트, 버드뷰, 씽크리얼스, 오쉐어, 위트스튜디오, 지노게임즈, 카닥, 캔들, 퀵켓 등이 엑시트(Exit)에 성공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장 의장은 2017년 9월 문재인 정부가 신설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되며 행정가로 변신하게 됐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4차산업혁명 도래에 따른 변화에 대응해 정부의 국가전략과 정책을 심의하고 부처간 정책을 조정하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위원장은 총리급 위상을 갖는다.

장 의장은 약 2년여의 임기 동안 국가시범도시와 지방혁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스마트시티 추진전략을 구체화하고, 가명정보를 도입해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방안을 정책화하는 등 민관 협력을 통한 규제·제도 혁신을 위해 매진했다. 또, 주 52시간 근로제, 타다 금지법 등 문재인 정부의 각종 규제 정책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IPO 초읽기…일정 조율 중

지난해 11월 장 의장은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활동을 마무리하고 크래프톤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이후 올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넥슨에 이은 게임업계 2위의 영업이익을 신고하면서 장 의장의 지명도와 크래프톤의 주가는 최고치를 오르내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안으로 크래프톤이 IPO(기업공개)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배틀그라운드’ 하나만으로도 기업가치 약 5조원을 인정받는 상황이어서 현재 준비 중인 엘리온 등이 성공적으로 론칭할 경우 10조원의 기업가치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크래프톤 최근 1년 주가 추이.(자료=38커뮤니케이션)

6월 19일 장마감 기준 크래프톤의 주가는 장외시장에서 81만2500원의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크래프톤의 총 발행 유통주가 808만2785주여서 시가총액은 약 6조5673억원으로 평가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미 올해 안에 크래프톤이 매출 2조원대, 영업이익 1조원대를 기록하고,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게임업계 3강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며 “IPO도 일정 조율만 남은 상황으로 성공 여부를 논할 단계는 이미 지났다”고 분석했다.

(CNB=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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