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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기업정책 핫이슈①] ‘공룡여당’의 재벌개혁 시즌2 개막

시동 건 민생입법, 대기업부터 손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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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20.06.09 09:55:48

21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새 국회는 정쟁으로 얼룩진 지난 국회를 반면교사로 삼아 민생입법 완수를 지상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재벌개혁을 공약으로 내건 더불어민주당이 177석의 거대여당으로 출범한 만큼, 잠자고 있던 대기업 규제 법안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CNB는 주요 기업정책을 분야별, 이슈별로 나눠 연재한다. 첫 번째 주제는 여권이 다시 시동을 걸고 있는 재벌규제 법안들이다. <편집자주>

 

거대여당으로 재탄생한 더불어민주당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낼지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폐기된 재벌규제법 다시 수면위
여권 핵심공약 ‘지배구조 개혁’
코로나19로 속도조절론도 솔솔


‘일감몰아주기’는 대표적인 재벌개혁 대상 중 하나다.

최근 CEO스코어가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64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55개 그룹 계열사 2113곳의 일감몰아주기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내부거래 총액은 174조1238억원으로 2년 전인 2017년 170조5742억원에 비해 2.1%(3조5496억원) 늘었다.

하지만 이중 공정위 내부거래 규제대상에 포함된 오너일가 지분 30%(상장사)·20%(비상장사) 이상 기업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줄어들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의 계열회사가 총수일가의 지분이 일정 비율 이상(상장 30%, 비상장 20%)인 다른 계열사와의 일정한 거래(대가성 거래, 사업기회제공, 일감몰아주기)를 할 경우 감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사익편취규제 대상 기업은 전체 2113개사 중 208곳(9.8%)으로 이들의 내부거래 금액은 2017년 대비 32.0%(4조1459억원) 감소한 8조8083억원으로 집계됐다.

규제 대상 계열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큰 그룹은 동원으로 매출의 91.9%에 달했고 삼양(67.6%), 하이트진로(39.4%), 애경(39.0%), 한진(38.8%), 한국테크놀로지그룹(38.3%)도 매출의 30% 이상을 계열사에 의존했다.

이와는 반대로 SK, LG, LS, 롯데, 한화, 넷마블, 한라, 동국제강, 금호석유화학, IMM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금융, 네이버, 카카오, 태영은 규제대상 계열의 내부거래 매출이 전무했다.

현 정부의 재벌개혁 핵심 중 하나인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2년 전에 비해 다소 변화가 있었음에도 갈 길이 아직 멀다는 평가다. 내부 거래액이 연간 200억원이나 연매출액의 12% 이상일 때 위법성 여부를 따져 처벌을 받지만, 규제 대상인 기업은 200여 곳에 불과한 형편이며, 자회사는 아예 제재를 받지 않음은 물론 상장회사의 경우 29.99%까지만 보유토록 지분을 매각해도 규제 회피가 가능해진다.

심지어 효율성 증대효과가 있는 거래, 보안성이 요구되는 거래, 긴급성이 요구되는 거래는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빠져나갈 구멍이 지나치게 많다.

 

(자료=CEO스코어)

변죽만 울린 국회, 이번에는?

이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직접 나서 총수일가 지분요건을 상장·비상장 구분 없이 20%로 일원화 및 이들 회사가 발행주식총수의 50%를 초과하는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까지 포함시키는 등 사각지대를 없애고 규제 대상을 600여 개사로 확장한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20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자동폐기됐다.

이외에도 수많은 오너일가 지배력 억제 관련 법안이 비슷한 운명을 맞았다.

앞서 문재인 정권은 재벌의 불법경영승계, 황제경영, 부당특혜 근절 등 재벌개혁 추진을 공약했었다. 이와 관련 상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국회에 올라와 있었지만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여야 간 정쟁과 극심한 대립으로 인해 법안 논의가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나마 문 정부의 체면을 살린 것이 하위법령만을 손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시행령’이다. 모법을 건드려야 하는 국회를 거치지 않고 지난해 11월부터 적용되고 있는 ‘특경법 시행령’은 횡령·배임 등 경제사범을 저지른 총수일가 등이 출자기업이나 계열사의 임원으로 재직하는 것을 일정기간(형 집행 종료될 날부터 징역형은 5년, 집행유예 2년) 원천적으로 차단시켰다.

경제범죄를 저지른 총수 등이 다시 현역으로 복귀하는 기존 행태를 저지한 취업제한으로 법무부에 승인을 받으면 예외적으로 복귀가 가능하긴 하지만 사실상 현 정권이 이룬 거의 유일한 재벌개혁정책이다.

 

경제계에서는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는 등의 이유로 상법 개혁안 등 재편에 반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벌 지배구조 개혁 ‘시동’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달라졌다는 말이 나온다.

21대 총선에서 거대 공룡여당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국회에 폭넓게 포진한 여당이 문 대통령 후반기 집권에 힘을 실어줄 든든한 아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공약으로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 규제 적용대상을 확대 ▲재벌 대주주 일가의 횡령, 배임 등 경제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계열공익법인, 자사주, 우회출자 등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한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 차단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강화한 ‘감사위원 분리선출’ ▲주총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이사 수만큼 의결권 개수를 부여하는 집중투표제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이사에 대해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을 약속했다.

대부분 지난 20대 국회에 계류돼 있었지만 빛을 발하지 못하고 묻혀버린 법안들이다. 재추진을 위한 여당발 국회 제출이 이어질 예정이다. 물론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당사자인 재계에서는 계열사간 내부거래는 대부분 수직계열화에 따른 효율성 추구·전문화·기밀유지 등의 필요에 따른 정상적인 거래활동으로 사익편취행위와 무관하다는 점이 고려돼야 하고 해외에서도 일감몰아주기 억제는 입법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과잉 규제라고 고개를 젓고 있다.

그간 허용됐던 내부거래마저 축소된다면 가격경쟁력 하락에 따른 피해가 발생하고 기업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집중투표제·다중대표소송제·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도 경영권 침해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경총·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경제계에서는 기업사냥꾼에게 악용됨은 물론 소송 남발과 투기자본이 모회사 지분을 취득해 자회사에 간섭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일부 주주 또는 단체 등 특정이해관계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오·남용가능성 등을 우려하고 있다.

즉, 정부·여당이 주창하는 재벌개혁은 ‘기업 옥죄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재계에서는 경영권 방어책이 전무하다며 적대적 M&A에서 공격자를 제외한 주주들에게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과 ‘1주 1의결권’ 원칙을 벗어나 1주에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경영간섭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차등의결권’ 등의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의 민주적 재편과 경영권 사수 논리가 충돌하고 있는 양상인데, 미래통합당 등 보수야당도 같은 입장이다. 따라서 법안 논의 과정이 순탄치 만은 않겠지만 여당이 국회 의석을 다수 차지한 만큼 20대 국회와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 전경. (사진=CNB포토뱅크)


재벌저격수 박용진, 상법 개정 재도전

한편, 정부·여당은 대주주 자격 요건을 완화함이 골자로 재벌특혜라며 비판을 받았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20대 국회 막바지에 통과시켰다.

더욱이 ‘비상장 벤처기업’에만 한정한다고 하지만 오너 3·4세의 승계에 악용 가능성이 농후한 차등의결권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는 상태로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재벌개혁이 거꾸로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벌을 적폐로 규정한 문 정권 출범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거대여당은 남은 집권 기간에 힘을 합쳐 대기업의 부당한 지배력 남용과 특혜를 근절시키려는 강한 모습을 보여줄 공산이 크다. 정부의 오너일가 지배력 억제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 내야한다는 목소리가 안팎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상임위 등 입법절차를 차근차근 밟아 나가고 그동안 반대해 왔던 야당 또한 고분고분하게 손을 들어줄지 만무하기에 쉽지만은 않겠지만 아무래도 입김이 세진 여당이 기존과 달리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상법 개정과 관련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박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CNB에 “현재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담은 개정안을 마련 중으로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혀 본격적인 재벌개혁 시즌2를 예고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더군다나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벌개혁=기업규제’로 인식하는 경제계가 반발할 가능성이 커 여권이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현실론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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