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기자 | 2020.06.04 11:50:08
전자상거래 등 비대면 거래 활성화가 택배산업의 몸집을 키우고 있다. 날로 커지는 언택트(비대면) 소비 확산과 맞물려 동반성장하고 있는 택배업계 역시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는 것.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빅3’의 투자 진행 상황을 살펴봤다. (CNB=이성호 기자)
빅3 ‘메가 허브 터미널’ 증설 경쟁
언택트 소비 확산에 “이때가 기회”
인건비 상승·낮은 마진은 ‘걸림돌’
택배사들이 앞다퉈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택배업계 1위 CJ대한통운은 이미 지난 2018년 8월 경기광주 지역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곤지암 메가 허브(Mega-Hub) 터미널을 오픈해 운영 중인 가운데 전국 지역분류시설을 통해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CJ대한통운은 1694억원을 들여 2021년 12월까지 지역분류시설인 ‘택배 MP(Multi Point) 설비’를 전국 곳곳에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물류인프라를 넓히고 영업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
CJ대한통운 관계자는 CNB에 “허브 터미널에서 대형자동분류시설을 갖춘 만큼 각 지역에서도 소형 택배분류시설을 만들어 처리수용능력을 극대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곤지암 메가 허브 터미널 증설 여부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CJ대한통운이 덩치를 키워 나가고 있는 와중에 치열하게 업계 2위 각축전을 펼치고 있는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메가 허브 터미널 건설을 통해 공격적인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먼저 한진은 기존 대전 허브 터미널을 메가 허브 터미널로 확장하기 위한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대전 허브 터미널의 하루 처리물량이 약 70만 박스이나, 메가 허브 터미널로 업그레이드되면 이곳에서만 약 150만 박스를 소화할 수 있게 된다는 것.
한진 관계자는 CNB에 “현재 건물 설계 단계인 대전 메가 허브 터미널은 중장기 택배 수요 증가 대응과 택배 생산성 증대가 목적”이라며 “건축비·장비비 포함 총 2850억원이 투입돼 2023년 상반기에 가동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밖에도 260억원이 투자되는 동서울 허브 자동화 설비 증설은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하고, 강원권역 증가물량의 원활한 처리 및 원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강원 허브 대체 부지를 매입·개발해 올 하반기부터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총 공격세다. 회사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투자(2973억원)로 충북 진천군 초평면 은암리에 위치한 초평은암산업단지 내에 오는 2022년 중부권 메가 허브 터미널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CNB에 “메가 허브 터미널은 2021년 3월에 건축공사가 완료되고 이후 설비 등을 갖춰 2022년 1월에 그랜드 오픈할 예정”이라며 “하루 150만 박스 처리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롯데글로벌로지는 영남지역 물류 통합을 통한 효율성과 수익성 제고를 위해 762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간 ‘영남권 물류통합센터’를 내년까지 구축을 완료하고, 1588억원이 투자된 여주의류통합센터도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수요 증가 ‘즐거운 비명’
이처럼 국내 택배시장에서 점유율 약 80%를 차지하는 이른바 택배 ‘빅3’가 몸집 키우기에 나선 이유는 날로 늘어나는 택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월 온라인쇼핑 총 거래액은 12조5825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의 파이가 커짐에 따라 택배물량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한국통합물류협회에 의하면 지난해 총 택배물량은 27억9000만개로 2018년 25억4300만개에 비해 9.7% 성장했다.
2015년 이후 매년 10% 내외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즉, 이커머스 시장과 택배 물동량이 함께 커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소비 트렌드 확산이 물량 증가에 일조하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택배산업은 다시 한번 퀀텀 점프(Quantum Jump)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며 “코로나로 온라인·모바일 쇼핑의 편리함을 경험한 새로운 소비계층은 사태 이후에도 택배업계의 고객층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에 익숙하지 않았던 40~50세대들과 그 이상의 연령대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해 비자발적인 소비 채널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 수요 다변화 및 판매자들의 세분화로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속도록 성장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택배산업이 대응 케파를 늘려 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중장기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낮은 단가 돌파구는 ‘박리다매’
한편, 택배사들이 전자상거래의 발달로 동반수혜를 얻고 있지만 낮은 단가는 여전히 어려운 숙제로 남아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건당 평균 택배 단가는 2012년 2506원, 2013년 2475원, 2014년 2449원, 2015년 2392원, 2016년 2318원, 2017년 2248원, 2018년 2229원으로 매년 하락세를 보이다가 지난해에는 업계에서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한 단가 현실화 작업을 꾀한 결과 전년보다 1.8% 인상된 2269원으로 소폭 올랐다.
택배산업의 특성상 대규모 시설투자가 뒷받침돼야 하고 작업환경 개선 및 안전시설 보강을 위한 투자가 지속돼야 하지만 업계의 기대치보다 낮게 형성된 가격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단가 인상을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낮은 가격으로 인한 부담을 고스란히 전담해 왔었다며 공산품처럼 원래 정해진 값을 비싸게 더 올려 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가격 체계의 정상화를 위한 작업이 요구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계약시 물량·중량을 반영한 단가 현실화 및 저단가 신규 유치 지양과 함께 자동화 투자 확대와 운영프로세스 개선을 통한 원가절감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낮은 단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또 하나의 자구책은 ‘규모의 경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물류 분야는 규모가 커져야 더 많은 수량을 받아 낼 수 있다”며 “택배비가 낮아도 많은 물량을 소화하면 그만큼 이득이 나기 때문에 이 방향으로도 여러 가지 보완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