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닥친 불황의 터널을 헤쳐 나가기 위한 도전이 경제계에서 일고 있다. 돌파의 방식은 과거 기부 열풍을 일으켰던 ‘아이스 버킷 챌린지’와 유사하다. 이른바 릴레이 나눔. 최근 연속되는 지목을 통해 지원을 이어가는 식의 ‘N차 기부’가 활발하다. 이에 CNB는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한 ‘선한 챌린지’들을 두 편에 걸쳐 조명한다. 1편은 바통을 이어받으며 침체된 화훼농가를 돕고 있는 대기업 최고경영자들 이야기다. (CNB=선명규 기자)
재계 수장들의 릴레이 나눔
화원서 사진찍고 곳곳 기부
코로나 이기는 ‘선한 영향력’
“올봄은 통째로 날렸습니다”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8년째 꽃집을 운영 중인 A씨는 올해 봄 장사를 이렇게 평가했다. 졸업식, 입학식이 몰린 이 시기에 코로나19 여파로 줄줄이 행사가 취소되면서 판매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현재 한창인 ‘플라워 버킷 챌린지’는 이처럼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훼업계 및 농가를 돕기 위해 출발했다.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이전 참가자로부터 지목을 받는다. 이후 화원(花園)을 포토존 삼거나 꽃다발을 들고 카메라 앞에 선다. 그 다음, 화훼농가에서 꽃을 구매해 기부하는 것으로 해당 업계에 도움을 준다. 끝으로 다음 주자를 호명하면 이음이 미덕인 이 챌린지가 완성된다.
재계에서는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참여를 기점으로 활발해졌다고 보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3월말 직원들에게 꽃을 선물하는 것으로 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이후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을 지목, 그다음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연이어 이 선한 영향력 행사에 함께 했다. 봄기운이 완연히 기지개를 켠 4월, ‘플라워 버킷 챌린지’의 활기 또한 본격적으로 띠기 시작했다.
지난달 22일 참여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경우, 인천과 대전에서 운영 중인 ‘희망가게’ 꽃집 세 군데서 꽃바구니를 구입해 특별한 곳에 전했다. 아모레퍼시픽과 아름다운재단이 2004년부터 후원 중인 전국 220여개 희망가게 창업주들이다. ‘희망가게’는 서성환 아모레퍼시픽 선대회장의 가족들이 창업주의 유산을 지난 2003년 기부하면서 시작한 한부모 여성 창업 지원 사업이다.
서 회장은 “겨울을 견디고 봄을 피워낸 강인한 꽃처럼 모두가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활기찬 일상을 맞이하게 될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서도 도전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하트 모양 표시가 붙은 꽃바구니를 든 채 피사체가 됐다. 정 부회장이 주목한 곳은 대구·경북 지역의 의료기관 및 보건소 25개소로, 전국재해구호협회를 통해 공기정화 효과가 있는 관엽식물로 구성된 화분세트를 전할 계획이다.
정 부회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훼농가와 지역사회에 헌신하고 있는 의료진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게임업계 수장들의 동참러시도 이어지고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창원의 화훼농가에서 구입한 꽃과 식물을 입학식이 취소된 이 지역 26개 초등학교 1학년들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동참했다. 첫 등교일인 지난 27일에 맞춰서다.
김택진 대표는 “첫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축하와 격려의 마음을 전한다”며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든 분들의 진심을 모아 건강하고 활기찬 일상을 맞이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다음 주자로 방준혁 넷마블 의장을 지목했다. 화훼농가를 향한 지원의 연결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1억달러 모은 ‘아이스 버킷’서 착안
‘플라워 버킷 챌린지’는 전 세계서 나눔 열기를 고조시킨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서 착안했다.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삭경화증) 환자를 돕기 위해 미국에서 시작돼 세계적으로 기부금 1억 달러(한화 1234억)를 모은 ‘챌린지’의 원조다.
참가자가 루게릭병 환자의 고통을 체감하기 위해 얼음물을 뒤집어 쓴 뒤 다음 주자를 지목해 나아가는 방식. 국내외 유명 인사들의 도전과 함께 기부가 이뤄져, 삽시간에 관심 환기와 어마어마한 성금 모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CNB에 “이름 알려진 이들의 선한 영향력 전파는 그 파급력이 실로 대단하다”며 “코로나로 특히 시름하고 있는 화훼농가를 위해서라도 ‘플라워 버킷 챌린지’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더욱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2편에서 계속-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