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실업 증가, 경제활동 위축 등으로 내수시장은 한겨울이다. 이런 가운데 주요 기업들의 ‘성적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에 CNB는 주요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을 토대로 앞날을 내다봤다. 이번 편은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 등 5대 건설사다. <편집자주>
코로나 이전 사업 덕에 실적 선방
신규·해외·국내수주, 건설사별 희비
코로나19 악재는 2분기부터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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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분기에 주요 건설사들은 의외로 ‘선방’한 성적표를 내놨다. 역사상 유례없는 ‘팬데믹’(글로벌 감염병 확산)이 전 세계를 강타한 시기임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기존 수주물량에 따라 이후 분기의 실적이 좌우되는 건설업의 특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건 2분기 이후라는 얘기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 등 시공능력평가 5위권 내 대형건설사들의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대림산업과 대우건설, 삼성물산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호전됐지만, 현대건설과 GS건설은 영업이익이 줄었다. 특히 GS건설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어 1분기에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빅5 중 가장 우수한 실적을 보인 곳은 대림산업이다. 이 회사는 1분기에 연결기준 매출 2조5094억원, 영업이익 2902억원, 당기순이익 2232억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8.1%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무려 20.5% 늘었다.
대림산업의 영업이익은 5대 건설사 중 가장 큰 규모다. 회사 측은 “주택, 토목, 플랜트 등 건설부분 전체에서 원가율이 개선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자회사 덕도 봤다. 대림산업 측은 “연결자회사 삼호의 실적이 개선된 것과 고려개발의 연결 편입 효과 등도 매출 및 영업이익 증가에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석유화학사업의 이익이 줄어든 것과 코로나19 여파로 신규수주가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한 9508억원에 그친 것은 향후 전망을 흐리게 하는 요인이다. 대림산업의 1분기 말 수주 잔고는 20조6026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슷한 수준이다.
대우건설도 1분기에 가장 높은 영업이익 상승률을 보이며 선전했다. 이 회사는 올해 1분기에 연결기준 매출 1조9858억원, 영업이익 1209억원, 당기순이익 619억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줄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22.7%, 25.3% 급증했다. 호실적의 가장 큰 이유는 토목 및 플랜트 부문의 원가율 정상화와 판매관리비 감소 덕분으로 분석됐다.
다만 신규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56.5% 감소한 1조5037억원에 그쳤다. 대우건설 측은 “수주가 줄어든 건 코로나19 사태와 이로 인한 유가하락 때문”이라며 “2분기 이후 본격적인 수주활동을 통해 연간 수주목표 12조80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삼성물산·현대건설, 신규수주 ‘잭팟’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1분기에 연결기준 매출 2조6240억원, 영업이익 124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9.5%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9.2%나 늘어나 삼성물산 전체 영업이익 1470억원의 84%를 차지했다. 매출이 줄어든 건 일부 프로젝트가 준공된 때문으로 분석됐다.
신규수주는 2조615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1.4%나 늘었다. UAE 푸자이라F3 복합발전소, 평택 반도체 2기, 베트남 하노이 R&D센터 등 국내외에서 잇따라 수주에 성공한 결과다. 특히 2400억원 규모의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 수주에 성공한 것도 고무적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2015년 이후 5년 만에 ‘래미안’ 브랜드로 재건축 도시정비사업에 재도전해 첫 성과를 거뒀다.
현대건설의 경우 실적은 줄었지만 신규수주를 가장 많이 늘렸다. 이 회사는 1분기에 연결기준 매출 4조589억원, 영업이익 1653억원, 당기순이익 196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7% 늘어나 여전히 전체 건설사 중 가장 큰 규모를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이 19.4%나 하락했다. 영업이익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베네수엘라 정유공장 미수금 잔액(630억원)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설정한 때문으로 분석됐다.
특기할만한 건 코로나19 와중에도 신규수주 물량을 무려 241.9%나 늘렸다는 것. 현대건설은 파나마 메트로 3호선, 카타르 루사일 플라자 타워 PLOT3,PLOT4 공사, 부산 범천 1-1구역 재개발 사업 등 국내·외 공사 약 9조9312억원을 수주했다. 덕분에 수주잔고가 2019년 말 대비 10.5% 늘어난 62조2338억원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에서 입찰 평가가 진행 중이어서 추가 수주가 기대되고 있다.
1분기 막았지만, 2분기 안심 못해
GS건설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어 5개 건설사 중 1분기에 가장 고전한 회사로 분석됐다. 이 회사는 1분기에 매출 2조4410억원, 영업이익 1710억원, 당기순이익 131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2% 줄었고, 영업이익도 10.5%나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7% 늘어났다.
국내 부문 매출은 1조85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6%가 증가했지만, 해외 부문에서 주요 프로젝트가 종료되면서 무려 37.5%가 줄어 매출 하락의 주된 요인이 됐다. GS건설 측은 “영업이익률이 7.0%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경영환경 악화에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안정적 이익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규수주는 호조를 보였다. 플랜트부문에서 사우디 ‘쿠라이스 플랜트 복원사업’ 등을 수주하고, 국내 건축·주택 부문에서 울산 서부동 공동주택사업, 광명12R 주택재개발정비사업 등을 수주하면서 총 2조2690억원을 수주했다.
이처럼 5대 건설사들은 1분기에 호실적을 거뒀거나, 실적은 부진해도 신규수주를 늘리는 등 긍정적 모습을 보였다.
다만,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유가하락과 이에 따른 해외사업 부진은 2분기 이후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중동 산유국들의 경우, 유가폭락에 따른 국가수익 악화로 대형 플랜트 공사를 연기하거나 백지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건설업계와 해외건설협회에 의하면 올해 1~2월 수주액은 각각 56억4603만달러와 37억2232만달러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었지만, 3월 들어 코로나19의 전세계 확산세로 인해 18억2989만달러로 급감했다. 이에 1분기 총 수주액은 111억9824만달러로 당초 예상치(150억달러)에 못 미치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국내 분양이 연기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건설업의 경우 타 업종에 비해 피해가 크지 않았다”면서도 “2분기 들어서는 동남아 일부 수주를 제외하면 신규 수주 소식이 거의 들려오지 않고 있어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겨울’이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