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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기업정책 핫이슈(61)] ‘잘못 송금한 돈’ 되돌릴 방법 없나

예보, ‘착오송금’ 해결 나섰지만…법개정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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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20.04.28 09:24:48

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혁신성장에 경제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여러 산업분야에서 제도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CNB는 주요 기업정책을 분야별, 이슈별로 나눠 연재하고 있다. 이번 주제는 금융권 핫이슈인 ‘착오송금’ 구제 논란이다. (CNB=이성호 기자)

 

착오송금으로 인한 피해가 늘고 있지만 구제책은 요원하다. (사진=연합뉴스)

‘잘못 송금한 돈’ 은행계좌 쌓여도
돌려받을 법적근거 없어 발만 동동
예보 “80% 우선변제 하겠다”지만
“개인사에 재정 투입 반대” 주장도


착오송금이란 말 그대로 인터넷·모바일뱅킹, 간편송금 등 비대면 거래를 통한 금융거래가 증가함에 따라 거래과정 중 송금인의 실수로 송금금액, 수취금융회사, 수취인 계좌번호 등이 잘못 입력돼 이체되는 것을 말한다.

그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KB국민은행·NH농협은행·IBK기업은행·SC제일은행·한국씨티은행·Sh수협은행·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은행권에서 2015년~2019년 6월까지 착오송금 반환 청구건수는 총 40만3953건, 금액으로는 9561억원에 달했다. 2015년 6만1278건(1761억원)에서 2018년에는 10만6262건(2392억원)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미반환이다. 이중 절반가량만 계좌 주인에게 돌아가고 나머지는 은행에 쌓인다. 원래 주인이 돌려받지 못하는 건수(2015년~2019년 6월까지)는 22만2785건, 액수로는 무려 4785억원에 달한다.

 

송금된 이후 이를 회수하려면 수취인의 동의가 필요한 탓에 은행에서는 착오로 이체된 돈을 허락 없이 임의로 빼서 원래의 주인에게 반환할 수 없는 구조다. (사진=연합뉴스)

은행권 “개입할 법적근거 없다”

이유는 뭘까. 일단 수취인이 착오로 송금된 돈을 사용할 경우 ‘형법상’ 횡령죄에 해당된다. 부당이득으로 송금인에게 반환해야 하는데 송금된 이후 이를 회수하려면 전적으로 수취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은행에서는 실수로 이체된 돈이라 하더라도 수취인의 허락 없이 임의로 출금해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줄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따라서 수취인이 반환을 거부하거나, 계좌가 휴면상태인 경우, 수취자와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 수취계좌가 압류계좌인 경우 등의 상황에는 돈을 되찾지 못하게 된다.

소송(부당이득반환청구)과 3000만원 이하인 경우 소액사건심판 등을 통해서 반환받을 수 있긴 하다. 그러나 소를 제기하는 절차가 복잡하고, 금전적 비용은 물론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소액인 경우 더욱 쉽지 않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CNB에 “업무상 과실이면 은행이 책임져야 하지만, 송금인 실수라고 하더라도 정상적으로 입금이 되면 (은행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해결해줄 법적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각 은행마다 비대면 거래 시 받는 사람 이름, 계좌번호 등 확인절차를 구비해놨지만 돈을 보낼 때 신중히 다시 한 번 살펴보는 것은 개인의 몫”이라며 “분쟁을 줄이고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안전장치가 생기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착오송금으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자 금융위원회도 대책을 제시했다.

2018년 9월 발표한 ‘착오송금 구제방안’은 수취인 거부로 반환되지 않은 착오송금 관련 채권을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가 매입(송금액의 80%)해 송금인의 피해를 신속히 구제하고 이후 착오송금 수취인을 상대로 소송 등을 통해 착오송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돌려받지 못했다면 80만원을 예보로부터 받을 수 있고, 예보는 추후 법적 절차를 통해 미반환인으로부터 80%~100%를 환수해 착오송금 채권의 매입자금으로 다시 활용한다는 얘기다.

이 방안이 실행되면 연간 착오송금 발생건수 대비 약 82% 구제가 가능해 진다.

수행기관인 예보 위성백 사장은 이 사안에 대해 적극적이다. 그는 올해 초 “예금자보호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지난해 완성하지 못한 법제화에도 노력해야 한다”며 “착오송금 구제제도는 평시의 예금 거래 실수에 따른 예금자의 피해도 공사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신속히 구제하겠다는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예금자 보호 노력”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착오송금 구제사업 개요. (자료=금융위원회)


관련법 자동폐기 수순

이처럼 금융당국이 열의를 보이고 있지만 여태 도입이 안 되고 있는 까닭은 이 제도가 법 개정 사안이기 때문이다.

국회에는 금융당국의 ‘착오송금 구제방안’이 실천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담은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민병두 의원 대표발의)’이 2018년 12월에 제출돼 있으나 논의에 진전이 없어 20대 국회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자동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정쟁과 파행으로 얼룩져 입법기관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20대 국회 탓도 있지만 반대의 벽을 넘지 못한 부문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정무위원회 등에 따르면 착오송금은 본질적으로는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에 해당해 사인(私人)간 반환청구 및 민사적 구제방식을 통해 해결될 대상으로 이를 특별히 취급할 것인지에 대해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왜 국가가 나서서 개인 실수로 인한 피해를 구제해 주냐는 점으로 착오송금 관련 반환채권을 다른 채권에 비해 강화해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논란이 있는 것.

재원 확보에 대한 적절성 시비도 있다. 계류돼 있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에서는 피해구제 재원은 정부 출연금과 자금이체 금융회사의 출연금 등으로 착오송금구제계정을 조성·설치토록 하고 있다.

예보에 따르면 연간 6만건 정도가 신청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며 필요금액은 약 350억원이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부칙 조항에 의해 소급해서 1년에 대해서도 동시에 보호하게 됨에 따라 2년 치가 초기에 필요, 최초 사업 재원은 70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재원 마련이 발목을 잡고 있는데, 정부의 재정(국민의 세금) 또는 금융사 이용자 전체의 부담으로 구제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부정적 시각이 존재한다.

 

국회 전경. (사진=CNB포토뱅크)


예보 “재정 투입 없이도 해결 가능”

야당은 물론 기획재정부도 정부 재정 투입에는 고개를 젓고 있는데, 금융위에서는 그렇다면 정부 출연을 배제해 운영하겠다고 밝히며 법안 통과를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예보에서는 지난해 12월 금융사 출연까지도 받지 않겠다고 초강수를 뒀다.

자체적으로 재원을 충당하겠다는 것으로, 최종적으로 최대 100% 회수를 하면(착오송금인에게 미리 지급 80%) 환수금을 보전하고 더불어 착오송금인이 못 받는 20%가 소송비용에 해당해 이를 수수료 개념으로 확보, 충분히 구제사업을 실행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추가적 보안책을 내세우며 입법화를 원하고 있지만 지난해 10월 이후 법안 심의는 재개되지 않고 있다. 20대 국회가 저물고 있는 가운데, 여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한 21대 국회에서 새로 입법 발의를 통해 재추진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예보 관계자는 CNB에 “TF를 구성해 착오송금 구제제도를 추진하고 있다”며 “아직 20대 국회가 안 끝났기 때문에 법안 통과를 위해 최선의 노력 다할 방침”이라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정부 재정도, 금융사 출연도 없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소요금액을 자체적으로 충당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선 “소송 등을 통한 금액 환수와 수수료 성격의 20% 등으로 운영이 충분하다”며 “이러한 구조로 해법을 만들려고 연구·검토 중이다. 제도가 입법화가 되면 세부적인 내용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착오송금액의 80%만 변제해주기 때문에 예보가 승소해 전액환급 받으면 나머지 20%는 수입으로 잡힌다는 얘기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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