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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현장] 젊은 작가 등용문…금호미술관의 ‘금호영아티스트’展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문화 산실…네 공간서 만나는 ‘4인4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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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20.04.25 11:27:09

다음달 5일까지 서울 삼청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리는 ‘2020 금호영아티스트’展에는 조민아, 김세은, 박아람, 노기훈 등 작가 네 명이 참여한다. 사진은 박아람의 '타임즈' 전시장 일부. (사진=선명규 기자)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들)의 등장을 알리는 서막일까? 금호미술관이 개최하는 신진작가 지원전 ‘금호영아티스트’가 서울 삼청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까다로운 심사단계를 거쳐 올라온 작가 네 명의 각기 다른 작품 세계가 ‘4인4색전’ 형태로 펼쳐진다. 도시와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네 시선이 회화, 사진 등에 담겨 나왔는데, 층마다 작가 개인의 전시실이 따로 있어 개별적인 관람이 가능하다. 지난 21일 층계를 오르내리며 재기발랄한 작품들을 만났다. (CNB=선명규 기자)

73명 거쳐 간 미술계 등용문
까다로운 심사 거친 작가들이
각각의 공간에 펼쳐낸 ‘4색전’
사진·회화 등 폭넓게 내걸려



의미를 추측하며 접근하는 과정이 감상의 일부다.

1층에 마련된 조민아의 ‘빼기, 나누기 그리고 다시 더하기’는 관람객에게 해석의 여지를 던진다. 한 화폭에 여러 상징물과 장면들이 우화처럼 담겨 궁금증을 자아낸다.

가령 얼굴만 거위인 인간이 손님인 거위들을 초대해 만찬을 베풀고 있다. 깨지기 쉬운 도자기들은 위태롭게 쌓여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 표정 없는 사람들은 풀숲에서 무언 가를 찾거나 조명 아래서 춤추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모두 한 화면에 담긴 장면. 이들을 연결하는 알고리즘이라도 찾으면 비밀의 실마리가 풀릴까?

하지만 그런 수고는 필요 없다. 공식도 없고 정답도 없다. 모순과 부조리가 공존하는 복잡한 사회 구조의 단면들을 콜라주 기법처럼 이어 붙였기 때문이다. 반인반수 같은 등장인물은 다분히 모순적이며, 불안하게 쌓인 도자기는 불안정하게 형성된 사회계급의 층위로 읽히기도 한다.

작가는 전체를 계획하고 그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림 속 각각의 장면들이 곧이곧대로 의미 있는 이유다. 작품을 바라보며 복잡한 심경만을 느낀다면, 그 또한 틀리지 않을 것이다.

 

모순과 부조리가 공존하는 사회 구조를 우화처럼 담아내는 조민아 작가의 '빼기, 나누기, 그리고 다시 더하기' (사진=선명규 기자)

 

익숙한 대상도 달리 보면 달라 보인다.

2층 전시실 마룻바닥엔 은색 판이 조각난 퍼즐처럼 붙었다. 김세은 작가가 따뜻한 분위기의 전시공간을 차갑게 희석하고자 설치한 것이다.

그 위에 그림 ‘잠수교’가 내걸렸다.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과 서초구 반포동을 잇는 다리가 한강물처럼 투명한 판에 거울처럼 비친다.

풍경화처럼 생김새 그대로를 옮긴 것은 아니다. 거대한 건축물이 멈춘 게 아니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다리가 생성되는 과정의 운동성, 차량이 교통하는 속도감이 전해지는 듯하다.

김 작가는 도시의 풍경이 움직이는 상상을 통해 작업하기 때문에 이러한 생동감이 돋아난다. 특정 대상을 멀리서, 가까이서, 또는 빠르게 이동하면서 등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지난한 과정도 사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요인이다.

 

김세은 작가의 '잠수교'가 진행되는 2층 전시실 바닥에는 은색 판이 붙어 전체적으로 차가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진=선명규 기자)

 

작품은 놀이를 통해 완성된다.

3층의 두 전시실에는 각각 큰 공과 작은 공이 있다. 관람객은 공을 구심점으로 벽에 걸린 네모반듯한 ‘칸’들을 바라보게 된다. 하나의 색이 완벽하게 칠해진, 혹은 그라데이션처럼 연해지고 진해진 ‘캔버스’들이 정렬해 있다. 엑셀 프로그램 화면을 띄워놓은 듯한 모습이다.

직관적으로 풀이되지 않는 만큼 의도가 꽤 심오하다. 박아람 작가의 ‘타임즈’는 스프레드 시트(통계, 도표 등의 작업을 수행하는 응용프로그램)의 ‘셀’이 행과 열을 이루는 구조에서 착안했다.

감상을 배가시키는 방법은 관람자의 적극적인 참여. 작가는 보는 이의 시선이나 생각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발견하며 유희하기를 바란다. 실제로 전시장에는 무릎을 꿇거나 머리를 주억거리는 등 저마다의 방식대로 작품을 관람하며 나름의 규칙을 찾는 이들이 많다.

 

노기훈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요코하마 사쿠라기초역에서 도쿄 신바시역으로 걸어가며 담은 야간 풍경을 선보인다. (사진=선명규 기자)

 

이국의 땅을 거니는 경험이다.

지하 1층, 노기훈 작가의 ‘달과 빛’ 전시장 입구에 달린 장막을 걷고 들어가면 어둠 속에 사진 10장이 올곧게 서 있다. 성인 허리 높이에 이를 만큼 크다. 만개한 벚꽃, 인적 드문 골목길, 불 밝힌 상점처럼 국내 도시에서 볼법한 익숙한 장면들이 담겼지만 이국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찬찬히 보면 간판이나 자판기에 일어가 적혀 있다. 노 작가가 요코하마 사쿠라기초역에서 도쿄 신바시역으로 걸어가며 야간의 풍경을 포착한 모습들이기 때문이다.

김희원 금호미술관 큐레이터는 “노 작가는 무엇을 찍을 지 고민할 때 지리적인 경로를 설정하고 수행하듯이 따라가며 발굴한다”고 했다.

선행자의 길을 따라 낯선 듯 익숙한 피사체 사이사이를 배회하노라면, 이 전시는 관람과 체험을 오가는 줄타기가 된다. 다음달 5일까지.

(CNB=선명규 기자)

 

 

금호영아티스트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산하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사장 박삼구)이 운영하고 있는 금호미술관은 영재는 기르고, 문화는 가꾸고라는 재단 설립 취지에 맞추어 일찍이 미술분야의 영재 발굴과 육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특히 젊은 작가들의 개인전 개최와 소정의 창작지원금을 지원하는 금호영아티스트는 지난 2004년 시작했다. 그동안 총 17회 공모를 통해 뽑힌 작가 73명의 전시가 열렸다. 우종택, 박광수, 박혜수 등이 이 프로그램을 거쳐 갔다.

 

선정 기준은 두 가지로, 35세 이하의 한국 국적이면 된다. 평면, 입체, 다중매체 등 장르에도 제한이 없다. 금호미술관 학예연구실에 의한 1차 서류 심사가 끝나면 이론가, 작가, 미술 언론인 등으로 구성된 외부 심사위원단이 2차 포트폴리오 심사를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스튜디오 방문 및 작가 인터뷰로 진행되는 3차 심사로 금호영아티스트를 최종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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