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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CEO] 생명존중 60년 한길…김승호 보령제약 회장의 애민(愛民)정신

제약업계 최고령 오너, ‘사회적 가치’로 기업경영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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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20.04.24 09:37:14

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사진=보령제약)

보령제약 창업주인 김승호 회장은 88세의 고령임에도 경영일선에서 직접 뛰고 있는 제약업계 최연장자 오너다. 제약산업은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산업이기에 경제적 의미보다는 인간존중의 사회적 가치가 우선돼야 한다는 신념 하에 다양한 사회공헌과 왕성한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다. (CNB=정의식 기자)

‘한국의 슈바이처’ 보령의료봉사상
국민건강 위해 ‘투석사업’ 집중 투자
88세 현역경영인, 카나브 ‘대박’ 주도


‘종로5가 보령약국’이라는 라디오 광고 멘트를 들어보지 못한 한국인은 아마 없을 것이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에서 1번출구로 나오면 바로 보이는 이 ‘대한민국 대표약국’의 창업자는 1932년생으로 올해 88세를 맞은 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이다.

1957년 김 회장은 신혼집을 판 돈 300만환으로 보령약국을 창업했다. 자신이 태어난 고향 충청남도 ‘보령’에서 이름을 땄다. 5년 만에 보령약국은 전국 최대의 소매약국으로 성장했고, 여세를 몰아 김 회장은 1964년 보령제약을 세워 제약업에 진출한다. 이후 용각산과 겔포스 등 수많은 히트작이 나왔고, 2020년 현재 이 회사는 보령메디앙스 등 7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종합제약그룹으로 성장했다.

단순히 규모만 키운 게 아니다. 보령제약은 지난 50여년간 국내 제약·의료 분야에서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을 알고 일찍부터 사회기여에 앞장서온 기업이기도 하다.

 

2007년 23회 보령의료봉사상 본상을 수상한 故 이태석 신부.(사진=보령제약그룹)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보령의료봉사상’이다. 1985년 보령제약은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전국 각지에서 묵묵히 인술(仁術’)을 펼치고 있는 의사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 ‘보령의료봉사상’을 정식 제정했고, 이를 통해 헌신적인 노고에도 불구하고 치하받지 못했던 위대한 의료인들의 업적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수단에서 교육활동과 의료활동을 펼친 고 이태석 신부, 케냐의 오지에서 인술을 펼친 ‘마마웨뚜(우리들의 어머니)’ 유 루시아 수녀, 27년간 무의탁자와 노숙인을 치료한 성가복지병원 박용건 내과과장 등 수많은 ‘한국의 슈바이처’가 수상한 이 상은 국내 제약·의료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통한다.

 

2020년 36회 보령의료봉사상 시상식 기념사진(왼쪽 첫번째부터 보령제약 이삼수 대표, 보령홀딩스 김은선 회장, 보령제약그룹 김승호 회장, 한국여자의사회 이향애 회장(본상 수상자), 한국전립선관리협회 권성원 회장(대상 수상자), 글로벌케어 백은성 대표(본상 수상자), 대한의사협회 박홍준 부회장, 보령제약 안재현 사장, 대한의사협회 박종혁 홍보이사 겸 대변인).(사진=보령제약그룹)

2020년 제36회 보령의료봉사상 대상의 수상자는 2003년부터 비뇨의학과 의료진들을 직접 모아 전국을 순회하며 도서벽지 전립선 무료진료 및 건강강좌 사업을 17년째 펼쳐오고 있는 한국전립선관리협회 권성원 회장이었다.

2002년엔 한국암연구재단과 함께 ‘보령암학술상’을 제정했다. 이 상은 국내유일의 종양학 분야 학술상으로 매년 그 권위를 더해가며 종양학 분야 학술 활동을 진작해오고 있다. 지난해 4월 진행된 제 18회 보령암학술상 시상식에서는 국립암센터 최일주 교수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최 교수는 조기위암 환자에서 헬리코박터 치료가 위암 예방 효과가 있음을 증명하는 등 전 세계 위암 예방 표준을 제시하기 위한 연구업적을 인정받았다.

투석 국산화에 ‘앞장’

이외에 보령제약은 의료·학술 분야의 발전을 위해 대한신장학회, 대한고혈압학회 등의 활동도 꾸준히 지원하고 있으며, 특히 투석사업에 집중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투석사업은 수익성이 낮고 글로벌 제약기업의 점유율이 높은 열악한 분야지만, 보령제약은 국민건강을 책임진다는 제약사의 사명감으로 국산화에 나섰다. 1990년 독일 제약사와 기술제휴를 맺고 국내 제약회사로는 처음으로 복막투석액을 생산했다.

특히 김 회장은 1992년 대한신장학회에 연구기금 1억원을 기증해 투석환자를 위한 신장연구를 독려하는 등 투석약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보령중앙연구소가 1999년 복막투석액 ‘페리시스’를 출시, 복막투석 국산화에 성공했다. 2005년 10월에는 국내 최초로 자체기술 완전국산화에 성공한 중탄산 복막투석 제품 ‘페리플러스’를 발매했다. 중탄산 복막투석액은 산성에 가깝던 일반 복막투석액의 수소이온 농도(pH)를 인체와 비슷한 pH 7.3~7.4까지 높여 생체적합성률을 높이고 부작용을 줄인 제품이다.

 

복막투석을 하고 있는 환자 모습.(사진=보령제약그룹)

2005년에는 복막투석용 튜브에 대한 국내특허도 취득했다. 복막투석에 사용하는 약물 전달 시스템 중 가장 중요한 연결장치에 관한 특허로, 기존에 사용하던 연결방식에서 연결 횟수와 노출 횟수를 한단계 줄임으로써 복막 감염의 위험을 줄이고 사용편의성을 향상시킨 차세대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김 회장은 사회복지와 봉사활동을 통한 기여에도 앞장섰다. 지난 2007년 보령제약 창업 50년을 맞아 사재 30억원을 출연해 사회복지법인 ‘보령중보재단’을 설립했다. 이후 이 재단은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교육 및 지원 사업과 다문화가정 자녀, 이주 여성을 위한 교육사업 및 물품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보령제약 예산캠퍼스가 위치한 예산지역 아동들을 위한 후원을 늘리고 있다.

국외 봉사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1994년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 국의 명예총영사로 임명된 이후 현재까지 의약품 지원 등 민간외교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7년 10월에는 콩고공화국 정부로부터 의약품 무상 원조에 대한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2013년에는 보령홀딩스 김은선 회장이 에콰도르 명예영사로 위촉돼 제약 분야 협력과 양국간 관계 증진에 힘쓰고 있다.

계단 뛰어다니는 88세 현역PM

한편, 제약업계 ‘최연장자 오너’로 구순을 코앞에 둔 김 회장은 여전히 ‘현역 PM’으로 뛰는 ‘노익장’이기도 하다. 제약사에서 PM(Project Manager)은 제품 개발·기획과 시장조사는 물론 마케팅과 홍보, 영업 등 모든 전략과 실행을 책임지는 위치다. 대개의 국내 제약사에선 PM은 40대 중견 관리자가 맡지만, 김 회장은 88세의 나이에 고혈압신약 ‘카나브’의 총괄 PM(Executive PM)을 맡았다.

김 회장이 제약업계 최고령 PM으로 뛰는 이유는 카나브와 패밀리 제품 듀카브, 투베로의 매출 드라이브를 위해서다. 실제로 지난해 카나브 패밀리는 보령제약의 실적을 견인한 효자가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보령제약은 2019년 매출 약 5234억원, 영업이익 39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9%, 58.7% 성장했다. 보령제약 측은 “고부가가치 제품인 카나브 패밀리의 제품 비중이 크게 확대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보령중보재단이 후원한 예산군 지역아동센터연합회 한마음체육대회’에서 예산군 소재 지역아동센터 어린이 등 참석자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사진=보령제약그룹)

‘카나브 효과’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카나브 패밀리의 올해 1분기 원외처방액은 18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151억원보다 25.16% 늘었다. 보령제약은 올해 카나브 매출이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령제약 관계자에 따르면, 김 회장은 요즘도 급한 업무가 생기면 지상 18층 규모의 보령빌딩 내 2~3개 층을 뛰어다니며 이동한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도 아깝다는 것. 이 관계자는 “(김 회장이) 평소 ‘창업주에게 은퇴는 없다’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며 “이 말은 회사의 성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겠다는 의지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CNB=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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