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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대산업개발,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설’ 배경은?

코로나19로 몸값 떨어져…매매가 내려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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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20.04.06 09:40:21

3월 24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멈춰 서 있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의 글로벌 유행으로 전세계의 하늘길이 끊긴 가운데 국내 항공업계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는 물론 진에어, 이스타, 티웨이 등 LCC업계까지 급여 반납과 무급 휴직 등 자구책을 마련하기 바쁜 상황이다. 때마침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 중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HDC 측은 원래 계획대로 인수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CNB=정의식 기자)

벼랑 끝 항공업계, 구조조정 ‘초읽기’
상황 악화되며 아시아나 매각 안개속
HDC와의 매매가 원점서 재검토 되나


항공업계가 역대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팬더믹으로 각국이 서로 문을 닫아걸으면서 국내외 항공편이 대부분이 끊기거나 줄어든 탓이다. 공항이 텅 비고, 국내선·국제선 운행이 평소의 10%로 줄어들어 ‘개점휴업’ 상태에 놓인 주요 항공사들은 유급휴가, 무급휴가, 단기휴직에 이어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라는 극약처방까지 꺼내들고 있다.

우선 대한항공은 지난 1일 노동조합과 개최한 긴급 노사협의회에서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한 최대 6개월의 순환 유급휴직 시행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급휴직 기간 동안에는 임금의 70%가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한항공은 근무 중인 외국인 조종사 387명 전원에게 6월 30일까지 3개월 동안 의무 무급휴가를 실시한 바 있다. 임원 급여 반납은 물론 객실 승무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단기 무급휴가도 시행 중이어서 이번에 공개된 최대 6개월 순환 유급휴직 안은 사실상 마지막 대책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역시 1일부터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15일 이상 무급휴가에 들어갔다. 이는 월 급여가 50% 인하된다는 의미로, 앞서 이 회사 임원들은 급여 반납 비율을 50%에서 60%로 올린 바 있다.

 

LCC(저비용항공사)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진에어의 객실 승무원은 이미 3월부터 순환 휴직을 시작했으며, 제주항공은 전 직원 대상 유급휴직과 경영진 급여 30% 반납을 실시 중이다. 에어부산은 전 직원이 40일간 유급휴직, 에어서울은 직원의 90%가 무급휴직 중으로, 두 회사 모든 임원이 사직서를 내고 급여 일부를 반납했다. 티웨이항공도 주당 근무일을 4일로 단축하고 희망자 대상 무급휴직을 시행 중이다.

가장 심각한 LCC는 3월 초 제주항공(애경그룹 계열)에 인수된 이스타항공이다. 이곳은 이미 2월 급여 60% 미지급, 3월 급여 미지급이 이어지던 상황이었는데, 코로나19 위기가 짙어지자 결국 전체 직원 1680명 중 45%인 750여명에 대한 희망퇴직과 정리해고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미 이 회사는 지난 1일 1~2년차 수습 부기장 80여명의 계약을 해지한 상태다. 앞으로 17일까지 2회에 걸쳐 희망퇴직을 공고·접수하고, 24일 구조조정을 단행할 예정이다. 희망퇴직자가 많지 않으면 다음달 31일까지 정리해고가 진행될 예정이다.

유증 연기에 ‘인수 포기설’ 솔솔

이런 상황에서 업계의 관심은 아시아나항공의 향배에 쏠리고 있다. 지난 연말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자로 확정되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항공사가 직격타를 맞으면서 HDC 측이 인수를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IB(투자금융)업계에서는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유상증자 일정 연기를 공시한 것을 두고 ‘인수 불발’로 가는 신호탄이라 지목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27일 아시아나항공과 HDC-미래에셋 컨소시엄(HDC현대산업개발, 미래에셋대우)은 총 2조1772억여원에 달하는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면서, HDC컨소시엄이 1차로 1조4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오는 4월 7일까지 실시하고, 아시아나항공은 이 자금 중 1조1700억원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대상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게 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7일 정정공시를 통해 자금납입일을 ‘거래 종결의 선행 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 또는 당사자들이 합의한 날’로 변경했다. 사실상 이는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가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어서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 정정공시.(사진=DART)

아시아나항공 측은 연기의 이유를 “중국 등에서 진행된 기업결합심사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지연된 때문”으로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위기를 심각하게 생각한 HDC가 사실상 인수 포기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1차 유상증자가 연기됨에 따라 약 7107억여원 규모의 2차 유상증자도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아시아나항공의 주가 급락 및 기업가치 하락이다. 당초 HDC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금액으로 2조5000억원을 써냈으나 4월 2일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3430원으로 시가총액도 7646억원에 불과하다. 불과 3개월 만에 주가는 반토막 수준이 됐고, 영업손실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위기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 자칫 인수를 강행했다가는 HDC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HDC “인수 연기된 것 아니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일단 이런 예측을 부정하고 있다. 인수는 일각의 예측처럼 연기된 게 아니라 원래 계획대로 순항하고 있다는 것.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CNB와 통화에서 “유상증자 일정이 연기됐다는 건 IB업계의 예단에 불과하다”며 “인수 일정은 변동 없이 원래 일정대로 추진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회사 내에서 많은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인수 불발은 검토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2019년 11월 12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 김대철 HDC현대산업개발 대표, 정몽규 HDC그룹 회장, 유병규 HDC그룹 부사장, 정경구 HDC현대산업개발 경영관리본부장.(사진=HDC현대산업개발)

실제로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가 변함없음을 여러 차례 천명해왔다. 지난 3월 25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이 회사 정기주주총회에서 권순호 사장이 “인수합병의 성공적 완수와 경영 정상화, 미래 성장전략을 과감하게 실행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업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 측이 보다 합리적인 인수가액 산정을 위해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과 재협상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업계 상황이 크게 바뀐 만큼 HDC 측이 산은·수은 등에 재협상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HDC는 물론 산은·수은 모두 이번 인수가 불발됐을 때 입을 피해가 큰 만큼 적정 수준에서 타협할 것”으로 내다봤다.

(CNB=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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