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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두의 세상읽기] “바보야, 문제는 인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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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구병두기자 |  2020.02.20 09:06:50

경제학자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 “인구통계의 변화는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인구구조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한 바 있다.

흔히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근래에 등장한 문제로 알고 있지만 실은 고대 로마시대에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서기 1세기 무렵 로마제국은 60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6∼8퍼센트를 차지했다고 한다. 지금도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7퍼센트를 넘으면 고령화 사회라고 하는 만큼 평균수명이 짧았던 당시의 로마제국은 고령화 사회를 훨씬 넘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로마제국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 ‘노총각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심지어 로마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Augustus) 집권기에 로마제국 번영이 시작되면서 출산율이 더 떨어지자, 결혼하지 않으면 부모 재산을 아예 상속받을 수 없게 하고 자녀가 없으면 고위 공직자가 될 수 없도록 제한을 뒀다. 동시에 아우구스투스는 자녀를 3명 이상 낳은 로마 시민권자에게 각종 특권을 부여하는 ’세 아이 법‘까지 제정했지만 출산율을 높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정부가 고령화된 로마 시민들의 노후 복지비용을 감당하지 못하자 민간 대부업자로부터 돈을 빌려 국가 재정을 충당하였고 이로 인해 국가 부채가 급속도로 증가하여 빚을 갚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4세기경에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견디지 못해 화폐경제가 붕괴되고 급기야 천 년 역사의 서로마제국의 멸망을 앞당기는 한 원인이 되었다고 하니 인구문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의 흥망성쇠에도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피터 드러커는 고령화와 저출산이 가속화되어 노인 부양 부담이 커지면 청년들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계적인 투자전문가 빌 그로스(Bill Gross)도 인구통계의 중요성을 정확히 지적하면서 고령화는 각국의 경제성장률을 조용히 잠식해가는 ‘침묵의 살인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한산한 서울 시내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 (사진=연합뉴스)

 

인구감소가 국가경제 위협…이대로 둘 것인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인구문제연구소의 데비드 콜먼(David Coleman)은 2006년에 우리나라를 저출산으로 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로 꼽았다.

그나마 그 시점에서 보면 낙관적인 전망이었다. 2018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98명으로 1.0명에도 못 미치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

일단 저출산·고령화가 시작된 나라에서는 더 이상 경제적 역동성을 기대할 수 없다. 일본의 경우는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부동산 버블붕괴가 맞물려 1989년 버블붕괴 이후 20년이 넘는 장기불황을 겪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이 일본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2006년에 기록한 1.26명이 최저치였고 그 이후부터 조금씩 상승하면서 1.4명 수준으로 안정성을 보이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98명을 기록한 상황에서 멈추기는커녕 오히려 하락세에 속도가 붙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해온 베이비붐세대가 직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기존의 일자리는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새롭게 생겨나는 직업은 줄어든 일자리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이미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Tomas Frey)가 2030년까지 전 세계 일자리 20억 개가 없어지고 500대 기업 절반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전망한 것도 일자리 부족 현상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고 있어 더는 과거처럼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경제구조를 유지하기 어렵다. 특히 인구문제는 지난 역사 속에서 해결방안을 찾아야할 것 같다.

에드워드 카(Edward Hallett Carr)도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하지 않았든가. 그러기에 작금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보다는 “바보야, 문제는 인구야!(It's the population, stupid!)”가 더 적절한 캐치프레이즈가 아닐까싶다.


* 구병두(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사)한국빅데이터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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