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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텔루라이드’로 미국서 대박 낸 비결 ‘셋’

철저한 현지화 전략…미국 소비자 맘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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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20.02.01 09:35:55

모터트렌드의 ‘2020 올해의 SUV’로 기아차 텔루라이드가 선정됐다.(사진=기아차)

기아차가 지난해 미국에서 출시한 대형 SUV ‘텔루라이드’가 유례없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폭주하는 주문에 연일 판매기록을 경신한 것은 물론이고, ‘2020 북미 올해의 차’, ‘모터트렌드 올해의 SUV’ ‘카엔드라이버 2020 10 베스트 카 & 트럭’ 등 쟁쟁한 시상식을 휩쓸고 있다. 덕분에 기아차는 지난해 유례없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수 있었다. 텔루라이드가 북미에서 성공담을 쓸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CNB=정의식 기자)

‘북미 올해의 차’ 등 3관왕 달성
기아차 ‘어닝 서프라이즈’ 견인
기획부터 美소비자 눈높이 맞춰
조지아 지역사회 배려에 호감도↑


지난 13일(현지시각) 미국 디트로이트 TCF센터에서 열린 ‘2020 북미 올해의 차(NACTOY, North American Car of the Year)’ 시상식에서 기아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텔루라이드’(Telluride)가 ‘유틸리티 부문’(이하 SUV부문)상의 수상자가 됐다. 현대차 팰리세이드, 링컨 에비에이터도 최종 후보에 올라 접전을 벌였으나 승자는 텔루라이드였다.

자동차 업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북미 올해의 차’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50여명의 자동차 미디어 전문가들이 해당 연도에 출시된 신차들 중 승용차, 트럭, 유틸리티 등 3개 부문의 최우수 자동차를 투표로 선정하는 상이다. 공정성과 신뢰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권위를 지녔다.

 

‘2020 북미 올해의 차' 수상 차량들.(사진=NACTOY)

앞서 텔루라이드는 세계 최고 자동차 전문지로 꼽히는 모터트렌드의 ‘2020 올해의 SUV’, 미국 유명 자동차 전문지 카앤드라이버의 ‘2020 10 베스트 카 & 트럭’도 수상한 바 있어 이번 수상으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다.

특히 기아차의 ‘북미 올해의 차’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의미가 컸다. 지난 2018년 스팅어가 2018년 승용차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혼다 어코드에 석패했다. 모터트렌드 ‘2020 올해의 SUV’ 역시 한국 브랜드로는 최초로 수상해 한국자동차 해외 진출사(史)에 한 획을 그었다.

영업이익 급증 “텔루라이드 덕분”

명성을 얻는 데만 그친 게 아니다. 실속도 짭짤했다.

지난 22일 공개된 기아차의 실적 공시에 따르면, 연결기준 2019년 영업이익이 2조97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73.6%나 급증했다. 영업이익률도 3.5%로 1년 전보다 1.4%포인트 상승했다.

매출액은 58조1460억원으로 7.3%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순이익은 1조8267억원으로 58%나 늘어 고수익 차종을 통해 얻은 이익이 컸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2019년 기아차의 연간 판매대수는 277만2076대(국내 52만205대, 해외 225만1871대)로 1.4% 줄어든 상태였다.

 

텔루라이드.(사진=기아차)

판매가 줄었음에도 영업이익이 급등한 이유를 기아차는 ▲고수익 차종 확대 ▲경쟁력 있는 신차 출시 ▲우호적 환율효과 등으로 설명했다. 특히, 대형SUV 경쟁이 치열한 미국에서 6만대 가까이 팔린 텔루라이드의 기여가 컸다고 콕집어 지목했다. 이외에 인도 시장과 국내에서 소형SUV ‘셀토스’가 돌풍을 일으킨 것과 K5, K7, 모하비 신차가 좋은 반응을 얻은 것도 실적 상승에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기아차는 올해도 텔루라이드를 중심으로 수익성 제고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공급이 달리고 있는 미국 시장의 상황을 감안해, 조지아 공장에서 텔루라이드 생산을 연 8만대에서 10만대로 늘리고, 셀토스, 신형 K5, 신형 쏘렌토 등 신차도 지속적으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철저한 현지화 + 놀라운 가성비

업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텔루라이드를 사려면 최소 3개월을 기다리는 게 기본이다. 일각에서는 딜러에게 웃돈을 주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주문에 비해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어서다. 세계에서 가장 큰 SUV시장인 북미에서 지난해 2월 출시된 ‘신참’ 텔루라이드가 기존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꺽고 단번에 인기SUV로 떠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기아차에 따르면, 가장 큰 요인은 ‘철저한 현지화’다. 그동안은 한국에서 이미 개발된 차를 미국 시장에 맞게 다소 손을 본 후 출시하는 데 그쳤지만, 이번 텔루라이드는 기획 단계부터 미국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디자인됐다.

현대기아차의 연구개발(R&D) 기지인 경기 화성서 남양연구소에서 2015년부터 개발된 이 차는 내·외부 디자인은 물론 각종 편의기능과 주행감각, 승차감 등 모든 사양을 철저히 미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췄다.

 

텔루라이드 차량 내부.(사진=기아차)

손이 큰 미국 고객들을 위해 큼지막하게 디자인된 각종 조작 버튼, 다이얼 등과 뒷좌석에까지 배치된 컵 홀더, USB 충전단자 등은 연구원들이 포드, 토요타 등 경쟁사의 대형SUV로 미국 각지를 5000km가량 횡단하면서 미국의 자동차 소비 패턴과 문화를 파악한 끝에 도출한 결과물이다.

또 다른 성공요인은 ‘놀라운 가성비’다. 경쟁차량들이 상위 트림에서나 제공하는 편의·안전 옵션을 텔루라이드는 기본형 LX 트림에서도 제공한다는 것. 최고급 SX 트림의 경우 럭셔리 SUV 브랜드와 비교해도 좋을 만큼 상품성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례로 미국의 자동차 전문 평가기관 ‘켈리 블루북(Kelly Blue Book)’은 지난 11월 텔루라이드를 ‘2020 베스트 바이 어워즈’에서 ‘베스트 뉴 모델’과 ‘3열 미드사이즈 SUV’ 부문 수상 차량으로 선정하면서 “멋진 스타일, 뛰어난 주행 성능, 풍성한 편의 장비와 안전 기술 등 다양한 매력으로 편집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게다가 가격마저 합리적”이라 평가했다.

조용한 감동 준 슈퍼볼 CF

마지막으로, 기아차 특유의 ‘지역친화적 마케팅’도 텔루라이드의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슈퍼볼 광고다. 그간 기아차는 슈퍼볼 경기 때마다 귀여운 햄스터가 등장하는 코믹한 ‘쏘울(Soul)’ 광고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2019년 슈퍼볼 광고의 주인공은 쏘울이 아닌 텔루라이드였다. 게다가 이 광고는 코믹하기는커녕 아주 심각하고 진중한 내용을 담았다.

“우리는 유명하지 않다. 이곳에 유명인사는 없다. 우리의 명예를 위한 조각상은 하나도 없다. 우린 그저 작은 조지아 마을일 뿐이다”로 시작되는 나레이션은 조지아의 낙후한 풍경과 현지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후 화면은 조지아 공장의 노동자들과 현지 주민들의 자신감있는 표정과 텔루라이드의 힘찬 주행 모습을 보여주며 “당신은 우리가 유명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우리는 엄청난 힘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무지막지한 것을 만든다”라는 멘트로 마무리된다.

 

2019 슈퍼볼 텔루라이드 광고 장면들.(사진=기아차)

기아차 웨스트포인트 공장이 위치한 조지아 주는 ‘목화농장’으로 알려진 미국 남부의 대표적 농업지대다. 미국에서 가장 발전이 더진 지역의 하나로 전통 방직산업이 몰락한 이후 쇠락해가고 있었으나, 2009년 기아차 공장이 설립된 후 지역경제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기아차는 이번 2019 슈퍼볼 텔루라이드 광고를 통해 유명인들에게 수백만달러의 광고출연료를 지급하는 대신 그 비용을 조지아 주의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젊은 청년들의 장학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혀 감동을 줬다. 기아차가 운영 중인 관련 장학재단(thegreatunknowns.org)에 접속하면 이 지역의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장학금을 받은 청년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CNB=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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