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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우한 폐렴’이 복병? 인천공항면세점 입찰전의 흑과 백

‘1조원 대전’ 이면에는…말못할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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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0.01.28 09:48:54

중국의 한한령(한국행 단체관광 금지령) 해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인천국제공항 내 일부 면세점이 입찰에 돌입하면서 유통대기업들 간의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로  인한  사망자가 중국에서 급증하는 가운데 2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탑승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걷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을 둘러싼 신경전이 치열해지면서 면세점 사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면세점 시장은 한때 온갖 특혜 시비에 휘말릴 정도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됐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가 최근 중국 보따리상(따이궁)에 힘입어 다시 회복세에 접어든 상태다. 이처럼 롤러코스터를 타다 보니 이번 입찰전(戰)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면세점이 기업에게 계륵(鷄肋)이 될까, 효자(孝子)가 될까. (CNB=도기천 기자)

시진핑 방한 기대 ‘우한 폐렴’에 주춤
롯데·신라·신세계…저마다 출전 채비
“묻지마 참전” vs “냉정히 판단해야”


빼앗느냐, 빼앗기느냐.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8곳의 주인을 가리는 대전이 막을 올렸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17일 대기업 5개, 중소·중견기업 3개 등 총 8개 사업권에 대해 내달 26일까지 사업제안서 및 가격입찰서를 받는다고 입찰공고했다.

현재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는 12개 구역으로 나눠진 출국장 면세점이 있다. 1·5·7·8구역은 신세계면세점이, 2·4·6구역은 호텔신라가, 3구역은 호텔롯데가 운영 중이다. 9~12구역은 각각 SM면세점, 시티플러스, 그랜드관광호텔, 엔타스듀디프리가 영업을 하고 있다.

이번 입찰대상인 곳은 롯데면세점이 운영하는 3구역과 신라면세점이 관리하는 2·4·6구역, 신세계면세점의 7구역 등 대기업 구역 다섯 곳과, SM면세점과 시티플러스, 엔타스가 각각 운영하는 9·10·12구역 등 중소기업 구역 세 곳이다. 영업면적을 감안하면 8곳을 합쳐 약1조원 가량의 연매출이 예상된다. 인천공항 면세점 전체 매출은 2조8300억원(2019년 기준)으로 세계 1위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점. 이 중 일부 구역이 계약기간 만료로 입찰에 돌입했다. (사진=연합뉴스)
 

업계에서는 이번 입찰전에 롯데와 신라, 신세계는 물론 지난해 두산이 포기한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취득한 현대백화점도 뛰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상황이 다소 호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면세점 시장은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6년 6개였던 시내 면세점이 이후 13개(대기업 기준)로 2배 이상 늘어난 데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정부의 보복으로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결국 작년에는 스스로 문 닫는 면세점까지 속출했다. 늘어나는 적자를 견디지 못한 두산그룹의 ‘두타면세점’과 한화그룹(한화갤러리아)의 ‘갤러리아면세점63’이 사업권을 반납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조금씩 회복세가 감지되고 있다.

면세 시장 1위 롯데면세점은 작년 1~3분기 영업이익이 26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늘었다. 인천공항면세점도 2018년에 전년보다 11.5% 매출이 늘었고, 작년에는 전년보다 2% 가량 증가했다.

더구나 올해 상반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시 주석이 ‘한한령(限韓令) 해제’라는 선물을 들고 올 가능성이다. 한한령은 중국정부가 사드 보복의 일환으로 2017년 3월부터 시행한 한국행 단체관광 금지령이다.

공항과 항만 입국장에 면세품 인도장을 설치하는 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한 점도 호재다. 이렇게 되면 면세품을 해외여행 기간 내내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해소된다.

여기에다 과거 5년이었던 면세점 사업기간이 이번 입찰에서는 사실상 10년으로 늘어났다. 확정된 사업자는 5년 동안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고, 평가기준에 만족하는 경우 추가로 5년을 더 운영할 수 있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국내 면세점 시장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호텔롯데의 면세사업 실적 추이.

 

롯데 ‘설욕전’, 신라·신세계 ‘수성전’

이런 상황이다보니 면세점 ‘빅3’인 롯데와 신라, 신세계는 물론 현대백화점까지 입찰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우선 가장 적극적인 곳은 롯데다. 면세점 사업의 확장 여부가 그룹의 지배구조 혁신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의 숙원은 한국과 일본을 양대 축으로 하는 경영구조를 신동빈 롯데 회장 중심의 통합 체제로 일원화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호텔롯데의 상장(기업공개)이 필수적이다. 롯데는 ‘오너일가-광윤사-일본롯데홀딩스-호텔롯데-한국롯데지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호텔롯데는 한국 롯데의 중간지주회사 격이자 일본 롯데와의 연결고리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국내 일반주주의 지분율이 높이고 일본 자본의 비율을 50%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워둔 상태다. 이렇게 되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일본 기업’ 논란은 저절로 사라지게 되고, 한일 통합경영의 토대가 마련된다.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한일 통합 경영을 꿈꾸고 있는 롯데그룹으로서는 호텔롯데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롯데면세점의 영토확장이 필수적이다. 지난 18일 롯데면세점 창립 40주년과 경자년 새해를 맞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서 롯데면세점이 준비한 드론쇼가 펼쳐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호텔롯데의 주수입원이 면세점 사업이다. 롯데면세점이 호텔롯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2.9%에 달한다.

기업가치 평가는 기업공개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인 만큼, 상장을 성공시키려면 호텔롯데의 가치를 높여야한다. 결국 이번 입찰의 성패가 상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롯데면세점은 높은 임대료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2018년 인천공항에서 일부 매장을 철수했기에 이번을 설욕할 기회로 삼고 있다.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는 최근 공개석상에서 “인천공항 면세점 확보를 위해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라면세점은 현재 1터미널에서 운영 중인 3개 구역이 모두 입찰에 나오는 만큼 이를 반드시 수성해야 하는 입장이다.

신세계면세점은 기존 구역을 수성하며 인천공항 내 점유율을 확대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은 “관련내용을 살펴본 후 입찰참여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최근의 사업 확장세로 볼 때 참여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018년 강남 무역센터점을 개장한데 이어, 최근에는 두산이 포기한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인수해 오는 2월 동대문에 면세점을 연다.

 

인천공항면세점 입찰 열기에도 불구하고 최근 면세점 시장의 회복세가 중국 보따리상과의 거래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전망을 냉정하게 봐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폐점 수순을 밝고 있는 동대문 두타면세점의 최근 모습. (사진=김수식 기자)
 

“공항면세점과 시내면세점, 분위기 달라”

이처럼 이번 입찰은 향후 면세점 사업을 가늠할 잣대가 되고 있다. 입찰 열기와 참여기업의 수, 입찰 제안금액 등에 따라 향후 면세점 시장의 향배를 점칠 수 있기 때문. 특히 한한령 카드를 손에 쥔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분위기는 한껏 고무돼 있다.

하지만 시장을 보다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의 반등 분위기가 외국인 단체관광 증가에 따른 것이 아니라 중국 보따리상(따이궁)과의 거래 확대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업계에 따르면 면세점 업체들이 따이궁을 유치하기 위해 지불하는 송객수수료(면세점에서 여행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대기업 면세점의 경우 10% 중반대에 이른다고 한다. 면세점 사업이 ‘속 빈 강정’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관세청이 지난해 11월 진행한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입찰에 면세점 ‘빅3(롯데·신라·신세계)’가 모두 불참한 것은 이런 상황을 방증하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일명 우한 폐렴)’의 확산으로 인해 중국 정부가 27일부터 해외 단체여행을 금지한 점도 단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26일에는 충청남도로 올 예정이던 중국 단체 관광객 3000여명의 방문 일정이 전격 취소됐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CNB에 “한국을 찾는 개별관광객은 다소 증가했지만, 이들은 여행사를 통하지 않기 때문에 면세점 수익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면세점 시장의 큰손인 중국인 단체관광은 여전히 늘지 않고 있는데다, 우한 폐렴 사태까지 겹쳐 앞날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시내면세점과 공항면세점을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유통기업들이 리스크 우려에도 인천공항 면세점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수익보다는 상징적인 이유에서다. 전 세계인이 오가는 국제공항인 만큼 브랜드 홍보효과가 크고 국제공항 면세점 운영 경험이 있어야 해외 면세점 진출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항면세점 입찰 열기가 높다고 면세점 사업 전체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섣부르다는 얘기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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