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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당 1억 간다”던 건설사들…정신 차렸나?

‘강남 노른자’ 포기한 속내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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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20.01.24 09:16:24

서울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1주구 일대.(사진=연합뉴스)

새해를 맞아 서울 주요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다시금 치열한 수주전쟁이 시작됐지만, 예년과 달리 열기가 한풀 꺽인 분위기다. 한남하이츠,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등 한강변이나 강남의 재건축 단지에서는 주요 건설사들이 맹렬히 맞붙고 있지만, 입찰이 무산되거나 단독 입찰로 사업자가 선정되는 등 찬바람이 부는 지역도 많다. 부동산 시장이 한껏 위축된 가운데 ‘알짜’로 통하는 강남 지역에서까지 건설사들이 입찰을 포기하는 이유는 뭘까? (CNB=정의식 기자)

잇단 규제로 재건축 시장 ‘시계 제로’
건설사들, ‘묻지마 투자’ 접고 관망세
콧대 높던 조합들, ‘입찰 無’에 당황


지난 18일 한남하이츠 재건축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GS건설이 현대건설을 간발의 차이로 누르고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조합원 557명 중 91.6%인 510명이 참여한 이날 총회에서 GS건설은 281명(55.1%)의 지지를 얻어 228명(44.8%)의 지지를 받은 현대건설에 승리했다.

이로써 GS건설은 새해 들어 가장 주목받던 재건축 사업지인 성동구 옥수동 한남하이츠 재건축 사업을 따냈다. GS건설은 이 부지에 지하 6층~지상 최고 20층 아파트 10개동, 총 790가구로 구성된 ‘한남자이 더 리버’를 짓게 된다. 공사비는 3287억원이며, 착공은 2021년 11월로 예정됐다.

 

GS건설의 한남자이 더 리버 조감도.(사진=GS건설)

앞서 11일에는 서울 신사1구역 재건축 시공사 선정 총회가 열렸다. 두산건설과 금호산업이 경쟁을 벌였고,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총원 160명 중 137명)의 과반 이상인 72표를 받은 두산건설이 64표를 얻은 금호산업을 앞질러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이처럼 연초부터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고, 치열한 경쟁 속에 승자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격전지’는 역시 강남 지역이다.

지난 10일 열린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시공사 설명회에는 대림산업, 롯데건설, GS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무려 6곳의 대형 건설사가 참여해 열띤 경쟁을 펼쳤다.

이날 설명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곳은 단연 삼성물산이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2015년 서초 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에 참여한 이후 무려 5년 간이나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을 비롯해 무려 6곳이 대거 참여 의사를 밝힌 건, 이 사업이 총 사업비만 약 8000억원(2018년 7월 HDC현대산업개발과 수의계약 당시 공사비)에 달해 ‘한남3구역’과 함께 올해 들어 최대의 재건축사업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의 기존 1490가구 단지를 지하 3층~지상35층 17개동 2091개 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이 사업의 최종 시공사 선정은 오는 4월께로 예정됐다.

꽁꽁 언 시장…주판알 다시 튕겨

하지만 모든 재건축 사업지가 반포3주구처럼 건설사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것은 아니다. 일부 사업지는 입찰자가 한 곳밖에 나타나지 않아 입찰이 무산되거나, 단독입찰자를 수의계약자로 선정해야 할 판이다. 아예 어떠한 입찰자도 나타나지 않아 유찰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홍은13구역 재개발사업의 경우 지난 6일 마감된 입찰에 HDC현대산업개발만 단독 참여해 경쟁입찰이 무산됐다. 이 지역은 지난해 11월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도 참여율이 저조해 유찰된 바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르면, 조합의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경쟁입찰이 2회 이상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을 진행할 수 있다. 홍은13구역 재건축 조합 측은 결국 수의계약을 통해 HDC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별다른 결격 사유가 없다면 다음달로 예정된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갈현1구역 재개발 아파트단지 조감도.(사진=연합뉴스)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 역시 지난 9일 진행된 2차 재입찰에 롯데건설만 단독입찰하면서 시공사 선정이 유찰됐다. 총 공사비가 9182억원에 달하는 ‘강북 최대 재개발사업’으로 주목받았음에도 주요 건설사들의 관심을 끌기에 실패한 것.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막판까지 사업 참여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롯데건설만 입찰에 참여함에 따라 조합 측은 롯데건설과 수의계약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양상은 비단 강북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노른자’로 꼽히는 강남 핵심 지역에서도 유찰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달 11일 시공사 입찰을 마감한 서울 서초구 신반포 한신21차 재건축 사업의 경우, 입찰서를 제출한 건설사가 단 한 곳도 나타나지 않으면서 입찰이 무산됐다. 현장설명회에는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대형 건설사들이 참석했지만, 입찰에 참여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같은 달 13일 입찰을 마감한 서울 서초구 방배삼익 재건축 사업에서도 대림산업만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해 유찰로 최종 결정됐다. 이미 단독입찰로 인한 유찰이 2회 이뤄진 터라 조합 측은 수의계약을 검토 중이다.

입찰 포기 ‘조합 갑질’ 때문?

부동산 업계의 대표적인 ‘황금알’로 꼽히는 강남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입찰참여 저조로 유찰되는 이유는 뭘까? 건설사들은 ‘조합의 과도한 요구’를 그 이유로 꼽는다.

막대한 사업 규모와 수익성 때문에 건설사들이 강남 재건축·재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을 잘아는 조합들이 이를 빌미로 지나치게 과도한 요구를 내놓는다는 것. 공사비는 낮게 책정하면서, 자재나 마감 등은 최고급 수준으로 맞춰달라는 요구가 대표적이며, 심지어 일부 단지는 법률에 위배되는 수준의 특혜를 요구하기도 한다.

 

한남3구역.(사진=연합뉴스)

실례로 작년 10월 한남3구역 재건축 시공사 입찰 때 일부 건설사는 조합원 요구를 반영해, 일반분양가를 무려 3.3㎡당 7200만원으로 책정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100% 대물(건설사가 매입) 인수하겠다는 것. 또 다른 건설사는 ▲조합원 분양가 3.3㎡당 3300만원 이하 보장 ▲상업시설 분양가 주변 시세의 110% 보장 ▲조합원 전원 한강조망세대·테라스하우스·펜트하우스 100% 보장 등을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웠다. 결국 이런 약속은 사업의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 됐다.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결과를 국토부와 서울시가 원점으로 되돌린 것.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CNB에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일감 부족에 시달리면서도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수익성이 낮아 보이기 때문”이라며 “무리한 요구로 건설사들의 입찰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조합은 입찰이 무산되거나 수의계약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조합원들에게 더 큰 손해를 끼치는 악수(惡手)”라고 꼬집었다.

(CNB=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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