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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재계 전망⑤] 격랑의 하늘길…항공업계 지각변동 관전포인트 ‘셋’

승자의 저주냐 재도약이냐, 기로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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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전제형기자 |  2020.01.07 09:23:13

2019년 항공업계는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올해 역시 큰 변수들이 예고돼있어 업계 내 판도 변화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왼쪽에서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정몽규 HDC그룹 회장,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사진= 대한항공, HDC현대산업개발, 애경그룹)

경자년 새해에도 한국경제에 드리운 그림자가 좀체 가시지 않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내년 세계경제가 소폭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미국·중국 간 무역분쟁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우리 경제의 전망은 밝지 않다. 한국은행·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새해 국내경제는 세계경기 침체의 진정에도 불구하고 소비 부진이 이어져 2% 안팎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CNB는 업종별로 2020년 실적을 예측하고 있다. 이번 편은 큰 변화가 예고된 항공업계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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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같던 2019년…초라한 성적표

작년 한 해는 항공업계에게 고난의 시간이었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물동량 급감, 일본여행 불매운동, 보잉737 기체결함 파동, 오너 리스크 등 바람잘 날이 없었다.

이처럼 여러 악재가 겹치다보니 양대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대한항공은 2019년 3분기 당기순손실 2118억원을 기록했고, 누적 당기순손실은 6268억원에 달했다. 아시아나항공도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이 2325억원, 영업손실 570억원을 기록했다.

저가항공사(LCC)의 사정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LCC업계 1위 제주항공은 3분기 당기순손실이 301억원이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워낙 큰 변수들이 즐비해 실적 전망을 점치기가 쉽지 않다.

항공업계는 3가지 큰 변화가 예고된 상태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완료해 새 출발하며,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을 인수해 더 높은 비상을 꿈꾸고 있다. 여기에 더해 에어부산의 매각 가능성이 점쳐진다.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전경. (사진=HDC현대산업개발)

 

# 관전포인트1, HDC 품에 안긴 아시아나

이 중에서도 가장 핫한 이슈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도약 여부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7일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HDC현산 컨소시엄)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며 사실상 HDC그룹의 품에 안겼다. 아시아나항공과 HDC컨소시엄은 오는 4월까지 국내외 기업결합 신고 등 법적 절차를 거쳐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HDC그룹의 글로벌 모빌리티 그룹 비전을 향한 행보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2조원 이상의 신규자금을 투입해 아시아나를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갖춘 기업으로 재탄생 시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정 회장은 최근 신년사에서 “아시아나항공을 조속히 안정화시키고,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항공사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며 “HDC그룹과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도 빨리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의 희망대로 아시아나항공이 정상화될 경우, 대한항공과 1위 자리가 바뀔지가 업계 최대 관심사다. 대한항공의 자산규모는 2018년 12월 기준 25조5700억원이다. 지금은 아시아나항공(6조9250억원) 보다 3배 이상 덩치가 크지만, 현대산업개발의 지원 규모에 따라 대한항공과의 간격이 크게 좁혀질 가능성도 있다.

 

제주항공, B737-800. (사진=제주항공)

 

# 관전포인트2, 제주항공의 이스타 인수

저가항공업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추진이 화제다. 현재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해 실사를 진행 중인 제주항공은 이달 중 실사를 마무리하고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이스타항공 지분 497만1000주(51.17%)를 보유하게 된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달 18일 이스타홀딩스와의 양해각서(MOU) 체결 직후 이행보증금 115억원을 이스타홀딩스에 지급한 바 있다. 이스타홀딩스는 이 가운데 100억원을 이스타항공이 발행한 전환사채(CB) 매입에 사용해 이스타항공의 운영자금으로 수혈했다.

제주항공은 인수가 마무리되면 이스타항공의 부채 비율을 업계 평균 수준으로 낮추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계획이어서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이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항공업계 ‘빅3’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합산 점유율을 반영했을 시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선 점유율은 24.8%로 대한항공(23.6%), 아시아나항공(19.1%)을 앞지르게 된다. 국제선 점유율 역시 19.5%로 상승해 대한항공(33.4%)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23%)을 맹추격하게 된다. 또 제주항공은 총68대의 항공기를 확보하며 20여대를 운용 중인 업계 2위 진에어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게 됐다.

 

에어부산, 본사 전경. (사진=에어부산)

 

#관전포인트3, 에어부산의 재매각 가능성

에어부산이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올 지도 저가항공업계의 큰 관심사다.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다. 이번에 HDC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에어부산도 함께 가져갔다. 따라서 지금대로라면 HDC그룹(HDC지주회사)-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HDC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에어부산은 HDC지주회사의 증손회사가 되는 것이다.

문제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증손회사로 편입될 경우 지주회사가 2년 이내에 지분 100%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에 인수한 아시아나항공의 에어부산 지분(44.2%) 외 나머지 지분(55.8%)을 사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에어부산 시가총액과 경영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여기에 최소 3000억원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큰 자금이 필요한 점도 문제지만 자금 마련에 성공하더라도 지분을 매입하기가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다. 부산시와 지역 상공인들이 나머지 지분의 대부분을 갖고 있는데, 이 지분을 전부 사들이게 되면 ‘부산 프리미엄’이 상당 부분 희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에어부산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되면 제주항공이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제주항공의 모회사인 애경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도전장을 냈다가 고배를 마신 바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애경그룹은 항공사업에 대한 관심이 크다.

만약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이어 에어부산까지 품게 될 경우, 총94대를 보유하게 돼 항공기 규모로는 아시아나항공을 넘어서게 된다.

다만 항공업계에서는 에어부산이 김해공항에서 여객수송률 1위를 하며 확실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만큼 HDC그룹이 쉽게 시장에 내놓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올 한해도 항공업계는 조용할 날이 없을 전망이다.

만약 아시아나항공이 정상화를 넘어 새 도약을 하게 되고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이어 에어부산까지 품에 안을 경우, 대한민국 항공업계 판도는 다시 짜여질 전망이다. 지난 50여년간 대한항공-아시아나 양강 구도로 형성되어온 한국 항공업계가 대한항공-아시아나-제주항공 3강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대한항공, 아시아나가 내부 문제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틈을 타서 제주항공이 본격적으로 덩치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한항공-아시아나의 독과점 체제가 제주항공에 의해 무너질지가 관련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라고 말했다.

(CNB=전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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