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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재계 전망①)] 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고공행진 꺾이나

‘과거→현재→미래’ 표정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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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9.12.31 09:18:02

한국금융연구원은 2020년 국내은행의 대출자산성장률이 2019년 5% 중후반보다 떨어진 5% 초중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

경자년 새해에도 한국경제에 드리운 그림자가 좀체 가시지 않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내년 세계경제가 소폭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미국·중국 간 무역분쟁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우리 경제의 전망은 밝지 않다. 한국은행·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새해 국내경제는 세계경기 침체의 진정에도 불구하고 소비 부진이 이어져 2% 안팎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CNB는 업종별로 2020년 실적을 예측해본다. 첫번째는 고공행진에 제동이 걸린 ‘은행권’이다. <편집자주>


장면1, 2019년은 내내 봄날

 

(사진=연합뉴스)

신한금융·KB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사는 2019년에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신한금융그룹((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생명 등)의 2019년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2조6434억원 대비 9.6% 증가한 2조8960억원이다. KB금융그룹(KB국민은행, 국민카드, KB생명보험 등)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한 2조7771억원이지만 전년도 은행 명동사옥 매각익(세후 약 830억원), 대손충당금 환입 등 주요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경상적 기준으로는 2018년 동기 대비 소폭 늘었다.

하나금융그룹(KEB하나은행, 하나카드, 하나금융투자 등)은 3분기에 전 분기 대비 27%(1776억원) 늘어난 8360억원을 기록하며 누적 당기순이익이 2조404억원을 기록했고, 우리금융은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1조6657억원으로 사상 최대성과를 보였다.

지주사들의 높은 실적을 견인한 핵심 주력사는 은행이었다. 수익에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각 은행들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신한은행 1조9763억원, KB국민은행 2조67억원, KEB하나은행 1조7913억원, 우리은행 1조2925억원이다.

은행들의 호실적 배경은 예대금리차(예금-대출간 금리차이)로 인한 이자이익 상승이다. 시중은행들의 예대금리차는 2016년 평균 2.17%에서 2017년 2.28%, 2018년 2.33%로 올랐고 2018년 기준으로 보면 전체 은행들의 총이익 중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87.8%에 달하는 실정이다.

 

(자료=금융감독원, 금융연구원)


장면2, 새해에 고속주행 ‘제동’

은행들의 호조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을까? 사정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국내은행의 대출자산성장률은 2019년 5% 중후반보다 줄어든 5% 초중반에 그칠 전망이다.

가계대출은 혁신금융 강화, 가계부채 및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 등의 영향을 받아 성장세가 꺾이고, 기업대출은 이미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이 비교적 높은 상황에서 가계대출 성장의 둔화를 상쇄할 만큼의 확대는 어렵다는 것.

2020년 국내은행의 수익성은 경쟁 심화, 소비자보호 관련 비용 상승 및 수수료 관련 영업의 위축과 대손비용 상승 가능성 등으로 인해 다소 약화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현재보다 약 1% 낮은 7% 초반으로 떨어지고 순이자마진 역시 시장금리의 하락으로 올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점쳐졌다.

 

(사진=연합뉴스)

장면3, 두 개의 산…대출규제와 오픈뱅킹

특히 주목할 점은 초강력 부동산 대출 규제와 전면 시행된 오픈뱅킹 등 달라진 금융환경이다.

먼저 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가계 및 개인사업자 등 모든 차주에 대해 ▲시가 9억원 초과분 대출에 대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20% 적용(9억원까지는 LTV 40% 적용) ▲초고가 아파트(시가 15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 금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강화 ▲주택임대업 사업자대출 RTI(Rent to Interest) 1.25배에서 1.5배 이상으로 강화 ▲전세대출을 이용한 갭투자 방지 등이 주요 골자다.

조보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은행의 가계대출 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앞서는 상태로 규제 강화의 벽에 부딪혀 큰 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정부의 대책 발표는 대출 수요를 추가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은행업종 평균 대출성장률도 2018년 6.7%에서 2019~2020년 4~5%로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봤다.

메리츠종금증권 은경완 연구원도 “은행업종에 미치는 명확한 결론은 가계 성장률 추가 둔화로 대부분 은행의 2020년도 경영계획에 가계대출 성장 목표가 높지 않음에도 일부 하향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더 큰 문제는 대출수요 감소 및 예대율 하락이 가져올 마진 하방 압력 증대”라고 내다봤다.

반면,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가 9억원 이상의 주택에 대해 민간보증이 제한되는 점과 2주택 이상 차주의 전세대출이 회수되는 것은 우려 요인”이라면서도 “대부분 신규대출에 한정돼 은행의 대출 성장 및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관측했다.

은행들의 가계대출 성장은 2017년부터 평균 5~6%수준으로 상당히 제한되고 있으며, 2019년은 평균 3%의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기존 주택담보대출은 개별대출보다는 집단대출의 비중이 훨씬 높다는 얘기다.

아울러, 앱 하나만 설치하면 해당 은행은 물론 본인이 보유한 모든 은행의 계좌 서비스 업무를 볼 수 있는 공동결제시스템(오픈뱅킹) 전면 시행으로 인한 경쟁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객이 이탈되면 수익성은 응당 하락할 수밖에 없어 이미 우량고객 유치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 또, 핀테크 업체들의 오픈뱅킹시스템 이용 수수료가 10분의 1 수준으로 대폭 내려가면서 은행의 전자금융(펌뱅킹) 수수료 수입도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020 은행 연간전망 보고서’를 통해 “수수료 비용이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지면 핀테크사 전체로 최소 2000억원대의 수수료 비용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이는 고스란히 은행 비이자수익의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고 바라봤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 추이. (자료=한국은행, IBK투자증권)


장면4, 폭풍전야…긴장 고조

이렇게 급변하는 금융환경으로 인해 은행권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날로 강화되는 대출 규제는 분명 수익성에 영향을 주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기에 예상치 못했던 큰 충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보다는 오픈뱅킹에 은행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경계선이 희미해진 만큼 이제는 아예 기존 손님까지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져 신경이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기존 고객은 수성하면서 남의 손님을 데려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금리가 좋은 상품은 물론 색다른 재미 등을 가미한 마케팅 기법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치열한 각축전으로 마진폭이 줄어들 순 있겠지만 일단 유치 쟁탈전에서 승기를 잡으면 플랫폼을 통해 부수적인 거래까지 유인할 수 있어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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