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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20대 국회(下)] 재계 달군 쟁점법안들…다음 국회서 부활할까

<기업정책 핫이슈(56)> 찬반 뜨거웠지만…변죽만 울리고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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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9.12.16 09:25:54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사람 중심’으로 전환해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누자는 소득주도성장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혁신성장에 경제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규제개혁, 양질의 일자리 창출, 재벌지배구조 개편 등을 국정운영의 우선 과제로 추진 중이다. 이에 CNB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기업정책들을 분야별, 이슈별로 나눠 연재하고 있다. 이번에는 2019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그간 다뤘던 내용 중 독자들의 반응이 컸던 주제들을 2회에 걸쳐 보도한다. 앞서 상(上)편에서 지지부진한 재벌개혁을 다룬데 이어, 이번 하(下)편에서는 기업정책과 관련된 올해 핵심이슈를 정리했다. (CNB=이성호 기자)

 

명절때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변경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CNB포토뱅크)


◇ 명절 때마다 논란…대형마트 강제휴업

매년 설·추석 때마다 터져 나오는 이슈 중 하나가 이마트(신세계), 롯데마트(롯데쇼핑),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논란이다.

일단 의무휴업은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2012년부터 시행, 대형마트·준대규모점포에 대해 특별자치시장·시장·군수·구청장이 매달 2일의 범위 내에서 강제휴무일을 정하도록 했다.

문제는 명절 기간이다. 업계에 따르면 토요일·일요일 주말 매출이 월·화·수·목·금요일 5일간의 매출에 육박하고 무엇보다 설날·추석을 앞둔 일요일은 연휴 기간 전체 매출의 약 15% 이상을 차지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형마트 등은 명절 직전 주말 등에 강제로 쉬는 날이 끼게 되면 날짜를 조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관련법에 따라 지자체장과 합의를 통해 공휴일이 아닌 날도 의무휴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추석 때 대형마트와 이들이 회원사로 있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전국 시·군·자치구에 추석 직전 의무휴무일을 추석 당일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부산·대구·대전·광주 등에서는 변경 불가 방침으로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의 전국 약 400여개 점포 중 3분의 2 이상이 전주 일요일과 추석 전날에 강제로 문을 닫았다.

2018년 추석 마찬가지였다. 이때에도 추석 전날이자 일요일인 9월 23일이 의무휴업일로 지정, 전국 대형마트 277개 점포가 쉬었다. 내년 설 연휴에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명절 직전 쉬는 날(주로 일요일)을 명절 당일로 바꿔 달라는 사용자 측의 끊임없는 요구에 대해 노동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언뜻 보면 명절 당일에 근무자들도 쉴 수 있게끔 편의와 배려 차원의 행동이 아닌가 하지만 사실상 꼼수라는 지적이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전국네트워크,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한국마트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전국대리점살리기협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에서는 추석 당일을 따로 쉬지 않고 의무휴업일로 채워 교묘하게 ‘명절휴업’을 피해가겠다는 의도이자 ‘골목상권 보호’라는 제도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비판하고 있다.

외려 설·추석 당일을 의무휴업이 아닌 정기휴무일로 지정해 휴식일수를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6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유통업 종사자 건강권과 쉴 권리 보장’을 권고하기도 했다.

반면 사용자측은 매출감소와 영업 자유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국회에는 노동자 쉴 권리 보장과 골목상권 침해 방지를 위해 의무휴업일을 늘리고 영업시간을 제한하자는 법안이 상정돼 있지만, 20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착오송금으로 인한 피해가 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착오송금 피해’ 해결책 나왔지만…

착오송금이란 송금인의 착오로 인해 수취금융회사, 수취인 계좌번호 등이 잘못 입력돼 이체된 거래를 말한다. 인터넷·모바일뱅킹 등을 통한 비대면 거래가 증가함에 따라 착오송금 건수와 규모도 역시 증가 추세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KB국민은행·NH농협은행·IBK기업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SC제일은행·한국씨티은행·수협은행·케이뱅크·카카오뱅크 등 은행권에서 2015년 6만1278건(1761억원), 2016년 8만2923건(1806억원), 2017년 9만2749건(2398억원), 2018년 10만6262건(2392억원)의 착오송금이 신고됐다. 올해의 경우 6월까지 6만741건(1204억원)이다.

문제는 잘못 송금한 돈을 돌려받기가 어렵다는 것.

최근 5년간 전체 은행권의 반환율은 건수 기준 55.1%, 금액 기준 50%에 불과한 실정이다.
왜 일까. 착오송금으로 인한 송금액은 부당이득에 해당돼 송금인에게 반환해야 하며 잘못 들어온 돈이라도 이를 인출·소비한 행위는 횡령죄에 해당된다.

그러나 송금된 이후 이를 회수하려면 전적으로 수취인의 동의가 필요한 탓에 은행에서는 착오로 이체된 돈을 허락 없이 임의로 빼서 원래의 주인에게 반환할 수 없다.

수취자의 반환 거부 및 연락두절, 반환불가능(수취계좌가 압류계좌로서 임의 반환 불가) 등의 경우도 많아 절반가량만 돈을 되찾고 있는 상황이다.

옛 번호 등 연락이 안 되거나 거부할 때는 소송(부당이득반환청구)을 통해서만 돌려받을 수 있는데 재판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이 경제적 비용과 시간을 들여가며 소를 제기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착오송금 구제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수취인 거부로 반환되지 않은 착오송금 관련 채권(착오 송금일로부터 1년 이내로 5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을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가 사들여(송금액의 80%) 송금인의 피해를 신속히 구제하고, 이후 예보는 착오송금 수취인을 상대로 소송 등을 통해 회수하는 방식이다.

이 방안이라면 10만원을 잘못 이체해 돌려받지 못한 경우 예보로부터 우선 8만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민병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이 같은 제도의 법적 근거를 뒷받침 하고 있다.

반면, 반대의 시각도 상당하다. 착오송금은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에 해당하는데, 사인(私人) 간 반환청구 및 민사적 구제방식을 통해 해결될 대상으로 이를 특별히 취급할 것인지에 대해 따져볼 여지가 있다는 것. 특히 개인의 실수로 인한 민사 사안에 정부 재정을 투입하는 것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제기된다. 야당 측에서도 같은 이유로 고개를 젓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대한의사협회)


◇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결국 폐기 수순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보험업법 개정안(고용진 의원, 전재수 의원 각각 대표발의)’은 보험금 청구 시 필요한 영수증·진료비 내역서 등을 의료기관이 중계기관을 거쳐 직접 보험회사로 전송토록 함이 골자다.

고용진 의원안은 요양기관의 서류 전송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전산망을 통해, 전재수 의원안은 보험사가 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을 직접 구축·운영하거나 전문중계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 방안이 추진되는 이유는 뭘까. 일단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치료비(국민건강보험의 본인부담금과 비급여의료비)를 지급하는 상품으로 메리츠화재·한화손해·롯데손해·MG손해·흥국화재·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DB손해·AXA손해·에이아이지손해·더케이손해·농협손해보험·한화생명·흥국생명·ABL생명·삼성생명·교보생명·라이나생명·오렌지라이프생명·AIA생명·DGB생명·미래에셋생명·KDB생명·동양생명·DB생명·메트라이프생명·푸르덴셜생명·신한생명·처브라이프생명·하나생명·KB생명·NH농협생명 등 대부분 보험사에서 취급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약 가입자는 약 3800만명이다.

하지만 보험금 청구와 관련된 시스템의 미비로 인해 보험소비자가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진료비 계산서 등 필요서류를 요양기관으로부터 직접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누누이 제기돼 왔다.

가입자의 32.1%(소비자와함께 실태조사, 2018년 4월)만 보험금을 청구하고 있는 실정이며, 보험연구원의 보험소비자 설문조사 결과(2018년 7월 전국 20세 이상 성인 남·여 2440명 면접 조사, 조사기관 코리아리서치) 실손보험 공제액을 초과한 본인부담진료비에 대해 입원의 경우 4.1%, 외래의 경우 14.6%, 약 처방의 경우 20.5%가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금 미청구 이유는 90.6%가 소액이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보험금 청구 절차를 전산화해 보험소비자가 보험사에 지급을 요구하면, 병·의원 등이 진료내역 등 보험금 청구서류를 전자문서로 작성해 중계기관을 거쳐 보험사에 직접 전송토록 한 것이다.

소비자와함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 서울YMCA,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 한국소비자정책교육학회, 소비자교육지원센터 등 시민소비자단체에서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통과가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손보험 청구가 비효율적이며 불편하다고 지적하고 개선을 권고했으나 아직까지 실행되지 않고 있다며 보험업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비자의 편익이 급격히 증진되고, 자원낭비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방지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학계, 개원가, 지역의사회 등 41개 단체는 ‘강력 반대’를 천명하고 있다.

이 법안은 보험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실손보험료 소액청구를 손쉽게 해서 국민의 편의를 증대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실손보험 청구대행 강제화를 통해 환자들의 진료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실손보험 가입거부 차단 등 보험사의 손해율을 낮추겠다는 속내를 감추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 단체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의료계 전체가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다른 차원에서 반대하고 있다. 병원과 보험사 간 전산시스템 구축이 중요한 게 아니라 건강보험 종목 확대 등 국민건강권 보장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여러 집단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국회마저 종료를 앞두고 있어 이 법안은 폐기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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