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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유통家 인사 태풍…CJ와 롯데의 선택

물갈이·사업재편…변신의 끝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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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9.12.04 09:25:05

유통가 ‘빅4’의 수장들.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재현 CJ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CNB포토뱅크, 연합뉴스) 

불황이 깊어지면서 활로를 모색 중인 유통업계에 대대적인 인적쇄신 바람이 불고 있다. ‘젊은 피’ 수혈을 통해 사업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겠다는 것.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 등이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선 가운데 연말 인사를 앞둔 롯데와 CJ가 어떤 카드를 꺼낼지 주목된다. 2020년 새해가 이들에게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을까. (CNB=도기천 기자)

이커머스에 밀린 유통家, 젊은피 경쟁
전통 영업맨들 퇴장…‘4050’ 전진배치
이마트·현대百 이어 CJ·롯데 태풍전야


유통시장 주도권이 이커머스(온라인 쇼핑)로 넘어가고 있는 가운데, 오프라인 유통대기업들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분투(奮鬪)하고 있다.

지난 10월 이마트가 내부 승진이라는 전통을 깨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인사인 강희석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 파트너를 대표로 영입하는 등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단행한데 이어, 다른 유통공룡들도 이에 버금가는 혁신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말 현대백화점그룹은 젊은 임원들을 전면에 전진배치 했다. 그룹을 이끌어온 이동호 부회장과 박동운 백화점 사장이 동반퇴진하고, 김형종(59) 한섬 대표이사가 백화점 사령탑에 임명됐다. 김민덕(52) 한섬 경영지원본부장 겸 관리담당 부사장은 한섬 대표로 승진했으며, 현대리바트 대표이사에는 윤기철(57) 현대백화점 경영지원본부장이 선임됐다. 이들은 모두 ‘50대’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7년간 신세계백화점을 이끌었던 장재영 대표가 신세계인터내셔날로 자리를 옮기고, 차정호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가 신세계백화점을 맡게 됐다. 백화점과 인터내셔날의 대표이사 자리를 맞바꾸는 파격 인사를 단행한 것.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를 선택했다. 김형종 한섬 대표이사를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사장(왼쪽)에, 한섬 대표이사에는 김민덕 한섬 경영지원본부장 겸 관리담당 부사장(가운데)이, 현대리바트 대표이사에는 윤기철 현대백화점 경영지원본부장(오른쪽)이 각각 승진 기용됐다. 이들은 모두 ‘50대’다.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제공)
 

유통기업들이 이처럼 인적쇄신에 나선 것은 유통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까지 연10%대 매출증가를 보였던 오프라인 유통시장은 최근 5년간 연1%대 성장에 머물고 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마트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53.9%나 줄었고,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롯데쇼핑과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도 두자릿수 실적 감소률을 보였다.

반면 쿠팡, 티몬, 위메프, 이베이코리아 등이 주도하는 이커머스 시장은 매년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며 오프라인 시장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유통가의 인적 변화는 이처럼 달라진 시장환경에 보다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한 유통대기업 임원은 CNB에 “조직중심, 전통중심의 순혈주의에 의존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보면 된다”며 “트렌드 변화에 맞는 다양한 신사업을 펼치려면 젊은 감각이 필수적인 만큼 최근 인사의 키워드는 세대교체”라고 말했다. 젊은 소비층의 발길을 다시 오프라인 매장으로 돌리기 위한 생존전략이라는 얘기다.

 

 오프라인 유통사들은 이커머스에 밀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왼쪽),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사진=각사 제공)

 

CJ, 지주사 인력 대거 이동

이런 흐름은 아직 임원 인사를 발표하지 않은 CJ와 롯데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CJ그룹은 유통계열사들의 실적부진에다 이재현 CJ 회장의 장남 선호씨의 실정법 위반 사건까지 겹치면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최근 개최된 그룹 전체 경영회의에 앞서 정기 임원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악재가 겹치면서 미뤄진 상태다.

특히 그룹 내부적으로 400여명에 달하는 지주사 인력 중 절반 가량을 계열사에 배치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CJ는 최근 각 계열사 인사담당자들을 불러 지주사 인력의 자리 마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로 옮겨갈 지주사 인력은 대부분 차·부장급이라 실무보다는 관리나 전략수립 등의 업무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올해 실적이 부진했던 계열사의 관리급에 대한 문책 인사 후 그 자리를 지주사 인력이 대체할 것이란 얘기가 돌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의 경우,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약 15% 줄어드는 등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일부 임원들을 교체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신세계 등 경쟁사들이 인적쇄신에 나선 만큼 CJ푸드빌, CJ프레시웨이, 올리브영 등 유통계열사들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그룹의 핵심전략이 덩치를 키우는 방향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바뀐 점도 인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재현 회장은 10여년전 2020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70%까지 늘리고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2020 그레이트 CJ’와 2030년까지 3개이상 사업에서 세계 1등을 달성하겠다는 ‘2030 월드베스트’ 전략을 공표한 바 있지만 글로벌 경기 악화가 계속되자 지난해부터 몸집을 줄이고 수익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타를 돌린 상태다.

CJ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CNB에 “조직슬럼화가 강조되고 있는 만큼 이번 인사는 지주사와 계열회사 간의 중복업무를 피하고 실무를 강화하기 위한 쪽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이르면 금주 안에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의 로고 모습. (사진=김수식 기자)
 

고심하는 롯데, 빅카드 만지작

이달 중순 경에 인사를 앞두는 있는 롯데그룹은 유통 부문 수장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년째 유통 부문을 이끌고 있는 사령탑이 교체될 경우, CEO들의 연쇄 이동이 불가피해 인사 폭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의 과거 인사를 보면 성과에 따른 신상필벌 원칙이 적용돼 왔다. 이런 점에서 대대적인 인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3분기 매출(연결기준)이 1조663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6% 줄었고, 영업이익은 123억원으로 61.5%나 하락했다. 롯데하이마트는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104억원에 불과해 40.2% 역신장했고, 같은 시기 롯데백화점은 누적 영업이익이 33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5% 늘었지만 매출액은 2조2640억원으로 3.1% 감소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뉴롯데’(지주사 전환) 체제가 시작되면서 식품·유통·화학·호텔&서비스 등 4개 부문 BU장 중 식품과 화학 BU장 2명이 교체된 만큼 올해는 유통과 호텔&서비스 BU장 중 1∼2명이 교체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와 함께 세대교체설도 부상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3년 전부터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매장을 통합하는 ‘옴니채널’ 전략을 추진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롯데 내부에서는 “트렌드에 대응할 젊은 인재가 더 필요하다”는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현재 유통 분야에서 60세 이상인 CEO는 정승인(61) 코리아세븐 대표, 강희태(61) 롯데백화점 대표, 이동우(60) 하이마트 대표, 조경수(60) 롯데푸드 대표 등이다.

여기에 더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수년간 법정을 오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재판이 최근 끝났다는 점에서 체질변화가 본격적인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에도 무게가 실린다.

롯데 사정에 밝은 재계 관계자는 CNB에 "이마트를 시작으로 유통대기업들이 대대적인 물갈이를 단행하고 있는 만큼, 트렌드 선점에 혈안이 된 유통가 특성상 롯데도 이러한 흐름을 따라 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며 ”특히 그동안 발목을 잡아온 오너 리스크(재판)가 사실상 마무리된 만큼 인적쇄신을 포함한 사업혁신안이 연말 안에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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