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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보험료 청구 빨라진다는데…의료계 반대하는 이유

전산화 놓고 보험사·병원·시민단체 ‘삼인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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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9.11.02 10:59:48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 정무위원회가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담은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다루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보험금 청구 시 필요한 영수증·진료비 내역서 등을 병원이 중계기관을 거쳐 직접 보험회사로 전송토록 하자는 것. 하지만 찬반이 팽팽해 국회 통과가 난항을 겪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

병원·보험사 네트워크 구축 법제화
보험사 “업무 덜고 과잉청구 예방”
병원 “의료비 공개돼 수익성 저하”
참여연대 “건강보험 강화 우선돼야”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는 고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전재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각각 대표발의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했다.

고용진 의원안은 실손보험금 청구시 영수증 및 진료비 내역서가 의료기관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간에 구축된 전산망을 통해 보험사에 전송할 수 있도록 함이 골자다.

전재수 의원안도 병원 등에서 환자에게 서류로 제공했던 실손보험금 청구를 위한 증빙자료를 전자문서로 직접 보험회사에 보내도록 한 것은 동일하지만, 보험회사가 실손보험계약의 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을 직접 구축·운영하거나 전문중계기관에 관련 사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같은 법안이 나온 배경은 뭘까.

일단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치료비(국민건강보험의 본인부담금과 비급여의료비)를 지급하는 상품으로 메리츠화재·한화손해·롯데손해·MG손해·흥국화재·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DB손해·AXA손해·에이아이지손해·더케이손해·농협손해보험·한화생명·흥국생명·ABL생명·삼성생명·교보생명·라이나생명·오렌지라이프생명·AIA생명·DGB생명·미래에셋생명·KDB생명·동양생명·DB생명·메트라이프생명·푸르덴셜생명·신한생명·처브라이프생명·하나생명·KB생명·NH농협생명 등 대부분 손해·생명보험사에서 선보이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등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3419만명 이상이 실손보험 가입자다.

하지만 자동차보험과 달리 전산화되지 않은 실손보험 청구 구조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요양기관과 보험사 모두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소액의 보험금은 아예 청구할 생각조차 못하거나, 증빙서류 발급 및 송부의 번거로움, 증빙서류 발급 비용 부담으로 인해 가입자의 32.1%(소비자와함께 실태조사, 2018년 4월)만 보험금을 청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실손보험 청구가 비효율적이며 불편하다고 지적하고 제도개선을 권고했으나 아직까지 청구 간소화 등 제도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

이에 개정안은 보험가입자인 피보험자의 편익을 크게 제고했다. 보험금 청구 절차를 전산화해 보험소비자가 보험사에 지급을 요구하면, 병·의원 등의 요양기관이 진료내역 등 보험금 청구서류를 전자문서로 작성해 보험사에 전송토록 한 것이다.

정부도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하는 것에 대해 신중검토 입장이었으나 법안 심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동의 의견을 냈다.

보험업계도 자신들의 일손을 들게 된다는 점에서 당연히 개정안에 찬성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법안이 통과되면 과잉진료·과다청구를 막을 수 있고, 보험사의 고객서비스도 빨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의료계는 원천 반대 입장이 확고하다.

분당서울대병원(삼성화재), 세브란스병원(KB손보), 삼육서울병원(교보생명) 등 보험사와 전산화를 추진하고 있는 일부 병원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병·의원들은 의료체계상 비급여 가격 정보가 보험사에 축적돼 향후 비급여 수가가 표준화되고, 이에 따라 수입이 감소될 것을 우려한다. 한마디로 보험사에 의료비용 정보가 고스란히 넘어가게 돼 의료비 자체가 내려갈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이 작업이 현업에 부담되는 것은 물론 보험사가 해야 할 일을 의료계에 떠넘기는 것으로 병원이 실손보험에 대한 청구대행 역할까지 맡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진료정보에 대한 소유권 및 비용 지불 문제, 환자의 민감정보에 대한 개인정보 유출문제 등 여러 이유를 들어 개정안을 반대하고 있다.

이에 금융위는 중계기관을 심평원에 위탁하는 경우 의료계가 걱정하는 정보집적 및 향후 비급여 의료비용 심사 등의 불신을 해소키 위해 서류전송 업무 외에 다른 목적으로 정보를 열람하거나 집적할 수 없도록 법률에 명시하는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개정안에 따른 실손의료보험금 청구절차. (사진=정무위)


각기 다른 시각차 “왜”

한편, 시민사회단체도 바라보는 관점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금융소비자연맹,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녹색소비자연대, 서울YMCA,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 소비자교육중앙회, 소비자와함께, 소비자정책교육학회, 소비자교육지원센터 등은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박나영 금융소비자연맹 정책개발팀장은 CNB에 “보험료를 내고 있는데 당연히 받아야 보험금을 프로세스를 귀찮게 해서 보험소비자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며 “소비자 권익 차원이 아니라 응당 비용을 지불했으니 급부를 못 받고 있는 현실은 사실상 권리 침해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실손보험 청구 절차를 쉽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참여연대는 반대 입장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반한다며 보험업법 개정 논의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정부가 비급여를 급여화하고 국정과제로 민간실손보험 관리를 강화하면서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보장률은 10년째 60%대 수준”이라며 “사정이 이런데 실손보험이 준공공재로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니 시스템을 편리하게 갖춰주겠다고 하는 이상한 논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공공기관인 심평원은 건강보험을 심사하는 곳으로 민간실손보험이 이 전산망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즉, 금소연 등에서는 전체 국민 대상이 아닌 보험계약자(피보험자)로 한정된 전제의 관점에서, 참여연대에서도 편의성은 필요하지만 그것은 보험사들이 자체적으로 해야 할 일이고 궁극적으로 건강보험 강화 정책에 역행,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라는 견해차다.

찬·반이 분분하다 보니 향후 법안 논의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아울러 야당 측에서도 개정안에 대해 썩 내켜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위 소속이자 법안을 낸 고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CNB에 “지난 달 24일 법안소위에 상정됐지만 이때 논의는 안됐다”며 “다음 소위는 이달 말에 열릴 예정인데 반대의견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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