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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불신의 온상 된 보험사 의료자문제도, 근본수술 시급”

오중근 금융소비자연맹 재해사고보상지원센터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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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9.11.05 09:55:00

보험사의 의료자문 행태에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중근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 재해사고보상지원센터 본부장은 최근 우편으로 받아든 민원서류를 다시 한번 살펴봤다. 손해사정사이자 과거 보험사 심사실에서 다년 간 경력을 쌓았고, 2005년부터 금소연에서 재해사고 피해자 구호 업무를 담당하며 다져진 노하우로 꼼꼼히 체크했다. 그리곤 확신이 찬 눈빛으로 일어나 어딘가로 지체 없이 팩스를 넣었다. 무슨 사연일까. (CNB=이성호 기자)

보험사 의료자문제도 문제 ‘심각’
자문의 소견만으로 보험료 결정
특정병원·의사 편중, 공정성 논란
“환자 진료한 의사가 우선돼야”


민원인 A씨는 뇌출혈·강직성 편마비 등의 진단으로 입원 치료 후 B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B보험사는 “의료자문을 해보니 통원치료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입원비를 주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보험계약자(보험수익자)는 질병·사고 시 진단서 등을 첨부해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는데, 이때 보험사는 청구된 건이 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되는지 판단하기 어렵거나 과잉·허위청구로 의심될 때 이를 막기 위해 자체 비용을 써가며 전문의사(자문의사)에게 의료자문을 시행한다.

이러한 의료자문 결과를 바탕으로 A씨의 보험금을 부지급한 것. 그러나 A씨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를 진료하고 있는 의사의 소견서에는 입원이 필요하다고 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같은 진료소견서를 제출하며 보험금을 달라고 했지만, A씨를 진찰하지도 않고 누구인지도 알려 주지도 않는 정체불명의 보험사 측 자문의사의 의견만을 인용한 것은 아무래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해당 건을 접한 오중근 금소연 본부장은 일단 입원치료를 해야 하는 이유가 핵심이라고 봤다. 민원인에게 다시 한번 주치의의 의견을 보다 상세히 받아오라고 했고, 의사는 재차 진료소견서를 써줬다.

오 본부장은 이 같은 재소견서를 보험사에 팩스로 전송했고, 무엇보다 자문의가 어떤 근거로 그러한 판단(입원→통원)을 했는지 내용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민원은 해결될 수 있을까. “글쎄요”라며 쓴웃음을 짓는 오 본부장. 사실 피보험자나 보험사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각자의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험금 부지급 사유로 자문의 소견만을 받아들였다면 그 이유에는 분명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보험사가 진료기록 및 의료자문 결과 “통원치료를 해도 된다”라는 단 한 줄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횡포라는 지적이다.

오 본부장은 “일단 민원 해결차원에서 재소견서를 받아 보험사 측에 건넸다”며 “시민단체이다 보니 강제력도 없고 힘도 없지만 최대한 환자들의 상황을 (보험사에) 알려주고 제대로 처리할 수 있게끔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이태규 의원실)

이처럼 생명·손해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 심사과정에서 의료자문을 빈번하게 시행하고 있지만 이에 불만을 갖는 소비자가 많다. 과잉·허위청구를 막으려는 불가피한 절차지만 보험사가 보험금액을 줄이거나 아예 지급을 거부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는 것.

이태규 의원(바른미래당)·전재수 의원(더불어민주당)·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흥국생명·신한생명·농협생명·현대라이프·KDB생명·ABL생명·오렌지라이프·AIA생명·라이나생명·미래에셋·DGB생명·DB생명·푸르덴셜·메트라이프·동양생명·처브라이프·하나생명·BNP파리바·KB생명·교보라이프 등 생명보험사의 2018년 의료자문 의뢰 건수는 총 2만94건인데 이중 부지급건(의료자문 결과를 근거로 보험금을 전부 또는 일부 거절한 건수)은 1만2510건에 달했다.

손해보험사 역시 삼성화재·현대해상·한화손보·KB손보·롯데손보·메리츠화재·흥국화재·DB손보·에이스손보·악사손보·더케이손보·농협손보·AIG손보·MG손보·BNP파리바 등의 지난해 의료자문 의뢰 건수는 총 6만7373건, 부지급 건수는 1만8871건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러한 의료자문은 특정의료기관·의사에게 편중되고 있다. 최근 5년간 생보사의 의료자문 의뢰 건수 1위는 인제대상계백병원으로 1만2000건이 넘었으며 고려대 안암병원, 서울의료원 순이었고 손보사의 경우 한양대병원이 2만 건에 육박했고 이대목동병원, 인제대상계백병원 순이었다.

특히 모 의사는 2018년 한 해에만 보험사로부터 무려 1815건의 의료자문을 해줬고, 자문료로 3억5093만원의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의료자문 절차는 보험소비자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으며, 실제로 관련 민원이 끝없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6년~2017년 1분기까지 보험금 지급 관련 피해사건이 1158건이 접수됐고 여기서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근거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일부만 지급한 것은 269건(23.2%)이었다.

의료감정과 관련해 금감원에 접수된 분쟁건수도 늘고 있는데 2013년 1364건, 2014년 1738건, 2015년 1519건, 2016년 2112건이다.

오 본부장은 “자문의는 환자를 실제로 치료한 의사의 진단이 타당한 지, 오류나 문제점이 있다면 그 의사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모든 보험사가 이러한 절차 없이 진료도 하지 않은 환자에 대해 비용을 줘서 나온 익명의 자문의 판정만 무조건 맞다고 주장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보험 가입 전과 다르게 보험금 지급 시에는 ‘갑’이 되는 보험사의 결정만 노심초사하며 기다려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는 “불공정한 관행으로 굳어져 보험금 지급 삭감·거절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의료자문은 불신의 온상으로 전락해 보험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잃은 지 오래”라며 “금융감독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대대적인 메스를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오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오중근 금융소비자연맹 재해사고보상지원센터 본부장. (사진=이성호 기자)

-의료자문의 문제점은.

과거 금융감독당국에서는 보험회사 검사를 나가서 피보험자가 제시한 소견서·진단서 등을 토대로 봤다. 과소지급이나 거부한 사안이 포착되면 추가로 지급하라고 했고, 이런 사례가 많으면 보험사 담당 임원 부서장들을 징계(주의, 시정조치 등)했다. 즉 보험계약자편에서 진료한 의사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자문의사의 의견만 인정하는 경우가 없었다.

그러나 현재는 역전된 상태다. 보험금 지급심사 시 보조역할을 해야 하는 의료자문이 정작 환자를 진료한 의사의 소견서를 밀어내고 보험사 측에 유리하게 악용되고 있지만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특히 보험사는 자문회신내용을 철저히 숨기고 있다. 의사들의 개인정보 노출을 보호해준다는 명목 아래 보험계약자·피보험자에게 누가 자문의이며 왜 이런 판단을 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소비자는 간략하고 일방적인 통보만 받게 된다. 특정의료기관·의사한테 쏠림 현상이 많고 자문료를 보험사가 준다는 점에서 자문소견서에 보험사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의심은 충분히 제기된다.

-양측의 의견이 다를 경우 다음 단계는.

피보험자와 보험사 간 의견이 다르면 제3의료기관에서 재심사를 받을 수 있다. 또 금감원 등에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보험사 입장에서 패색이 짙으면 수긍하기 보다는 소송(채무부존재소송 등)을 거는 사례가 많다. 소비자도 소송을 할 수 있지만 보험사를 상대로 일개 개인이 시간·비용을 들여 맞선다는 것은 너무나 큰 부담이다.

-제3의 병원에 가면되지 않을까.

보험약관에서 양측의 주장이 다를 경우 제3의 병원에서 감정을 받도록 돼 있으나 유명무실하다. 같이 가자고 해놓고서는 보험사 측에 불리하게 나오면 인정하지 않고 피보험자를 상대로 소송을 건다. 특히 애초에 꼼수를 쓴다. 제3의 의료기관에서 시시비비를 따지자고 할 때 보험사 측은 자체 자문의사가 포진된 병원은 응하고 그렇지 않은 병원에는 아예 가지 않는 식이다.

 

한 보험사는 병원 2개만을 정해놓고 ‘이 곳 아니면 소송을 하던지 배째라’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엄밀하게 말하면 제3의 병원에 가도록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소비자한테 절대 유리하지 않다. 겉으로 보기에는 공정한 것 같지만 절대 공평하지 않다.

-의료자문제도를 없애라는 주장인가.

아예 없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느 보험사나 다수의 보험계약을 공정하게 관리하고 적정한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자문의사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일견 동의한다. 하지만 보험금 지급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무엇보다 핵심은 ‘공정’이다. 보험사 편도 아니고 소비자 편도 아닌 공정한 평가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진료한 의사가 우선돼야 한다. 치료를 잘못했거나 해석의 오류 시 자문의사가 걸러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즉, 자문의가 진료의사가 뭘 잘못했는지 찾아내면 보험사는 그것을 가지고 주병원 의사에게 이러한 부분을 확인한 바 문제가 있다고 하니 이것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면 된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고 무조건 자문의 판단만을 100% 옳다고 하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다.

-정부·국회에서 자문 결과 설명의무, 대면심사, 의료기관·의사실명제 등 대책이 제시되고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험소비자를 위한다고는 하지만 결국 의료자문제도를 명실공히 합법화시키는 장치일 뿐이다.

설명을 하게 하거나 실명제·면담 등은 기존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수술이 아닌 오히려 현재의 불공정한 관행을 고착화시키고 보험사들에게 명분을 주는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방책들이 과연 보험사들이 의료자문을 핑계 삼아 보험금을 축소하거나 거부하는 행위를 막을 수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면 개선방향은.

금융감독당국의 전수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제보를 받은 바에 따르면 자문내용이 거의 동일하다. 이름만 바꿔서 보험사에 회신하고 있다. 자문을 많이 한 의사 내역을 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엉터리라는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왜 안하고 있는지 답답하다.

특히 의료자문 분쟁을 방치해 제3의 병원으로 가라고만 손놓고 있지 말고, 금감원 내에 ‘의료자문분쟁조정원’을 설치해 적극 개입해야 한다. 여기서 실질적으로 맞고 그름과 적정 여부를 판단해줘야 한다. 보험사 입김에 흔들리지 않는 의사를 선정, 의료자문분쟁조정원이 생기면 제3의 병원이 필요없다.

또한 자문의에 대한 통제가 요구된다. 자문소견서는 그 의사의 도장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 자문병원의 직인을 찍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직인을 찍어 병원의 수익으로 잡히고 그중 일부가 의사한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병원 측에서 의사의 자문에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해야 한다.

보험소비자에게 보험금을 많이 줄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중립적인 자세에서 보험계약 시 약속된 적정한 보험금을 지급사유에 어긋나지 않으면 주라는 것이다. 덧붙여 한 마디 하자면, 과다청구를 하면 보험사기로 몰고 가는데, 과소지급은 별 문제없이 넘어간다.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똑같이 다뤄야 한다. 보험사의 과소지급 건에 대해서도 응당 제재를 가해야 한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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