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봐도 ‘괴이’하다. 10월31일, 핼러윈데이가 다가오면서 백화점, 마트 등 유통가가 ‘공포’스러워지고 있다. 망토 뒤집어 쓴 기괴한 조형물이 곳곳에 설치됐고, 호러 복장을 한 상품들이 매대에 올라오고 있다. 백화점이 주최하는 전시회장에서는 관람객의 울음소리가 불현듯 터져 나오고 있다. ‘공기반 귀신반’인 유통가에서는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CNB=선명규 기자)
핼러윈 앞둔 유통가 ‘공기반 귀신반’
백화점·카페가 ‘유령의 집’으로 변신
공포가 호기심으로…때론 추억 돋아
“으앙~”
7살쯤으로 보이는 아이가 암막 커튼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별안간 울음을 터트렸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분연히 빛나는 해골과 묘비를 보고선 엄마 손을 잡아끌었다. 무서움에 고개를 홱 돌리자 이번엔 ‘꼬마 해골’이 웅크리고 있어 아이는 또 한 번 흠칫 놀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곁눈질로 흘끔거리다 금세 친숙해진 듯 달뜬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쟤 반짝여! 만져봐도 돼?
놀람과 흥미로움의 혼재된 반응. 롯데백화점이 핼러윈을 맞아 오는 27일까지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아트홀에서 여는 ‘HALLOW’전서 매일같이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작가 샘바이펜이 드라큘라, 미라 같은 공포의 대상을 그림, 조각, 설치 등으로 경쾌하게 재해석했다. 눈물샘과 호기심을 동시에 자극하는 것도 이 때문. 전시장 내부에 따로 마련된 암실(暗室)이 애들 울리는 호러 무비에 가깝다면, 바깥은 다채로운 캐릭터가 공존하는 애니메이션 속 한 프레임 같다.
특히 핼러윈을 대표하는 캐릭터인 ‘잭 오 랜턴’(호박 초롱)을 소재로 한 그림들이 재미있다. 어둠 속에서 보면 기괴하기 그지없는 ‘잭 오 랜턴’이 앙증맞게 송곳니만 비죽 내밀고 있거나 새초롬하게 정면을 바라보는 등 익살스런 표정을 하고 있다. 천진한 그 앞에서 관람객들은 금방 무장해제돼 미소를 띠게 된다.
전시장에서 만난 한 30대 여성은 “어릴 적 마냥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캐릭터들이 개구진 얼굴로 그려져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용의 ‘잊혀진 계절’도 좋지만…
10월31일은 ‘세대 판독기’이기도 하다. 유령 분장보다 먼저 “시월의 마지막 밤~”을 노래한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흥얼거려진다면 핼러윈이 낯선 밀레니얼 이전 세대일 가능성이 크다. 시월의 ‘기괴한’ 마지막 밤이 익숙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혹여 그날이 오기 전, 분위기를 일찍 익히고 싶다면 방법이 있다. 지금, 가까운 백화점이나 카페를 찾는 것이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이 대표적인 경우다. 건물 내외부가 ‘유령의 집’ 코스튬을 했다. 지난 22일 이곳을 찾아 웅성거리는 사람들 틈에 섞여봤다. 한국어, 중국어, 카메라 셔터 소리가 뒤섞이며 솟구친 데시벨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날개 달린 거대한 ‘잭 오 랜턴’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옆으로 몇 발짝 옮겼을까. 이번엔 높이 13미터 대형 유령이 마침 부는 바람에 살랑이고 있었다. 이 앞에선 자신의 얼굴과 크나큰 피사체를 한 앵글에 담으려는 셀피족들이 각도 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입구마다에는 으스스한 해골 모형이나 관(棺)이 설치되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 18일부터 핼러윈 느낌을 내기 위해 마련한 것은 조형물뿐만 아니다. 본점을 포함한 부산본점, 평촌점 등 11개 매장에서 다양한 코스튬을 한 연기자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있고, 영플라자 옥상에서는 각종 관련 소품을 판매하는 플리마켓도 열고 있다.
스타벅스는 전국 8개 매장(스타필드코엑스 R·더종로 R·이태원역·송도트리플 R·서면중앙대로 R·송파방이 DT·홍대입구역사거리 R점)을 ‘Trick or Treat’ 콘셉트로 꾸몄다. 구급대원, 경찰 등 각종 분장을 한 직원들이 고객을 응대하고, 매장 내 오가는 길목과 진열대는 공포영화 세트장처럼 꾸몄다.
‘공포’를 먹고 마시다
관련 상품도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에너지음료 ‘핫식스(HOT6)’ 한정판 4종을 내놨다. 붉은 동공의 미라, 유령 등을 패키지에 새긴 것이 특징. 이마트24는 토마토소스를 기초로 만든 밥이 선혈을 연상케 하는 '할로윈삼각밥'을 다음달 6일까지 한정 판매한다. 다이소는 핼러윈 코스튬, 파티용품, 인테리어 소품 등 230여종의 상품을 선보였고, 쿠팡은 패션, 뷰티, 완구, 식품 등으로 다채롭게 꾸린 테마관을 오는 31일까지 운영한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초콜릿 칩 속에 뼈 모양이 숨어 있는 ‘툼툼 프라푸치노’ 등 음료 3종을 전국 매장에서 판매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서양에서 유령 변장을 한 채 즐기는 핼러윈이 처음 한국에 상륙했을 땐 이태원, 홍대 등 일부 젊은 거리에서만 행해졌었다”며 “이제 남녀노소 모두 어디서나 즐기는 전국적인 축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