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기자 | 2019.07.03 09:42:08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사람 중심’으로 전환해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누자는 소득주도성장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혁신성장에 경제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규제개혁, 양질의 일자리 창출, 재벌지배구조 개편 등을 국정운영의 우선 과제로 추진 중이다. 이에 CNB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기업정책들을 분야별, 이슈별로 나눠 연재하고 있다. 이번 주제는 8년째 국회에서 표류하다 최근 다시 수면위로 부상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논란이다. (CNB=이성호 기자)
이명박·박근혜정부 때 민영화 논리로 추진
의료 공공성 후퇴 우려로 사실상 백지화
문재인정부 혁신성장론 등장하며 재부상
노동·시민단체 “건강·의료 분야 제외해야”
“서비스산업 육성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발법)’ 입법을 조속히 추진하겠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확정한 ‘서비스산업 혁신 4대 전략’의 하나로 서발법 제정을 포함시키며 이 같이 밝혔다.
서발법은 기획재정부에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를 설치해 불필요한 규제를 일괄적으로 혁신하고, 서비스산업 지원정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함은 물론 서비스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담고 있다.
정부는 이 기본법이 통과되는 대로 서비스산업 전반의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서비스산업발전위원회를 신설해 이해관계가 첨예한 과제를 협의·조정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서비스산업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고, 경쟁력과 생산성 향상을 지원하기 위해 5년 단위의 기본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서비스산업 전문인력 특성화 교육기관과 서비스산업 전문연구센터를 지정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산업 전 분야 규제혁신이 목표
일단 서발법에서는 서비스산업의 범위를 농림어업이나 제조업 등 재화를 생산하는 산업을 제외한 경제활동에 관계되는 산업으로서, 통계법에 따라 통계청장이 고시하는 ‘한국표준산업분류에 의한 서비스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KEB하나은행·KB국민은행·NH농협은행·IBK기업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SC제일은행·한국씨티은행·수협은행·케이뱅크·카카오뱅크·삼성화재·메리츠화재·흥국화재·한화손해보험· 현대해상·DB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KB손해보험·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ING생명·KDB생명·DB생명·신한생명·현대라이프생명·흥국생명·하나생명 등 ‘금융 및 보험업’을 비롯해 ▲수도, 하수 및 폐기물 처리, 원료 재생업 ▲도매 및 소매업 ▲운수 및 창고업 ▲숙박 및 음식점업 ▲정보통신업 ▲부동산업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사업시설 관리, 사업 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 ▲공공 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교육 서비스업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예술, 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 ▲협회 및 단체, 수리 및 기타 개인 서비스업 ▲가구 내 고용활동 및 달리 분류되지 않은 자가 소비 생산활동 ▲국제 및 외국기관 등까지 서비스산업으로 광범위하게 포함된다.
특히 서비스산업에 관해서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외에는 서발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르도록 상위에 뒀다.
보건·의료분야 온도차 여전
하지만 법안 처리 과정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서발법은 지난 2011년 12월 30일 정부 주도로 국회에 처음으로 제출됐다. 현 20대 국회에서도 2016년 5월 이명수 의원(자유한국당)안과 2018년 8월 김정우 의원(더불어민주당)안이 각각 올라와 있는 상태다. 그럽에도 서발법안이 8년 동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어서다.
우선,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의 규제 완화로 인한 의료 상업화, 민영화 우려 때문이다.
이외에도 적용대상을 농림어업·제조업을 뺀 모든 사업으로 하고 있어 의료, 교육, 사회복지서비스, 언론 등 공공적 성격을 가진 서비스까지 공공정책이 후퇴할 가능성이 농후하고, 서비스산업발전위원회 구성이 기재부 중심으로 이뤄져 행정부 권한 강화 및 국회 입법권 침해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야당 시절에 반대의 목소리를 냈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서 김정우 의원안을 통해 의료법, 약사법, 국민건강보험법 및 국민건강증진법에서 규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서발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음으로써 의료 공공성 훼손 논란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은 그대로 밀고 있다.
정부 측 관계자는 “보건·의료 분야의 영리성 등 공공성을 저해하는 부문과 관련해 적용대상에서 뺀 김정우 의원안이 이미 국회에 제출돼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재계에서는 서발법 통과를 적극 촉구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서발법의 조속한 입법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저성장·저고용시대 극복을 위해 서발법 제정이 시급하다며 특히 의료분야의 경우 국민보건이나 공공의료서비스 저하 등이 우려된다고 제외하기보다는 별도의 점검장치나 보완조치를 따로 두는 방식으로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내놓은 이명수 의원안이 보건·의료분야가 포함돼 재계 측 입장과 가장 가까운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시민사회단체는 서발법 폐기 운동을 멈추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CNB에 “국민건강보험법 등은 적용대상에 제외한다고 했지만 관련 법령이 이뿐만이 아니라 의료분야가 전부 제외됐다고 보긴 어려워 법안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기재부가 위원회를 만들어 전권을 휘두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경제성 논리로 접근해 공공서비스 영역 등에서 이익중심으로 산업을 재편 가능성이 있어 서발법 제정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