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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개혁 나선 금융지주들…지배구조 ‘빅뱅’ 온다

‘혁신 vs 관치’ 두 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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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9.06.20 09:09:50

채용비리, 회장 셀프연임 등으로 은행권이 정부·국회로부터 전방위적인 개혁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모두 자체혁신안을 마련해 쇄신에 나서 주목된다. 특히 올 연말부터 은행장·지주회장의 임기가 줄줄이 만료될 예정이라 새로운 룰에 따른 지배구조 변화가 금융권 최대이슈로 부상했다. (CNB=도기천 기자)

 

4대 금융그룹의 수장들.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사진=CNB포토뱅크, 연합뉴스)

금융당국의 ‘칼바람’ 예고에
금융지주들 앞다퉈 내부개혁
지배구조혁신 측면도 있지만
‘관치(官治)금융’ 부활 우려도


조만간 금융권은 큰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하반기 국회에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금융감독원이 지배구조에 대한 검사를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연말부터는 은행장·금융지주 회장들의 선출도 예정돼 있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오는 11월20일,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12월 27일,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12월 31일 각각 임기가 끝난다. 내년 3월에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종료된다.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우리은행장을 겸직하고 있는 손태승 회장은 내년 3월 회장 임기가, 내년 12월 은행장 임기가 각각 만료된다. 이밖에 빈대인 부상은행장, 황윤철 경남은행장, 김지완 BNK금융 회장도 내년 3월까지다.

이들의 운명은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은행권의 지배구조 개혁과 맞물려 있다. 일부 CEO들은 개혁안에 상관없이 연임이 점쳐지기도하지만, 일부는 바뀐 룰이 자신의 연임이나 후계구도를 짜는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은행들 권력 급변기 도래

우선 금융당국이 주목하는 부분은 최고경영자(회장) 선출과정의 공정성 여부다.

이를 위해 금강원은 2015년 진웅섭 전 원장이 취임하면서 폐지된 종합검사제도를 올해 초 부활시켰다. 한발 더 나가 지난 3월에는 일반은행검사국 내에 지배구조전담반을 새로 설치했다.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와 최고경영자 선출과정을 상시적으로 감시하기 위해서다. 과거 은행권 채용비리 조사를 담당했던 핵심 인력들이 대거 포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올해 첫 신호탄은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을 향해 울렸다. 종합검사를 앞두고 두 대형 금융사의 경영승계 시스템을 지적한 것.

금감원은 신한금융 이사회 내 이사회운영위원회가 국내외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한 사항을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이들 사외이사가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 포함된 것은 독립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KB금융에게는 지주사 위원회에서만 계열사 CEO 후보자를 선정토록 한 규정을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이 지난달 1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2019년도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CNB포토뱅크)
 

금감원, 초강수 배경은?

이처럼 금융당국이 칼을 빼든 것은 지난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은행권의 채용비리 사태와 일부 지주회장들의 꼼수 연임, 연말부터 예정된 주요은행들의 CEO 선출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채용비리 사태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2017년 10월 국감 때 의혹을 제기하며 불거졌다. 이후 검찰은 시중은행 전반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 6개 시중은행(KB국민·KEB하나·우리·부산·대구·광주은행) 관계자 40여명을 기소했다.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사들의 지배구조 개혁을 예고했다. 그룹 회장에게 집중된 무소불위의 권력 구조가 채용비리의 근본 원인이라 판단했기 때문. 최 위원장은 금융사의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가 경영진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제도개선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 시기에 윤종규 KB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금융당국이 강수를 두게 된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 개선안에는 ▲금융회사 주요 임원 선임 때 당사자는 참석 금지 ▲사외이사 후보 추천 과정에서 대표이사의 의결권 행사 금지 ▲사외이사의 순차적 교체 의무화 ▲퇴임 3년 이내의 관계회사 임원은 사외이사 선임 불가 등이 포함됐다. 이렇게 되면 현직 CEO가 자신을 추천하는 셀프연임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CNB포토뱅크)
 

‘셀프연임’에서 ‘셀프개혁’으로

이런 흐름을 타고 일부 금융사들은 제도를 손보고 있다. 아직 관련 법안(개정안)이 통과된 건 아니지만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은 만큼 선제적으로 내부개혁에 나서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내부규정을 개정해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 추천위원회(지배위)’에서 현직 회장을 배제했다. 사외이사 수도 기존 ‘대표이사 회장과 4인 이상 6인 이내’에서 ‘5인 이상 7인 이내’로 바꿨다.

우리금융지주도 1월에 금융지주사 체제로 출범하면서 회추위에서 회장을 제외했다. 또 회장의 장기 권력독점을 막기 위해 연령을 만70세로 제한했다. 우리금융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만큼 행장과 지주회장을 각각 선출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회장과 우리은행장을 겸직하고 있는 손태승 회장은 내년에 임기가 끝난다.

하나금융과 KB금융도 금융당국이 ‘셀프 연임’을 문제 삼은 이후 현직 회장들을 회추위에서 제외했다. 특히 하나금융은 회장 선출을 위해 ‘액션 러닝(Action Learning)’, ‘최고경영자 프로그램’ 등 여러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성을 테스트하고 강화하는 과정인데, 차기 회장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는 계열사 CEO·임원들이 참여한다.

JB금융지주(전북은행·광주은행)는 현역 프리미엄을 없앤 점이 눈에 띈다.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규정’을 개정해 현직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다른 후보들과 동등한 자격의 후보군이 되도록 했다. 기존에는 현직 회장은 당연 후보군에 포함되고 연임 의사를 밝히면 우선적으로 후보자에 선정됐다.

BNK금융지주(부산은행·경남은행)는 지난달 내부규범을 개정해 회장의 연임 횟수를 1회로 제한했다. 신한금융, KB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들은 회장의 나이 제한(70세)을 두고 있지만, 연임 횟수를 제한한 것은 BNK가 처음이다.

 

은행 채용비리 사태가 금융권 내부혁신의 기폭제가 됐지만 금융당국의 관치(官治)를 불러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6월 시민단체들이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은행 채용비리 검찰 부실 수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사 길들이기’ 지적도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금융당국의 압력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관치(官治) 우려도 제기된다.

실례로 금감원 종합검사는 금융사 길들이기라는 지적을 받으며 2015년 폐지됐다가 올해 부활했는데, 시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이 최근 개설한 지배구조전담반도 금융사의 경영승계 문제를 전담한다는 점에서 외압 논란을 낳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CNB에 “(국책은행을 제외한) 금융사들이 민간기업이긴 하지만 정부의 정책에 의해 경영방침이 정해진다는 점에서 사실상 반쯤은 공기업이라 보면 된다”며 “이미 지난해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한 만큼 법개정과 상관없이 내부규정을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수십년 간 최고경영자 자리를 지키면 금융업계 대부 역할을 하는 이들이 많다”며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혁에만 매달릴게 아니라 전문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데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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