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사람 중심’으로 전환해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누자는 소득주도성장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혁신성장에 경제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규제개혁, 양질의 일자리 창출, 재벌지배구조 개편 등을 국정운영의 우선 과제로 추진 중이다. 이에 CNB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기업정책들을 분야별, 이슈별로 나눠 연재하고 있다. 이번 주제는 고액의 연봉을 받는 금융회사 임직원의 보수공시 확대 논란이다. (CNB=이성호 기자)
거액의 성과급 잔치 끝없는 논란
금융사들 “업무특성 고려해 달라”
금융당국 “보수기준·내용 알려야”
금융권의 막대한 성과급 잔치는 현재진행형이다.
주요 금융사들의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현대커머셜에서 11억4400만원(상여금 3억9500만원 포함), 현대카드에서 22억5700만원(상여금 6억3800만원) 등을 수령해 보수총액 34억100만원을 기록했다.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은 급여 7억8200만원에 성과급 등 상여 17억7100만원을 더해 25억5800만원을 받았고,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24억4600만원(급여 7억8200만원, 상여 17억7100만원),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19억7500만원(급여 10억원, 상여 9억4200만원)이다.
금융지주사의 경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17억5300만원(상여금 9억5100만원), 윤종규 KB금융 회장 14억3800만원(상여금 6억3800만원),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11억4900만원(상여금 3억4800만원)을 각각 받았다.
증권업계는 김진영 하이투자증권 부사장이 지난해 성과급 24억4200만원을 포함한 27억100만원을 수령했다.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의 보수는 상여 10억9600만원을 더해 총 25억6400만원이었고,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은 급여와 상여를 더해 24억6900만원을 받았다.
특히 성과급제가 보편화된 증권가에서는 일반 직원들도 고액 연봉자 명단에 더러 올랐다. SK증권 A부장은 지난해 총 16억5600만원의 보수를 받았는데 영업성과로 인한 상여가 14억8900만원에 달했고, 신한금융투자 B지점장은 13억원(상여 11억1700만원)을 받는 등 5억원 이상의 고액보수를 받는 직원들이 적지 않은 편이다.
근로자 평균연봉 수십배…사회적 논란
하지만 이 같은 거액의 성과급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연봉이 3475만원이다. 이 금액의 수십배가 넘는 금융회사 임직원의 높은 보수 수준은 성과에 비해 지나치다는 사회적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등에 의하면 은행 등 금융사의 수익 근원이 경영 혁신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로 인한 수익)과 고용 및 점포 감소로 인한 인건비 절감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음에도 이를 실적으로 포장해 고액의 성과보수를 지급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를 두고 논란이 많다.
타 업종보다 공공성 확보가 요구되는 금융기관 임직원이 경영판단 과정에서 그른 판단을 하거나 도덕적 해이 등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쳐도 고액의 성과보상을 받는 경우가 잦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
결국 금융당국이 메스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국회에 제출돼 있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안)’에 금융회사 임직원의 보수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시킨 것.
임원의 개별 보수총액, 성과보수총액, 산정기준 등을 연차보고서에 공시토록 하는 대상을 확대하고, 대형 상장금융회사의 임원(업무집행책임자 제외)에 대한 보수지급 계획을 임기 중에 1회 이상 주주총회에서 설명토록 적시했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서는 주권상장법인 등에 대해 보수총액 5억원 이상인 임원, 보수총액 상위 5인으로서 5억원 이상인 임직원에 대해 개별보수 공시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더해 금융당국은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통해 자본시장법상의 공시대상 외에 성과보수총액 2억원 이상인 임원으로 공시대상을 확대시키고, 보수지급 계획의 주총 설명 강제화를 꾀해 주주의 실효적인 통제 안에 두겠다는 복안이다.
“경영 자율성 침해, 특수성 고려해야”
반면, 반대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공시 기준금액을 설정하는데 있어서 성과 비중이 높은 금융회사 임원 보수의 특수성 등 경영 자율성 측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주총에서의 보수지급계획 심의 등은 구속력 있는 의결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견해로 고개를 젓고 있다.
특히 금융투자협회는 15개사 표본조사 결과 성과급 2억원 이상인 임원이 1사당 평균 30명으로 전체 금융투자업계로 확대 시 공시대상이 지나치게 확대된다는 입장을 금융위원회·상임위에 전달한 바 있다.
국회가 장기간 공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향후 법안 논의가 본격화되면 업계에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증권사의 경우 성과 베이스로 보수를 받는 구조다보니 다른 금융 업권보다 해당될 소지가 크다”며 “물론 공익도 중요하지만 광범위하게 너무 많은 개인의 사적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고 말했다.
이어 “자본시장법에 따른 상위 5명도 아니고 2억원 이상 대상자 모두를 공시하는 것은 개인에게 큰 부담은 물론 회사 내부적으로도 직원들간 위화감만 조성될 뿐”이라며 “정당한 대우가 왜곡돼 외부에서는 가십거리로 비춰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