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기자 | 2019.06.10 14:36:27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사람 중심’으로 전환해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누자는 소득주도성장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혁신성장에 경제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규제개혁, 양질의 일자리 창출, 재벌지배구조 개편 등을 국정운영의 우선 과제로 추진 중이다. 이에 CNB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기업정책들을 분야별, 이슈별로 나눠 연재하고 있다. 이번 주제는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적격성 완화 논란이다. (CNB=이성호 기자)
까다로운 대주주심사 ‘발목’ 잡아
신규 진출 기업들도 줄줄이 탈락
규제완화 움직임에 시민단체 반발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을 둘러싸고 2차 격돌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비금융사의 인터넷은행 지분율 제한이 완화되면서 한숨 돌리는가 했는데, 이번에는 대주주의 자격(적격성)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
우선 1차전은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 분리)’ 규제에서 비롯됐다.
은행법에서는 기업의 사금고화를 차단키 위해 비금융사가 금융사를 소유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즉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지분을 10%로 제한하고 있고 이중에서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4%로 묶어 놨다.
이에 케이뱅크 설립주체인 KT의 지분은 10%(의결권 행사 4%), 카카오뱅크 역시 카카오의 지분은 10%(우선주까지 포함 시 18%, 의결권 4%)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설립 취지와 맞지 않게 ICT 기업이 주도적으로 경영을 이끌고 갈 수 없고 과감한 투자도 어렵다. 특히 참여주주들이 지분 비율대로 일일이 참여해야 한다는 점에서 증자도 쉽지 않다.
이에 인터넷은행들 입장에서는 은산분리 규정 완화가 숙원이었다.
그러나 재벌의 사금고화 차단 등 은산분리 원칙이 훼손된다는 이유 및 특혜 시비 그리고 정부 여당 측에서도 적극적이지 않았지만, 지난해 기류가 바뀌었고 국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이 전격 통과됐다.
특례법은 인터넷은행의 비금융사 주식 보유한도가 기존 4%에서 34%로 확대할 수 있도록 했고 올해 1월 17일부터 시행됐다.
규제 늪에 빠진 인터넷은행
이에 업계에서는 이제 한숨을 돌리나 했지만, 최근 2차전이 시작됐다.
KT와 카카오는 각각 케이뱅크·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주식 34%까지 취득 가능)가 되기 위한 한도초과보유승인 신청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지만 현재 모두 심사가 중단된 상태다. 이는 대주주들이 자격 문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현행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사들은 2년마다 최대주주의 자격심사를 받아야 한다.
또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에서는 한도초과보유주주(대주주)의 요건으로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령,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조세범 처벌법’ 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특히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르면 형사소송 절차 및 금융위·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검찰청 또는 금융감독원 등에 의한 조사·검사 등이 진행되고 있고, 그 소송이나 조사·검사 등의 내용이 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한도초과보유승인 신청 심사중단 요건에 해당된다는 점이다.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KT의 경우, 공정위가 지난 4월 공공전용회선 담합으로 적발해 검찰에 고발했고, 2016년 지하철 광고 IT시스템 입찰담합으로 인한 벌금형도 발목을 잡고 있다. 결국 금융위는 지난 4월 KT의 케이뱅크은행에 대한 한도초과보유 승인 신청 관련 심사를 중단했다.
카카오뱅크의 카카오는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2016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공시해야 할 5곳의 계열사를 누락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법원에서 벌금 1억원의 약식명령을 받자 정식재판을 청구, 지난달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이 항소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멈춰져 있다.
“경기 한창인데 룰 바꿔” 맞춤형 특혜 논란
여기에 더해 추가 인터넷은행 사업자 출현도 차질을 빚고 있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 활성화의 전제조건인 은산분리 완화 부문이 해결되자 지난해 말 신규인가 추진방안을 발표했고, 올해 3월 키움뱅크와 토스뱅크가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 서를 접수했다.
키움뱅크는 키움증권을 비롯해 주주사 28개(다우기술, 사람인에이치알, 한국정보인증, 하나은행, SK텔레콤, 11번가, 코리아세븐, 롯데멤버스, 메가존클라우드, 바디프랜드, 프리미어성장전략엠앤에이2호 PEF, 웰컴저축은행, 하나투어, SK증권, SBI AI&Blockchain Fund, 한국정보통신, 현대비에스앤씨, 아프리카티비, 데모데이, 에프앤가이드, 에스씨아이평가정보, 에이젠글로벌, 피노텍, 희림종합건축사무소, 원투씨엠, 투게더앱스, 바로고)가 참여했다.
또한 토스뱅크는 비바리퍼블리카(토스)를 주체로 한화투자증권, 굿워터캐피탈, 알토스벤처스, 리빗캐피탈, 한국전자인증, 뉴베리글로벌(베스핀글로벌), 무신사 등이 함께했다.
그러나 최근 키움뱅크·토스뱅크 2곳의 은행업 예비인가는 모두 불허됐다. 금융위에 따르면 키움뱅크는 사업계획의 혁신성, 실현가능성 측면에서 미흡했고 토스뱅크는 지배주주 적합성(출자능력 등), 자금조달능력에서 충족하지 못했다.
이에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당초 계획에 어긋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금융산업의 혁신을 선도하고 은행업 경쟁도를 제고키 위해 ICT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은행을 2개 내외로 더 늘린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줄줄이 탈락했고 기존 1호(케이뱅크)·2호(카카오뱅크)점도 엄격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막혀 뻗어나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인 탓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다시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난 5월 30일 정부·여당이 비공개 당정협의를 통해 인터넷은행 대주주 자격을 느슨하게 풀어주는 법 개정 검토에 나서기로 한 것.
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는 관련 법안도 제출해 놓은 상태다.
국회정무위원회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이 5월 24일 대표발의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각종 규제 위반의 가능성에 노출된 산업자본의 특수성을 고려, 공정거래법 위반 등 요건을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에서 제외토록 함이 골자다.
반면,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개혁연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주빌리은행,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등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KT의 케이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되고, 제3의 인터넷은행 인가가 무산된 직후에 대주주 적격성 요건 완화를 추진한다는 것은 자격 없는 후보자를 위해 자격 요건을 낮춰주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다.
찬반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향후 정치권의 판단에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특혜 논란을 접고 인터넷은행이 순항할지는 의문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CNB에 “인터넷은행만 타 금융관련 업권과 달리 대주주 자격을 완화할 이유가 없다”며 “오히려 인터넷은행만 은산분리 규제를 벗어나 특혜를 받았다면 이후 사후감독을 강화함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산분리 원칙 훼손에 이어 또 다시 금융사 전반에 적용되는 지배구조 원칙까지 손을 데는 것은 사회적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사안”이라며 “규탄 운동은 물론 국회쪽에 면담을 요청하든 설득작업에 나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