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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씁쓸한 가정의 달…‘주식부자 어린이’와 ‘결식아동 27만명’

‘어린이 펀드’ 선물 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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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  2019.05.13 09:11:06

어린이날이 포함된 5월 맞아 미성년자 양극화 문제가 재조명되고 있다. 어린 자식에게 선물하기 위한 펀드상품이 늘어나고 있지만, 재벌 일가가 미성년자 자녀에게 수백억원대의 주식을 양도하는 일은 여전히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9일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청와대를 방문한 시골 어린이들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1억원 이상의 상장 주식을 보유한 미성년자가 1300명을 넘는 가운데, 끼니를 거르고 있는 결식아동 숫자는 27만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정의 달 5월’의 씁쓸한 풍경을 들여다봤다. (CNB=손정호 기자)

자녀에게 ‘주식 선물’ 갈수록 늘어
증권사들, 앞다퉈 어린이펀드 출시
금수저 vs 흙수저… ‘양극화’ 여전


미성년자에게 주식을 선물하는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어린 자녀들에게 조기 경제교육을 위해 펀드를 선물해주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많은 증권사들이 어린이 맞춤형 펀드 상품을 내놓고 있고, 시장 반응도 나쁘지 않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우리아이친디아업종대표’ 펀드에 가입하면 글로벌 경제교육 프로그램에 보내준다. ‘미래에셋 우리아이 글로벌 리더 대장정 프로그램’으로 추첨을 통해 중국을 방문할 수 있다. NH아문디자산운용(농협금융지주와 프랑스 아문디의 합작사)은 ‘아이사랑 펀드’를 통해 경제교육을 서비스한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도시의 탐방기회를 얻을 수 있다.

수익률도 좋은 편이다.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의하면 아이들을 위한 국내 펀드 20개의 연초 이후 수익률(1월 1일~5월 2일)은 평균 8.93%다. ‘미래에셋 우리아이친디아업종대표’ 펀드 22.2%, ‘메리츠주니어펀드’ 18.3% 등 수익률이 꽤 높은 상품도 있다. 증권사 자산운용가들이 신경을 써서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최태원 SK 회장의 친인척 미성년자에 대한 수백억원대의 주식 증여가 관심을 받았고, 국정감사에서는 미성년자의 고액 주식 배당 등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KEB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과도한 상속, 비판 직면

이처럼 아동에게 주식을 선물해주는 게 새삼스럽지 않은 일이 되고 있지만, 과도한 상속은 여전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작년 11월 최태원 SK 회장의 친인척 미성년자들이 억대의 부자에 이름을 올리면서 주목 받았다. 최 회장의 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은 고(故) 최종관 SKC 부회장의 손자인 A군(17살)과 최종욱 SKM 회장의 손자인 B군(10살)에게 SK(지주사) 주식을 증여했다.

A군은 186억9981만원(6만6666주, 1주당 28만500원), B군은 37억3990만원(1만3333주)의 주식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직업이 없는 미성년자(만 0~18세)이지만, 부모를 잘 만난 덕분에 일찍 많은 재산을 얻게 된 셈이다.

작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정무위원회 소속의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에 의하면, 미성년자들(총수일가 특수관계인, 일반인 합산)이 상장사(2045개) 주식 1억5480만주(총 2조300억원, 2017년 12월 31일 종가기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중 1억원 이상 보유한 사람만 1356명이다.

0세 부자도 여럿이다. 1살도 되기 전에 1억원 이상을 가진 아기가 9명이나 됐다. 가장 부자인 0세는 샘표식품 3만주(10억4000만원)를 갖고 있었다. 이어 보유 종목별(0세 1명당)로 성창기업(8억8000만원), 현대자동차(6억원), 신라젠(1억5000만원), 디씨엠(1억2350만원), 셀트리온(1억1050만원), 아이에스시(1억697만원), KB오토시스(1억530만원), 삼성SDS(1억원) 등이다.

미성년자 중 보유액이 가장 많은 사람은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의 지주사) 67만1151주(744억9776만원)를 보유한 14살 청소년이다.

2~7위 모두 한미사이언스의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한 어린이다. 13세(1명), 11세(1명), 10세(1명), 9세(3명) 등이다. 이들은 각각 727억6716만원어치를 갖고 있다. 이들은 임성기 한미사이언스 회장의 손자녀들로 알려져 있다.

상위 30위 중에서 어린이 부자가 가장 많은 기업은 보광산업이다. 총 4명의 아이가 기업의 주식을 대량으로 갖고 있다. 이어 GS(3명), 한샘(2명), 클래시스(2명), 셀트리온헬스케어(1명), 부광약품(1명), 삼양홀딩스(1명), 한미반도체(1명), 유니셈(1명), 문배철강(1명), 조선내화(1명), KPX홀딩스(1명), 스맥(1명), 삼영무역(1명), 엘비세미콘(1명) 등이다. 1명당 40억원에서 많게는 500억원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1억원 이상을 배당받은 어린이도 20명이나 된다. 가장 많은 배당금을 받은 이는 GS 주식(83만5341주)을 보유한 16세 청소년으로 총 30억원을 받았다. 2~4위도 GS 주식을 갖고 있는 어린이들이다. 13세(배당금 119억원), 17세(70억원), 18세(55억원) 순이다.

기업별로는 한미사이언스(7명), 보광산업(3명), 예스코홀딩스(2명), 한미반도체(1명), KPX홀딩스(1명), 조선내화(1명), 문배철강(1명)의 주식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 배당부자로 기록됐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CNB에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증여세를 낸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기업 경영권을 쉽게 승계하기 위한 포석으로 시드머니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측면에서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윤소하 의원(정의당)에 의하면, 작년 6월 기준 결식아동은 27만9302명 수준이다. 이는 입법조사처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이들은 대부분 가장의 실업, 부모의 이혼과 가출 등 가족해체의 문제 앞에 놓여 있는 저소득층 가정에 속해 있다.

학기 중에는 무상급식을 통해 점심을 해결하고, 방학 때는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급식카드(서울시의 경우 꿈나무카드)를 갖고 편의점 등 가맹점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은 하루 한두끼에 국한돼 있어 해당 어린이 중 상당수는 아침이나 저녁을 거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정의 달’의 씁쓸한 두 얼굴이다.

(CNB=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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