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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힐스테이트 북위례’ 논란… ‘시세 vs 원가’ 뭐가 맞나

2300억 부풀려졌다? 내막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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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19.04.25 09:32:46

지난 4월 15일 경실련이 기자회견을 열고 힐스테이트 북위례의 분양원가가 과다 산정됐다고 주장했다. 사진 = 경실련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시세보다 저렴한 ‘로또 아파트’로 주목을 받았던 경기 하남시 ‘힐스테이트 북위례’가 ‘분양가 거품’ 논란에 휘말렸다. 경실련은 최근 이 아파트가 적정 건축비를 2배 가량 부풀리고 토지비 등의 명목으로 약 2300억 원의 과다 분양가를 책정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시행사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어 급기야 국토부가 실태 확인에 나섰다. 과연 힐스테이트 북위례의 분양가는 부풀려진 것일까? (CNB=정의식 기자)

7만명 줄선 아파트, 분양가 ‘거품’?
경실련 “건축비‧간접비 과다 산정”
건설사 “시세보다 싼데 무슨 소리”


‘힐스테이트 북위례’는 올해 위례 신도시에 공급되는 아파트 중 가장 규모가 크면서도 인근 단지 시세(3.3㎡당 3000만~3500만 원)의 60% 수준인 1833만 원에 분양가가 결정돼 청약자들 사이에서 일명 ‘로또 분양’이라 불린 아파트다.

단지 분양가가 평형에 따라 6억 4900만~7억 2670만 원에 책정된 반면, 주변의 비슷한 평수 아파트 시세는 약 12억~13억 원 내외에 형성돼 있어 청약에 성공할 경우 5억 원 내외의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힐스테이트 북위례 조감도. 사진 = 현대엔지니어링

실제로 분양 시작일인 지난달 29일 힐스테이트 북위례 1순위 청약이 개시되자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문을 연 모델하우스에는 아침 일찍부터 청약 신청자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939가구를 모집하기 위해 지난 4일까지 진행된 1순위 청약의 총 지원자는 7만 2570명으로, 평균 경쟁률은 77.28대 1에 달했다.

하지만 불과 10여 일 후 이 아파트를 둘러싼 분위기가 일변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힐스테이트 북위례의 분양원가 항목을 분석한 결과 지나치게 과다한 분양가를 산정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지난 15일 경실련은 기자회견을 열어 “힐스테이트 북위례의 적정건축비는 3.3㎡당 450만 원 선인데, 실제 건축비는 912만 원으로 부풀려졌다”며 “힐스테이트 북위례가 건축비 명목으로 1908억 원, 토지비 명목으로 413억 원을 부풀려 총 2321억 원의 분양수익을 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경실련 “공사비 부풀리기 심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신도시와 공동택지는 ‘택지개발 촉진법’에 따라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국민소유 토지를 강제수용해 조성한 곳이다. 따라서 신도시 개발사업자인 공공과 공기업은 저렴한 주택 공급이 가능하도록 조성원가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서 추첨으로 택지를 공급하며, 주택업자가 과도한 개발이익을 사유화하지 못하도록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그리고 힐스테이트 북위례는 그간 12개 항목으로 축소되어 공개되던 분양원가가 62개 항목으로 늘어난 이후 공개된 첫 아파트다.

문제는 힐스테이트 북위례의 건축비용을 분석한 결과, 9년 전과 공사비는 비슷한데 간접비용은 6배로 상승하는 기현상이 두드러졌다는 것. 평당 1833만 원인 평균 분양가는 토지비 918만 원과 건축비 912만 원으로 구성됐는데, 경실련은 이 중 건축비가 과다 산정됐다고 봤다. LH공사, SH공사, 경기도, 동탄2 신도시 민간아파트 분양가 심사자료 등을 통해 실제 건축비를 추정한 결과 적정 건축비는 평당 450만 원으로 책정됐는데, 힐스테이트 북위례의 건축비는 이보다 약 456만 원 가량 많았기 때문이다.

북위례 힐스테이트와 장지12.13단지, 강남 보금자리 분양가 구성 비교. 그림 = 경실련

2010년 인근의 장지지구에서 공급된 12,13단지 건설 당시보다 공사비는 1.2배 상승한 반면, 간접비는 무려 5.9배나 상승한 것도 분양원가를 부풀린 정황으로 지목됐다. 특히 간접비 약 1084억 원(평당 223만 원) 중 ‘분양시설경비’가 무려 599억 원(평당 143만 원)이나 책정된 건 문제라고 봤다. 분양시설경비란 분양사무실 시공비, 운영비, 광고홍보비 등인데, 여기에 이렇게 많은 금액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 실제로 지난 1월 GS건설이 분양한 위례 포레자이의 경우 해당 항목은 평당 18만 원에 불과했으며, 2013년 현대건설 위례힐스테이트 송파 역시 간접비로 평당 63만 원을 책정했으며, 이 중 부대비는 39만 원 수준이었다.

토지비용 역시 기간 이자를 부풀린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1월 분양한 위례 포레자이의 경우 2015년 10월 힐스테이트 북위례와 같은 조건으로 매각된 토지여서 두 단지에 비용 차이가 나면 안된다. 하지만 위례 포레자이의 경우 매입가 대비 기타비용(기간이자, 필요경비 등)이 5%지만 북위례 힐스테이트는 17%로 3배가 넘었다.

이같은 분석에 따라 경실련은 “주택난 해결과 주거 안정을 위해 토지를 강제수용해 조성한 공공택지가 주택업자들의 천문학적인 이윤추구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하남시와 국토부 등은 공고문 내에서도 금액이 서로 다른 엉터리 분양원가자료를 그대로 승인하는 등 고분양을 방조했다”고 꼬집었다.

건설업계 “판단은 소비자 몫”

경실련의 주장에 따르면 힐스테이트 북위례의 분양가를 과다하게 책정해 부당이득을 얻은 건 시행사 보성산업과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이다.

하지만 시행사인 보성산업 측은 “경실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대상에서 분양가는 기본형 건축비와 건축비 가산비용, 택지비 등이 더해져 정해지는데 법상에 산정 기준이 정해져 있어 시행사가 임의로 가격을 높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현장과 원가 구성이 다른 것에 대해서는 “원가공개 항목이 12개에서 62개로 늘어나는 과정에서 분류상의 차이로 인해 일어난 현상일 뿐 금액 부풀리기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를테면 종전에 택지비에 포함되던 항목이 원가공개 확대 이후에는 공사비에 포함되는 등 가격 분류가 달라져서 발생한 문제라는 것이다.

3월 29일 서울 잠실에 문을 연 힐스테이트 북위례 모델하우스에 몰려든 인파. 사진 = 연합뉴스

건설업계 관계자는 CNB에 “분양가는 시장에서 형성되며, 고분양가 여부는 소비자가 판단하는 것”이라며 “홍제역 해링턴플레이스(효성), e편한세상 청계센트럴포레(대림산업) 등처럼 미계약자가 속출하는 수준이라면 몰라도 청약자들 사이에서 ‘로또’란 말이 나온다면 고분양가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경실련이 비교 대상으로 삼은 강남 보금자리 아파트나 장지12‧13단지 아파트는 공공 발주 아파트여서 민간 분양 아파트와 질적인 면에서 비교 대상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논란의 또다른 당사자인 국토교통부는 경실련의 고발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실태를 확인해 개선방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건설업체와 분양승인권자인 지방자치단체가 분양가 상한제 기준에 따라 제대로 땅값과 공사비를 산정했는지 직접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택지비와 기본형 건축비 산정 기준도 재검토하겠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와 기본형 건축비 제도가 2005년 시행돼 14년이 지나면서 그간 기술발전, 신공법 개발로 재료 투입물량이 감소한 것 등 달라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건설기술연구원의 용역을 거쳐 이런 점이 충분히 반영될 경우 기본형 건축비가 현행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CNB=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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