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사람 중심’으로 전환해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누자는 소득주도성장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혁신성장에 경제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규제개혁, 양질의 일자리 창출, 재벌지배구조 개편 등을 국정운영의 우선 과제로 추진 중이다. 이에 CNB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기업정책들을 분야별, 이슈별로 나눠 연재하고 있다. 이번 주제는 감사 선임 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롤’에 관한 논란이다. (CNB=이성호 기자)
폐지하자는 측
‘3%룰’ 탓에 감사 선임 못해
내년 238개사로 늘어날 것
의결권 제한은 유례없는 악법
강화하자는 측
대주주 입맛대로 이사진 선출
선택된 이사 중에 감사 선임
의결권 제한 사실상 무용지물
GS리테일, 비에이치아이, 데일리블록체인, 인디에프, 형지I&C, 서진시스템, 일야, 판타지오, 시너지이노베이션, 솔루에타, 해성옵틱스, 이글벳, 썬텍, 스페코, 한류AI센터, 아모텍, 에스텍파마, 아이엠, 동아지질, 누리텔레콤, 제주반도체, 신한, 광진윈텍, 남광토건, 한국전자홀딩스, 앤씨엔, KEC, 제이씨현시스템, 바이오로그디바이스, 명성티엔에스, 세진티에스, 토탈소프트, 한국카본, 아난티, GH신소재, 세원셀론텍, 이건산업, 쌍방울, 나노메딕스, 에이치엘사이언스, TPC, 디티앤씨, 티에이치엔, 대진디엠피, 메디아나, 엘비세미콘, 옵티시스, 키이스트, 에코플라스틱, 멕아이씨에스, 유비케어, 내츄럴엔도텍, 아비코전자, 미스터블루, 티플랙스, 서원인텍, 이화공영, SGA솔루션즈, 오리엔탈정공, 한국정보인증, 동양파일, 디아이, 깨끗한나라, 에프알텍, 이월드, 삼진엘앤디, 한국화장품, 일신바이오, 우성사료, 씨유메디칼…
최근 주총 시즌에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감사 선임 안건이 부결된 회사들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지난달 31일까지 작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1997개(코스피 753, 코스닥 1244)의 정기주주총회 현황을 조사한 결과, 188개사(9.4%)가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이 부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기업들의 주총 안건은 모두 238건으로, 특히 감사(위원) 선임이 149건(62.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정관변경(52건, 21.8%), 임원보수 승인(24건, 10.1%) 순이었다. 상장사들이 이처럼 감사(위원) 선임 안건을 통과시키기 어려운 이유는 이른 바 ‘3%룰’ 탓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행 상법에 따라 감사(위원)를 뽑을 때에는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이 찬성하고 출석주식수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그러나 최대주주는 아무리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합산 3%의 의결권만 사용할 수 있다. 이는 대주주의 영향력을 배제해 감사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3%룰은 심지어 경영권 분쟁중인 가족(특수관계인)들의 의결권까지 합쳐진 것이라 의결정족수를 채우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공시된 지분 구조를 볼 때 내년에 감사(위원)를 선임하지 못할 위험이 있는 회사가 238개사로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경제계에서는 의결권 제한제도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업 규제로 상법상 대원칙인 주주평등 원칙에 어긋난다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국회에는 감사 및 감사위원 선임 의결권 제한을 아예 폐지하는 내용의 ‘상법 일부개정법률안(권선동 자유한국당 의원 대표발의)’ 등이 계류 중인 상황으로 조속한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오히려 제도를 강화하려는 모양새다.
법무부가 추진하고 있는 상법 개정의 핵심 이슈 중의 하나가 일반 이사와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따로 뽑도록 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임’이다.
현재 자산 2조원이 넘는 상장사는 의무적으로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문제는 위원회 감사위원을 주총을 통해 기 선출된 이사 중에서 골라 맡기는 일괄선임 방식이라는 점이다. 즉, 법망에 구멍이 있는 것으로 이사 선임 단계에서는 의결권이 제한되지 않기 때문에 이 경우 3%룰을 벗어나게 된다.
따라서 상법 개정을 통해 감사위원이 될 이사에게도 3%룰을 대입시켜 분리해서 선출하는 방안을 꾀하고 있는데 이 법안 역시 국회에 제출돼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CNB에 “현재 자산 2조 이상 대기업인 경우 오히려 제한을 받지 않는 모순이 있어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찬반 시선이 엇갈리고 있고 정치권 내에서도 이견 차이가 커 폐지든 강화든 양 법안 모두 최종 국회 통과는 쉽지 않아 보인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