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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현장] 이재용·정의선·최태원·이재현·김승연…항공업계 ‘큰별’ 기리는 재계 총수들

슬픔·안타까움·그리움…재계 큰어른 영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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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2019.04.16 09:43:36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빈소의 15일 저녁 모습. (사진=도기천 기자)

지난 8일 별세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발인이 16일 오전 6시경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가운데, 조 회장을 기리는 재계의 추모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시작된 장례 기간 동안 재계·정관계 인사와 시민 수천여명이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CNB=도기천 기자)

위기를 기회로 바꾼 ‘도전정신’ 기려
잇단 악재 속에 별세해 더 안타까워
재계수장들 “경영성과 별도 평가해야”


특히 조 회장이 대한항공(한진그룹 핵심계열사)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공단의 스튜어드십코드(주주권행사지침)로 사내이사 자리를 잃게 된 직후에 숨졌다는 점에서 재계의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은 대한항공 주총 결과와 관련해 “국민연금이 사법부가 판결을 내리기 전임에도 사회적 논란을 이유로 연임 반대 결정을 내려 기업경영권을 흔들었다”고 비판했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정부가 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신(新)관치경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누구도 그의 죽음을 막지는 못했다. 오랜 숙환이었던 폐질환이 공식 사인이긴하지만, 가족의 갑질 논란, 대한항공 주총 결과 등이 병세를 악화시켰을 것이라는 게 세간의 시선이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조양호’를 검색하면 ‘자살’이 연관검색어로 따라붙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빈소를 찾은 재계 인사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어둡고 침통해 보였다. 어떤 경우든 애통하지 않은 상(喪)은 없겠지만, 유독 그의 빈소에는 슬픔과 아쉬움이 깊어 보였다.

 

조양호 회장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재계 총수들.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두산인프라코어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수많은 조문객 중 특히 눈에 띄는 인물들은 그와 함께 수십여년 간 한국경제를 이끌었던 대기업 총수들이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지난 12일, A4 4장 분량의 추도사를 통해 “45년간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항공·물류 산업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은 선도적인 기업인이었다”며 고인의 업적을 기린데 이어, 15일에는 빈소를 방문해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조 회장의 유족들을 만나 위로했다.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는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한 분”이라며 “유족들과는 안타깝다는 이야기만 나눴다”고 말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도 15일 빈소를 찾아 “전경련 모임에서 자주 뵀는데 자상하시고 꼼꼼하셨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이날 빈소에서 “(조양호 회장은) 아주 좋으신 분이셨다”고 회고했으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30분 넘게 빈소에 머무르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구광모 LG 회장도 이날 조문했다.

앞서 조 회장 별세 직후 전경련은 논평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조 회장의 별세는 재계를 넘어 우리 사회에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며 “한국 항공·물류산업의 선구자이자 재계의 큰 어른으로서 우리 경제 발전을 위해 헌신한 그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조문 마지막 날인 15일 밤에도 조문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도기천 기자)
 

기업인들 “하필 힘든 때에…한국경제에 큰 손실”

장례절차가 5일장임에도 첫 조문날(12일)부터 많은 재계 인사들이 빈소를 찾았다.

12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황창규 KT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두산인프라코어 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현대중공업 최대주주), 이우현 OCI 부회장, 허태수 GS홈쇼핑 대표,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소진세 롯데그룹 사회공헌위원장,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 배재훈 현대상선 사장,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대표, 이대훈 농협은행장,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이석채 전 KT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이 조문했다.

특히 CJ 계열사의 CEO들이 대거 조문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CJ그룹 대표이사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비롯, 박근희 CJ그룹 부회장, 김홍기 CJ(주) 대표, 신현재 CJ제일제당 대표, 허민회 CJ ENM 대표가 유족들을 위로했다.

손경식 회장은 “우리나라 항공산업을 일으키고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큰 공로를 세운 분인데 안타깝다”며 “최근 여러 문제로 심적으로 많이 힘드셨을텐데 좋은 곳으로 가시길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13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혼자 방문해 5분 정도 머무르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기자들의 질문에는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장례식장을 떠났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회장의 동생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과 조남호 전 한진중공업 회장 등이 이날 조문했다.

재계는 한진가(家)의 갑질 행태, 비리 의혹 등과는 별개로 조 회장의 경영적 성과는 성과대로 평가받기를 바랬다.

한 대기업 임원은 CNB에 “여러 악재가 있었지만 회사 경영 실적만 놓고 보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도 많은데, 그런 성과는 인정받지 못하고 갑자기 돌아가시게 돼 안타깝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도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만한 일이 있었지만, 경영과 관련된 부분은 따로 재평가 받아야 한다”며 “대내외적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않은 상황에서 (조 회장의 별세로) 재계가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오른쪽 두번째)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 세번째)과 조현민 전 전무(왼쪽 두번째)가 16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장례식장에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세계 하늘길 개척한 항공산업의 거목

고(故) 조양호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1992년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 1996년 한진그룹 부회장, 1999년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을 역임했고 2003년 한진그룹 회장에 올랐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자체 소유 항공기를 매각한 후 재임차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했고, 1998년 외환위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는 유리한 조건으로 보잉 737 항공기 27대를 구매했다. 이라크 전쟁, 9·11 테러 등의 여파로 세계 항공산업이 침체했던 2003년에는 오히려 차세대 항공기 도입의 기회로 보고 A380 항공기를 구매하는 등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이 항공기들은 대한항공 발전의 동력이 됐다.

그는 세계 항공업계가 무한경쟁으로 치달을 때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Sky Team) 창설을 주도하기도 했다. 또 전 세계 항공업계가 대형항공사와 저비용 항공사(LCC) 간 경쟁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시대의 변화를 내다보고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2008년 7월 진에어를 창립했다.

 

한국 항공업계에 큰 발자취를 남긴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CNB포토뱅크)

조 회장은 ‘항공업계의 유엔’이라고 불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으며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발언권을 높여왔다.

1996년부터 IATA의 최고 정책 심의 및 의결기구인 집행위원회(BOG, Board of Governors) 위원, 2014년부터는 집행위원 중 별도 선출된 11명으로 이뤄진 전략정책위원회(SPC, Strategy and Policy Committee) 위원을 맡았다.

스포츠에도 관심이 많아 2008년 대한탁구협회 회장, 2009년 아시아탁구연합(ATTU) 부회장에 선임됐다. 특히 2009년에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대회를 유치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작년 12월부터 미국 LA 뉴포트비치 별장에서 머물면서 병 치료에 전념하다 지난 8일 향년 70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장지는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신갈 선영이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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