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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기업정책 핫이슈(31)] 금융위, 사법권 본격 발동…문제는 없나

“공권력 남용” vs “금융범죄 신속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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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9.04.15 14:25:11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사람 중심’으로 전환해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누자는 소득주도성장에 경제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제 보장, 본사의 횡포로부터 가맹점 보호, 대기업과 골목상권의 상생, 재벌지배구조 개편 등을 국정운영의 우선 과제로 추진 중이다. 이에 CNB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기업정책들을 분야별, 이슈별로 나눠 연재하고 있다. 이번 주제는 본격적인 시행을 앞둔 금융감독원의 ‘특별사법경찰관리(이하 특사경)’ 운영이다. (CNB=이성호 기자)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관리 운영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사진=CNB포토뱅크) 

무늬만 ‘특사경’ 비판에
금융위, 권한 행사 예고
오남용 등 부작용 우려도


자본시장에서 불공정거래행위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부정거래·시세조정·미공개 정보이용 등 위반 행위에 대한 금융감독원이 조사실적은 2014년 195건, 2015년 172건, 2016년 172건, 2017년 139건이었다.

지난해에는 총 151건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의결을 거쳐 89건을 검찰에 이첩(고발·통보)하고, 23건은 행정조치를 부과했다. 금감원에서 불공정거래 조사가 처음 시작된 1988년부터 2018년까지 적발된 건수는 총 5143건에 달한다.

주요사례를 살펴보면 ELS 만기시점의 시세조종 사건이 있다. 지난 2008년 한화증권(현 한화투자증권)은 포스코와 SK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한화스마트 ELS 제10호’ 상품 69억원 가량을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ELS(Equity Linked Securities)는 주가연계증권, 옵션 등을 이용해 만기를 정해놓고 만기까지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수익률을 제공하는 상품. 만기평가일인 2009년 4월 22일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22%의 수익을 충분히 기대해 볼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생긴다. 만기평가일 당일 장 종료 10분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느닷없이 SK주 매도주문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온 것. 이에 ELS투자자들은 22%의 수익은커녕 25%(약 32억원)의 손실을 떠안아야만 했다.

결국 금감원이 기획조사에 착수한 결과 대량 매도의 주체는 ELS의 원 발행자인 RBC(Royal Bank of Canada) 캐나다왕립은행임을 확인, 정황상 RBC가 ELS의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시세조종을 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RBC와 피해 투자자들은 증권집단소송 허가신청을 제기, 장기간의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였고 2016년 4월 대법원은 집단소송을 허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결국 266명의 ELS 피해 투자자들은 2017년 2월 내려진 손해액 배상을 내용으로 하는 법원의 화해 결정을 받아들였고, 손해액의 약 110%에 해당하는 화해금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

이밖에도 그린손해보험(현 MG손해보험)이 2010년 3월부터 2011년 9월까지 계열사 등을 동원한 시세조종 사건, 2012년 CNK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게이트, 2013년 동양그룹의 CP(기업어음) 사기발행, 그리고 2016년 1월 BNK금융지주가 법정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시세를 조종한 사건 등이 금융당국에 의해 적발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SNS 등이 투자자간 정보공유의 핵심수단으로 등장, 허위사실 대량 유포를 통한 부정거래 등의 신종 불공정거래가 더욱 확산·진화되고 있다.

 

위반유형별 조사실적. (자료=금감원)


4년전 이미 도입…무력해진 이유는?

따라서 보다 효과적인 대응체계가 요구되고 있는 실정. 이에 대두된 것이 특별사법경찰관리(이하 특사경) 도입이다.

현재 불공정거래 조사권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선위가 보유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조사업무는 금감원이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에서는 조사권 한계로 인해 임의조사에 그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을 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증거수집이 쉽지 않아 혐의 입증 곤란으로 금감원 조사사건 중 검찰 이첩한 건수에서 기소된 비율(2018년 8월말 기준)은 2014년 85.4%에서 2017년 69.2%로 축소됐다.

이를 해결하기 이미 2015년 8월 금융위원장의 추천에 의해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지명한 금감원 직원에게 수사권, 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범죄에 관해 사법경찰권(관계자·당사자 신문권, 압수·수색권, 계좌추적권, 출국금지 요청권, 통신사실조회권, 증거보전 신청권 등)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특사경 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따르면 사실상 사문화됐다. 현재까지 금감원 직원 중 특사경으로 지명된 자가 전무했는데, 이는 금융위원장의 추천이 없었기 때문. 금융위는 불공정거래 단속에 필요한 수준의 조사권을 가지고 있고, 긴급·중대사건에 대해서는 신속처리절차(Fast-track)로 검찰이첩 등의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으로 현 단계에서 특사경을 활용할 실익이 크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자 국회 차원에서 법안이 올라왔다.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3월 대표발의한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금융위원장 뿐만 아니라 금감원장에게도 특사경 추천권을 부여토록 함이 골자다.

응당 금감원에서는 반색하고 있지만 금융위로서는 썩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금융위의 지도하에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을 위해 설립된 민간조직인 금감원 직원을 수사조직으로 편입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고, 현행 규정 아래에서 점진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우선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

아울러 민간인에게 수사 권한을 부여하는 불가피성을 인정할 경우에도 그 권한의 행사범위는 미공개 정보이용·시세조종 등 일부 범죄로 명확히 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상임위에 제시했다.

법무부는 유효한 특사경 추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나타내며, 기존 제도든 개정안이든 속히 특사경이 활동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본시장 교란사범에 대해 제대로 대응을 하려면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상관이 없다는 얘기다.

금융위로서는 압박을 받는 상황. 이달 초 열린 국회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일단 오는 6월까지 기존 법에 따라 위원장 추천권을 행사해 특사경을 출범하기로 했지만, 의원들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질타하며 금감원장에게 직접 추천권을 주는 개정안을 강행하겠다고 하자 한발 더 물러섰다.

4월 안에 특사경 실행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보고한 것. 이에 따라 추이가 예의주시고 있는 상태다.

 

(사진=연합뉴스)


시민단체 “기본권 침해 우려”

한편, 금감원 특사경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법사위에 따르면 2015년 특사경 규정 당시 비공무원인 민간인 신분의 금감원 직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에 금감원장이 아닌 금융위원장의 추천을 받도록 한 것.

비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고 있는 사례는 선박·항공기 안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관해 선장·기장이나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이 국립공원 내에서 경범죄를 범한 현행범에 대해 직무를 수행하는 경우 등으로 일반경찰의 접근이 어려운 장소에서 범죄·사고로 인한 피해 확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긴급성이나 불가피성이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특사경은 내란죄, 외환죄, 살인죄, 사회의 이목을 끌만하거나 정부시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범죄 발견 및 직무범위에 속하지 않는 범죄의 경우에도 시급한 조치가 필요한 때 에 지방검찰청 검사장 또는 지청장에 보고토록 하고 있어 검찰권 비대화를 야기한다.

무엇보다 오남용 염려가 크다. 수사의 전문가가 아닌 마당에 강제수사 권한을 부여받게 됨에 따라 이 과정에서 국민의 재산권 및 신체의 자유 등의 기본권 침해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시민사회단체 한 관계자는 CNB에 “금감원이 현재에도 충분히 조사과정을 거쳐 검찰에 고발 등을 할 수 있기에 맡은 임무부터 성실하고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며 “막강한 수사 권한까지 쥐어 주는 것은 공권력을 남용할 수 있기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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