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사람 중심’으로 전환해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누자는 소득주도성장에 경제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제 보장, 본사의 횡포로부터 가맹점 보호, 대기업과 골목상권의 상생, 재벌지배구조 개편 등을 국정운영의 우선 과제로 추진 중이다. 이에 CNB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기업정책들을 분야별, 이슈별로 나눠 연재하고 있다. 이번 주제는 은행권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금리산정에 대한 억제책이다. (CNB=이성호 기자)
대출금리 산정방식 기준 강화
은행 맘대로 산출시 강력제재
부당성 판단기준 애매해 논란
3월 임시국회에서 국회 정무위원회가 금융관련 법안을 논의 중인 가운데, 지난 18일 금리산정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은행법 개정법률안(민병두 의원, 김관영 의원, 전재수 의원, 김종회 의원(2건) 각각 대표발의)’들이 무더기로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돼 주목된다.
민병두·김관영·김종회 의원안은 은행이 금리를 잘못 부과하거나 과도하게 책정할 경우 불공정영업행위의 하나로 추가해, 금융당국의 시정조치 명령 및 1억원 이하의 과태료 등 감독·제재토록 함이 골자다.
설명의무 강화 방안도 있다.
전재수 의원안은 은행이 금융소비자에게 대출금리 산정의 방식·근거에 관한 설명을 누락하지 않도록 했고, 김종회 의원의 또 다른 개정안은 은행이 계약체결 시 설명의무(산정방법 등)를 위반한 경우 1억원 이하, 계약체결 후 거래조건 변경 사실 및 사유에 대한 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각각 부과토록 명시했다.
이 같이 현행 금리체계에 메스를 가하려는 배경은 뭘까.
일단 대출금리는 대출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합산해 결정된다. 기준금리는 금융채·CD금리·코픽스 등을 주로 활용해 시장금리 상황을 반영하지만, 가산금리는 은행에서 자율적으로 산출된다.
즉, 각 은행별로 리스크관리비용 등 원가항목에 마진(목표이익률)을 더하고 영업상황에 따른 우대금리 등의 추가 적용을 거쳐 확정되는 게 가산금리인데, 문제는 이 과정이 투명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된다는 것.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2~5월까지 9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산정체계의 적정성에 대한 점검을 실시한 결과, 일부 은행에서 차주의 소득·담보 등 대출금리 인하요인이 되는 정보를 누락 또는 과소입력 하는 등 가산금리를 올려 이자를 부풀려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우대금리 적용이나 변경에 대해 별도로 설명하는 절차가 없어 고객이 이에 대해 알기 어렵고 은행의 기록·관리도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경남은행, KEB하나은행, 한국씨티은행에서 금리 과다산정 사례로 확인된 것만 1만2279건(과다산정 이자 26억6900만원)에 달했다.
사정이 이러자 금리 부당계산 등에 대한 제재 및 산정 방식과 근거에 관한 설명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고의성’ 없어도 제재?
하지만, 반대 의견도 상존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 등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각 은행이 제출한 금리자료를 취합해 은행연합회가 산출하는 기준금리인 코픽스의 산정 과정에서 일부 은행의 착오제출로 오류가 발생, 약 47만명의 차주에게 과한 이자가 부과됐다.
당시 정상적인 금리자료를 제출한 은행도 결과적으로는 실제보다 높게 공시된 기준금리를 적용해 대출금리를 수취했지만 이러한 행위마저 부당한 금리 부과로 봐야 하는지는 애매하다.
이에 은행연합회에서는 은행이 고의로 대출금리 산정기준을 위반해 높은 금리를 부과한 경우뿐 아니라 적법하게 제반 비용과 영업이익 등을 고려해 금리를 산정했더라도 결론적으로 금리가 과도하다고 판단되는 경우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상임위에 전달했다. 부당성의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얘기다.
설명 고지·의무 또한 거래조건의 범위 및 예상되는 시점 등을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고 수신거래의 경우 신용카드 실적, 일정기간 중 평잔, 공과금·급여이체 여부, 거래기간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추가적인 금리혜택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아 고지가 지나치게 잦아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CNB에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볼 때 단순입력 실수라도 용납 되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이런 부문을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은 맞다”면서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제재를 가함에 있어 고의성이 있는지 여부가 신중히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발방지를 위해 금융사로 하여금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취지는 좋으나 제재 기준이 확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향후 국회에서의 입법 논의를 통해 어떤 결과물을 내놓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