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기자 | 2019.03.16 10:31:09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사람 중심’으로 전환해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누자는 소득주도성장에 경제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제 보장, 본사의 횡포로부터 가맹점 보호, 대기업과 골목상권의 상생, 재벌지배구조 개편 등을 국정운영의 우선 과제로 추진 중이다. 이에 CNB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기업정책들을 분야별, 이슈별로 나눠 연재하고 있다. 이번 주제는 ‘증권거래세 폐지’ 논란이다. (CNB=이성호 기자)
침체된 증시, ‘증권거래세 폐지’ 화두
여권 입법 추진에 기재부 ‘신중모드’
“돈 쓸곳 많은데…” 세수감소 걸림돌
최근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가 발표한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과세체계 개편 논의 결과’의 핵심은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것이다.
증권거래세는 ‘증권거래세법’에 따라 주권(株券) 또는 지분(持分)의 양도에 대해 부과되는 조세를 말한다.
지난 1963년 처음 도입됐다가 1972년 자본시장육성책의 일환으로 폐지된 바 있고, 다시 1979년부터 부과되고 있다. 기본세율은 0.5%이지만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경우는 0.15%(농어촌특별세 0.15%는 별도 부가), 코스닥·코넥스시장 및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양도되는 경우에는 0.3%의 증권거래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여당이 이러한 증권거래세를 손질하려는 이유는 뭘까.
일단 ‘재산소득과세’ 목적으로 도입됐음에도 손실을 본 투자자에게도 부과되는 것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 한다’는 조세 기본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또 이중 과세가 될 소지가 있고 저금리 시대임에도 세율이 높다는 점,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저하시켜 시장효율성과 유동성을 감소시킨다는 점 등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일본·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 이미 증권거래세를 이미 폐지했고 아시아 주요 국가(중국 0.1%, 대만, 0.15%, 싱가포르 0.2%,)에서는 우리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도 메스를 든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불어 상품별로 부과되는 현행 체계를 인별 소득을 기준으로 전환, 주식·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간 손익은 통산하고 손실에 대해서는 이월공제 제도 등을 도입해 전체 순이익에 대해 통합 과세한다는 복안도 개편안에 담았다.
최운열 자본시장특위 위원장은 “현행 과세체계는 전산화 미비로 소득파악이 어려웠던 1970년대 재산과세의 일환으로 증권거래세를 도입한 이후 새로운 금융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개별 과세체계를 그 때 그 때 덧붙이며 형성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기도 어렵고 공평하지도 않게 설계돼 있어 과세체계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내 ‘가업상속 및 자본시장 과세체계 개선 TF’에서의 논의를 거치고 당정 협의를 통해 증권거래세 순차적 폐지 입법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연간 4조5천억 세수 손실
이와 관련 국회에는 관련법이 계류돼 있다.
먼저 인하를 담은 ‘증권거래세법 일부개정법률안(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 김병욱 의원 각각 대표발의)’은 증권거래세의 기본세율을 현행 0.5%에서 0.1%로 낮추도록 함이 골자다.
자본시장특위 위원장인 최운열 의원과 자유한국당 조경태 의원이 각각 제출한 ‘증권거래세법 폐지법률안’은 말 그대로 아예 없애도록 했다.
특히 업계를 대표하는 금융투자협회(회원사: DB금융투자, KB증권, NH투자증권, 교보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미래에셋대우, 부국증권, BNK투자증권, BNP파리바증권, 삼성증권, 신영증권, 신한금융투자, IBK투자증권, SK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키움증권, 토러스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한양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 흥국증권 등)는 여당과 만나 증권거래세 인하 또는 폐지를 건의하는 등 관련법이 바뀌길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세수 감소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증권거래세(코시피에 부과되는 농특세 제외)는 2013년 3조771억원, 2014년 3조1210억원, 2015년 4조6699억원, 2016년 4조4681억원, 2017년 4조5083억원이다.
기재부가 김종훈 의원(민중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이 극소수인 상황에서 증권거래세마저 폐지할 경우 세수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증권거래세는 내국세(2017년 기준 내국세 230조8000억원)의 약 2%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거둬들이지 못하게 되면 연간 약 4조5000억원이 날아가는 셈이다.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이 되는 대주주는 종목별 보유액 기준으로 코스피·코스닥 모두 현행 15억원에서 2020년 4월부터는 10억원, 20121년 4월 이후에는 3억원으로 확대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식 거래자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 과세가 되지 않으므로, 세수감소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주식 등의 양도소득세에 대한 전면과세와 연계해 검토돼야 한다는 얘기다.
소수 부유층에 주식이 집중돼 있고, 국내 주식의 3분의 1 가량이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현실에서 증권거래세를 받지 않으면 또 다른 혜택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단기매매만 늘어나고, 증시 부양효과는 크게 없을 것이라는 우려 역시 제기되고 있다.
과거 90년대에 세 차례 세율을 인하한 결과 주가지수·거래량에 대한 영향은 단기간에 그쳤고, 4~5개월 내 세율인하 이전 수준으로 회귀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신동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증권거래세 폐지와 양도소득세 강화 움직임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단순히 (증권거래세 폐지를) 거래대금 증가로 연결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세금을 덜 걷거나 없애는 것은 솔직히 증권사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고, 다만 투자 심리를 개선해 거래활성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제도개선을 원하고 있는 것”이라며 “(법 개정이 될지는) 막상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관련업계에서는 주식 거래량은 증권거래세 말고도 대내외적 경제 상황 등 복합적인 요소들의 영향을 받는 탓에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한편, 기재부에서는 자본시장특위에서 마련한 과세체계 개편안을 포함해, 주식 양도세와 증권거래세간 전반적인 조정방안에 대해 관련 연구용역 및 T/F 논의를 거쳐 심도 있게 검토한 후, 내년 중반기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당발 움직임에 비해서는 신중한 태도라고 볼 수 있다.
이밖에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에 대해 부과되는 농어촌특별세의 세율에 대한 조정여부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돼야 함에 따라 향후 정책 추진 및 입법 과정에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