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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젊은 총수가 좋다? ‘한진 왕조 증후군’ 예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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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9.03.14 09:12:50

(CNB=도기천 편집국장) 재계가 젊어지고 있다. 기업정보 분석업체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 조사에 따르면 국내 200대 그룹 중 오너가(家)의 40대 이하 임원이 총 130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그룹의 수장 격인 회장·부회장은 구광모(41) LG그룹 회장과 정지선(47) 현대백화점 회장, 이인옥(48) 조선내화 회장, 정의선(49)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김남정(46) 동원그룹 부회장 등 12명이다. 사장급까지 포함하면 50명에 이른다.

한국 재계의 역사가 길게 봐서 80~90여년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3~4세로의 경영 승계가 어찌보면 자연스런 시기일 수도 있다.

이처럼 젊어진 재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가지다. 우선 긍정적인 면은 회사가 활력을 띠고 소통 문화가 활성화 되고 있다는 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보수적인 삼성 문화를 깨고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셀카를 찍는 파격을 연출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임직원 복장 완전 자율화를 시작으로 수평 경영에 시동을 걸고 있으며, 구광모 LG 회장 취임 후 처음 열린 LG 신년회에서는 넥타이가 사라졌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SNS를 통해 회사제품 홍보는 물론 사생활까지 공유하면서 젊은층과 소통하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장남 박서원 두산매거진 대표는 화려한 연예계 인맥 덕에 ‘소셜 인플루언스(SNS상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 통한다.

오너들의 이런 모습은 사내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일에 있어서도 창의적인 기업 문화를 만드는 효과가 분명 있다.
 

넥타이가 사라진 올해 초 LG그룹 신년회. (사진=LG제공)

 

오너家 경영승계 ‘양날의 검’


하지만 갑질과 독선경영 등 경계해야 할 부분도 있다. 한진그룹(대한항공) 총수일가 자녀들의 갑질 사태에서 보듯 인격적으로 덜 성숙한 젊은이들이 막대한 권력을 갖고 경영전면에 나설 때 생기는 부작용이다. 재계에서는 일명 ‘한진 왕조 증후군’으로 불린다. 대림그룹 3세인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한화그룹 3세인 김동선 전 한화건설 신성장전략팀 팀장, 현대가(家) 3세인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 등의 사례에서 보듯 이 신드롬은 생각보다 넓게 퍼져 있다.

특히 우려되는 산업군은 제약·식품업계다. 이쪽에서 유독 자식에게 회사를 대물림 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는 특유의 보수성에 기인한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거나 글로벌 사업 위주인 IT·금융·중공업 등에 비해 제약·식음료는 국내사업이 주를 이루고 한 개의 장수 브랜드로 수십년을 먹고사는 경우가 잦다보니 전문경영인 보다 자식에게 맡겨도 사업에 큰 차질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식품기업 중에서는 농심, 사조, 대상, 크라운해태, 하이트진로 등이 경영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셀트리온, 일성신약, 대원제약, 동화약품, 일양약품, 보령제약, 일동제약, 동아쏘시오(동아제약), 녹십자, JW중외제약 등 내로라하는 제약사 대부분이 3~4세에게 이미 회사를 물려줬거나 경영수업이 한창이다.

갑질의 효시(嚆矢)로 불리는 남양유업 사태 이후에도 유독 제약·식품업계에서 사회적 공분을 산 사례(하림, 미스터피자, 비비큐, BHC, 교촌치킨, 신풍제약, 삼아제약, 셀트리온 등)가 잦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CNN에서 최근 보도한 한진그룹 일가의 갑질 스토리. (CNN홈페이지)

 

재벌개혁, 주주행동에 달렸다

‘한진 증후군’을 미리 예방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들이 속한 곳이 공공기관이 아닌 사기업이라는 점에서 경영승계에 국가나 시민사회가 감 놔라 배 놔라 할 여지는 없다.

하지만 주식회사의 근간을 이루는 주주권을 활용하면 어느 정도는 견제가 가능하다.

최근 일부 주주들이 조양호 회장 일가의 퇴진 등을 요구하며 한진가(家)를 상대로 주총 전면전을 선포한 사례는 눈여겨 볼만한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자율지침) 도입 후 첫 슈퍼주총 시즌인 이번 달 정기주총에서 제법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안된다. 개미주주들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전자투표제 의무화, 기업 이사회에 근로자대표들이 참여하는 노동이사제의 민간기업으로의 확대, 감사 선임의 독립성 강화 등이 필수적이다.

CNB는 이 문제에 대해 작년 7월부터 기획연재(관련기사: [연중기획-기업정책 핫이슈]) 해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비판자로서의 사명을 다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금처럼 총수 일가가 이사를 선임하고 그 이사 중에 감사를 뽑고, 주총에서 형식적인 추인을 받는 후진적 기업 구조에서는 ‘한진 증후군’을 막기 힘들다.

경영승계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이 시기야말로 국회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는 여러 재벌 관련 법안들이 깨어날 때다. 마침 봄 아닌가.

(CNB=도기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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