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분쟁과 신흥국 금융불안, 환율·금리·국제유가의 불확실성, 내수침체 등 나라 안팎으로 위기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세계경제의 중심축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마저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재계는 ‘생존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이에 CNB는 기업·산업별로 신년사에 담긴 의미를 분석해 연재한다. 세 번째는 하나·신한·KB·우리·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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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신년사 행간읽기②] 신약 ‘대박’ 노리는 제약업계…새해 키워드는 ‘글로벌’
성장률·수익성 악화 전망
생존 전략은 ‘고객 중심’
디지털금융으로 한발 더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등에 따르면 올해에는 금융권 전반적으로 성장률·수익성이 모두 악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무엇보다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Debt Service Ratio) 규제가 전 금융권으로 확대되면서 대출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여기에다 경기악화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 인하, 법정 최고금리 추가 인하, 대출금리 산정체계 변화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사들 간의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카카오뱅크에 이은 제3의 인터넷은행 설립이 가능해진데다 소규모 특화 금융회사의 설립 허용, 금융업 인가단위 세분화, 겸영 및 부수업무 확대 등 경쟁을 유발하는 정책이 적극 추진될 예정이기 때문.
이에 올해 금융지주사들의 경영 키워드는 ‘고객 중심’으로 모아진다. 손님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친고객 서비스 확대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변화만이 살길”
“핀테크 기업이나 인터넷은행이 금융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 우리를 따라 오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면 우리도 코닥과 노키아와 같은 운명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먼저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새해를 맞아 이 같이 스스로와 직원들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시대의 트렌드를 잘 파악하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고객의 사회적 니즈에 주목하고 있는데 하나금융은 지난해 디지털 전환을 선포, ‘2020 손님중심 데이터기반 정보회사’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김 회장은 디지털 컬쳐코드에 담긴 ‘손님중심, 도전, 협업, 실행, 주도성’ 5가지 덕목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하며 “정보를 입력단계부터 디지털화하고 4차산업 혁명의 핵심인 AI, Blockchain, Cloud, Big Data(ABCD) 기술 활용을 통해 손님 개개인의 니즈를 파악해 최적의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시장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4년 넘게 꾸준히 준비해 온 GLN(Global Loyalty Network)사업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GLN을 통해 해외 어디서든 간편하게 결제된다면 글로벌 핀테크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김 회장은 “글로벌 ICT 기업인 라인(LINE)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글로벌 디지털 뱅크 사업을 시도할 것”이라고 청사진을 제시, 글로벌 시장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천명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서민과 함께 혁신성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2019년 그룹 슬로건으로 ‘더 높은 시선, 창도하는 신한’을 내걸었다.
네 가지 과제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확장·쇄신·선도·행복으로 축약할 수 있다. 먼저 원신한(One Shinhan)을 강력히 확장, 그룹 시너지를 더욱 발휘한다는 전략이다.
조 회장은 “현재 인수작업을 진행 중인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 역시 최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존 그룹사와 긴밀히 협업해 신한의 강점인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강화시킬 것”이라며 힘을 모으고 있다.
또한 모든 것을 쇄신하겠다는 각오도 단단히 다지고 있다. 지난해 말 조직 전반에 근본적 변화를 주고자 세대교체를 위한 그룹 경영진 인사를 단행한 바 있고, 앞으로도 능력 있는 인재 중용, 외부인재 수혈, 여성리더 육성 등을 꾀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조 회장은 “기업의 혁신과 투자를 지원하는 본연의 역할과 함께 서민에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꿈을 가진 청년 창업과 소상공인의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피력했다.
단순한 금융사를 넘어 고객과 기업, 사회의 ‘희망’이 돼야 한다는 경영철학이다.
아울러 조 회장은 직원의 행복이 긍정의 에너지를 낳고 이 에너지가 고객의 성장과 신한의 발전으로 연결되는 ‘행복의 선순환’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는데 이는 하나의 신한으로 힘을 합쳐 미래를 이끌어 가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고객 중심의 비즈 인프라”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고객 중심의 비즈 인프라 혁신(customer-centric Innovation)을 통해 손님 편의성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고객 관점의 유연한 사고와 행동을 바탕으로 디지털 혁신을 이뤄내야만, 고객에게 가장 먼저 선택 받는 1등 금융그룹이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윤 회장은 “아무리 좋은 앱(App)이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지론으로 핵심 플랫폼 고도화를 통해 고객의 활용도를 높이고, 데이터 분석 정교화를 꾀해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복합점포, 디지털채널, 아웃바운드 모델 등 고객 접점에서의 채널을 더욱 다변화하고, 30대 여성과 워킹맘, 사회초년생 등 디지털 최우선 타깃고객을 선점해 새로운 기회를 발굴해 나간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따라서 KB가 추구해 나가야 할 최우선 가치는 ‘고객 중심’. 윤 회장은 “KB가 정말 달라졌다, KB에 가보니 너무 좋다 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심어줄 수 있도록 고객의 입장과 이익을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고객 중심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을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더불어 성장하고 신뢰받는 ‘평생금융파트너 KB’가 되기 위한 인재 양성의 노력도 박차를 가한다는 요량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지주 출범으로 재도약”
우리금융은 오랜 염원이었던 지주사 전환에 성공함에 따라 금융 명가(名家)로의 재도약을 채비하고 있다.
이에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2019년 우리은행이 창립한 지 120년이 되는 해를 맞아 ‘120년 고객동행, 위대한 은행 도약’이라는 경영목표를 정했다.
세부적으로 살며보면 ‘고객 중심 마케팅 강화’로 빅데이터와 비대면 채널 등을 활용해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금융명가(名家) 지배력 확대’를 위해 자산관리, 기업투자금융 그리고 혁신성장 부문을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최강의 리스크 관리’는 기본이며 ‘글로벌 금융시장 제패’를 당당하게 내걸었다. 현재 우리은행은 해외 네트워크 수 430개로 국내 1위이자 세계 20위권에 랭크돼 있지만 규모뿐만 아니라 수익 면에서도 명실상부한 월드 클래스 은행으로의 성장을 꾀한다는 것. 현지 리테일 영업과 IB 영업을 강화하는 등 지역별특성을 감안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확충해 나가겠다는 전략으로 추이가 주목된다.
더불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린 디지털 금융에 전사적으로 매달려 사용자 중심으로 환경을 개선하고, 영업점에 전자문서시스템을 신속히 도입해 고객 편의성을 극대화 시킨다는 구상이다.
손 회장은 “최고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정익구정(精益求精)이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해 “올 한해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10년, 20년 후가 달라질 것”이라며 2019년을 지주사 전환을 발판으로 최고 금융그룹 도약의 원년으로 삼았다.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 “우산 같은 기업 되자”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 역시 고객가치에 방점을 찍었다.
자산관리, 기업투자금융 등 고객자산 가치 제고를 위한 사업 부문은 고객수요에 맞게 그룹 관점에서 집적하고, 디지털 인프라와 대면 채널 업무프로세스는 철저히 고객 입장에서 설계해 접근 용이성과 이용 편의성을 개선하겠는 경영전략을 제시한 것,
또한 은행·증권은 농협금융의 가장 중요한 수익센터로서 안정적인 수익창출력을 배가시키기 위해 자산과 부채, 고객, 상품 등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고, 사업 부문별 역량을 균형 있게 업그레이드할 방침임을 밝혔다.
보험의 경우 장기사업인 만큼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에 주안점을 둬 사업구조 혁신을 유도하고, 농업과 보험 가치 확산을 위해 농업인과 지역 농축협과의 전략적 동반자로 신뢰와 정체성을 공고히 다져나간다는 복안이다.
즉 사업라인별 육성전략을 차별화하고, 자원 배분을 최적화한다는 설계다. 특히 미래 채널 트렌드를 고려해 점포전략을 재정립하고, 유사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간, 사업 부문간 경합적 요소를 조정하고 비효율을 제거하겠다는 것.
김 회장은 이밖에도 “농업인·소상공인·중소기업이 어려울 때 적기에 필요한 우산이 돼야 하고 고객에게는 최상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다해 나가자”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이는 ‘국민의 농협’으로 한층 더 다가서기 위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