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간 무역분쟁과 신흥국 금융불안, 환율·금리·국제유가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내년 경기 전망이 밝지 않다. 국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한국경제 및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낮춰 잡고 있다. 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내년 국내경제는 수출과 투자, 소비가 동시에 감소하는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CNB는 기업·산업별 실적 전망을 연재한다. 이번 편은 연이은 수수료 인하로 위기에 처한 ‘카드업계’다. (CNB=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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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을 수도” 업계 위기감 팽배
구조조정 우려에 종사자들 거리로
부가서비스 축소 등 대변화 불가피
카드수수료가 추가로 인하되면서 내년 카드업계는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카드사가 가맹점으로부터 가져가는 수수료를 한 번 더 내렸다. 내년 1월부터 우대수수료 적용구간은 기존 연매출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확대된다.
세부적으로 보면, 연매출 5~10억원 가맹점은 기존 2.05%에서 1.4%로, 10~30억원 사이는 2.21%에서 1.6%로 내려간다.
여기에다 우대수수료 구간 외(연매출 30억원 이상)의 가맹점도 수수료가 내려간다. 30~100억원은 2.2%에서 1.9%로, 100~500억원은 2.17%에서 1.95%로 각각 줄어든다.
체크카드 수수료도 인하된다. 5~10억원 가맹점은 1.56%에서 1.1%로, 10~30억원은 1.58%에서 1.3%로 각각 하락된다. 30억원 초과 가맹점은 1.6%에서 1.45%로 줄어든다.
카드업계는 작년 6월에도 우대요율 적용범위를 확대해야 했다. 기존에는 연매출 2억원 이하의 중소상인에게만 0.8%의 카드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했는데, 이를 3억원 이하로 늘렸다. 3~5억원 규모의 자영업자 수수료는 2% 내외에서 1.3%로 줄였다.
이 여파로 카드업계의 수익은 이미 악화된 상태다.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BC·하나·우리·롯데카드)의 순이익은 2014년 2조2000억원, 2015년 2조원, 2016년 1조8000억원, 작년 1조2268억원으로 꾸준히 줄어들었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4053억원)은 전년동기보다 4%(170억원) 감소했다.
카드업계는 이번 조치로 내년에는 수익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신금융연구소는 이번 개편으로 총 1조4000억원의 카드수수료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앞서 시행된 조치로 6000억원, 이번 추가조치로 8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넓혀서 보면 향후 3년(2019~2021년) 동안 1조5000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카드업계, 예상되는 3가지 변화
이처럼 위기에 빠진 카드업계는 내년에 어떤 돌파구를 찾을까.
우선, 비용 절감을 통한 경영 효율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정부의 카드 수수료 추가 인하 방안은 업계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큰 폭이다. 단기간에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는 힘들다”며 “내년에는 수익이 줄어드는 만큼 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비용을 효율화하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곳도 있다.
신한카드는 카드 수수료 인하에 따른 타격이 커서 장기적으로 비상플랜을 만들고 있다. 카드 수수료에만 의존하는 기존의 사업구조를 벗어나서,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 비즈니스를 확대해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겠다는 포부다.
아예 구조조정에 나선 곳도 있다.
정부의 개편안 발표 후 롯데그룹은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매각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롯데카드 측은 아직 인수 대상자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큰 동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내부적으로 다시 경영계획을 진단하면서, 카드 수수료 인하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강력한 경영효율화에 나서다보니 카드업 종사자들의 마음은 불안하다.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다. 카드사 노동조합(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연합)은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구조조정 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금융위 발표대로 카드 수수료가 1조4000억원 인하되면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대책에는 ‘시큰둥’
정부도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일단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을 축소해 수익 감소폭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수수료 인하에 따른 부가서비스 축소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TF에는 카드업계, 여신업 전문가, 금융감독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실제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2014년 4조1000억원, 2015년 4조8000억원, 2016년 5조3000억원, 작년 6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수익은 감소해왔기 때문에, 총수익에서 마케팅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승해왔다. 같은 기간 20%, 22.3%, 24.2%, 25.8%의 흐름을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수수료 수익이 줄어든 만큼, 마케팅 비용을 줄여서 카드사의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 마일리지 무제한 적립, 공항 VIP라운지 무료 이용 등이 우선적으로 사라질 부가서비스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대책에 카드사들이 공감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김선주 SK증권 연구원은 CNB에 “정부는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을 줄여 손실을 보전(補塡)하라고 하지만 치열한 경쟁상황에서 서로 (업체 간에) 눈치를 보기 때문에 선뜻 한번에 부가서비스를 없애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은행계 카드사는 다시 은행으로 편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