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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기업정책 핫이슈㉑] ‘가해기업의 자료제출 거부’ 법으로 막는다

‘자료제출명령제’ 법안 속속 등장…재계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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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8.12.03 11:36:21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목표는 ‘더불어 잘사는 경제’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사람 중심’으로 전환해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누자는데 경제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제 보장, 본사의 횡포로부터 가맹점 보호, 대기업과 골목상권의 상생, 재벌지배구조 개편 등을 국정운영의 우선 과제로 추진 중이다. 이에 CNB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기업정책들을 분야별, 이슈별로 나눠 연재하고 있다. 이번 주제는 손해배상소송에서 피해자의 손해액 입증을 지원하기 위한 ‘자료제출명령제’다. (CNB=이성호 기자)

 

손해배상소송에서 피해자의 손해액 입증을 지원하기 위해 법원이 해당 기업에 대해 자료제출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이 추진될 예정으로 눈길을 모은다. 사진은 지난 11월 26일 국회 입법조사처에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을 위한 공개토론회’ 모습. (사진=이성호 기자)

손해 입증시 증거 확보 어려운 현실
자료제출 거부시 피해자 주장만 인정
입법사례 없고 상위법 위배될 가능성
재계 “기업 영업비밀 공개 된다” 반대


최근 BMW 차량 연쇄화재 사건과 관련, 해당 기업이 정부의 자료제출 요구에 부실하게 대응해 따가운 눈총을 받은 바 있다. 수년전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파문을 일으킨 폭스바겐 역시 환경부의 자료제출 요청에 비협조적이었다.

이처럼 기업들이 정부의 요구에도 불응할 정도다 보니, 일반 소비자가 피해를 입어 가해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이하 손배소)을 진행하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손해입증을 가해자(해당사)가 아닌 원고(피해자)가 직접 해야 하는 바, 기업들로부터 자료를 받아 내기가 쉽지 않다.

소송과정에서 피해자가 요구하는 자료를 해당 사업자가 정직·성실하게 제출하지 않는 한 기업의 귀책사유나 의무위반사실 등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강제적으로 자료를 제출토록 제도화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민병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9일 손배소에서 기업의 자료제출의무를 명시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이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현행 민사소송법상 문서제출명령만으로는 피해자가 손배소에서 손해 및 손해액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에서 발의됐다.

법원이 해당 기업에 자료제출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영업비밀이라 하더라도 손해의 증명 또는 손해액 산정에 반드시 필요한 때는 기업이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자는 게 법안 요지다.

특히 제출명령 불응 시 법원은 자료의 기재에 의해 증명코자 하는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자료제출을 거부하면 재판에서 불리해진다는 얘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도 이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정부안은 담합·불공정거래행위(부당지원행위 제외)의 손배소에서 피해자의 손해액 입증을 지원키 위해 법원의 자료제출명령제를 담았다.

민병두 의원안은 한 발 더 나아가 불공정거래행위에만 한정한 게 아니라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 전체에 적용토록 한 점이 특징이라 볼 수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김철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016년 특허법에 도입된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인 ‘자료제출명령제’를 공정거래 관련 법률에 공통적으로 적용한 ‘공정거래법’ 외 관련법 개정안 5건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2016년 3월 개정된 특허법은 침해 및 손해액 입증에 반드시 필요한 증거라면 당사자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자료라도 열람제한을 조건으로 제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또 제출의무의 판단을 위한 재판부의 비밀심리절차(in camera proceedings)를 도입, 침해자가 자료제출명령에 응하지 않으면 재판부는 특허권자가 주장하는 사실을 그대로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특허법에만 적용할 것이 아니라 범위를 대폭 넓히자는 게 개정안 취지다. 이처럼 자료제출명령의 실효성과 활용도를 대폭 확대한 법안들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14년 카드 3사(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의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약 1만2000여명과 함께 공동 손배소를 진행하고 있는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CNB에 “소비자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며 시급한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강 국장은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들은 상품을 제조·판매할 때 면밀한 검토를 거치는 등 지금보다 고객을 보호하는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며 “소비자 권익을 위해 발전된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민병두 의원(사진)은 최근 손배소에서 기업의 자료제출의무를 명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소송남발에다 영업기밀 새나가”

하지만 우려의 시각도 상존한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의하면 제도가 도입되면 그 적용대상 소송이 지나치게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국내 법체계에서는 특허법을 제외하고는 자료제출명령을 거부할 시, 그 문서들에 의해 입증하려고 하는 상대방의 주장(손해 발생 사실 및 피해금액 등)이 바로 증명됐다고 입증 간주하는 입법례가 없다. 

 

재계 또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공정위에 손배소에서 자료제출의무 강화시 막대한 가치를 가진 기술 및 공정 등 중요 영업비밀까지 유출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한 상태다.

제출된 자료에 대해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비밀유지명령이 가능하나, 이 또한 소송의 상대방에게 자료가 전달되는 것이므로 기업의 중요한 영업기밀이 새나갈 가능성을 차단키 어렵다는 것이다.

이처럼 찬·반이 갈리고 있어 어떤 결과물이 도출될 지 향후 법안 처리과정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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