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업체가 부진한 3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수출 환경 악화, 일회성 비용 발생, 국내 판매 감소 등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지난 3월 울산 현대자동차 수출선적부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연중 최저점을 갱신하고 있는 가운데 3분기 실적을 내놓고 있는 기업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실적이 부진한 기업은 물론 양호한 성적을 거둔 기업도 미·중 무역전쟁, 환율·금리, 국제유가 등 글로벌 불확실성 때문에 앞날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CNB는 업종별로 3분기 실적을 연재하고 있다. 이번 편은 침체에 빠진 자동차 업계다. <편집자주>
수출부진에 내수악화 ‘실적 쇼크’
리콜 사태 리스크 사라져 기대감
높아진 무역장벽·환율 등이 변수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3분기 실적을 냈다. 수출 환경 악화, 국내 판매 감소 등 대내외적인 악재가 부진한 수익성으로 이어졌다.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은 곳은 현대자동차다. 올 3분기 매출 24조4337억원, 영업이익 288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76%나 줄었다.
이는 차량 판매 부진과 1회성 비용 증가가 겹쳤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7~9월 해외와 국내에서 총 112만1228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한 결과다. 이중 17만1443대를 기록한 국내 판매가 1.4% 줄었다.
기아자동차도 아쉬웠다. 3분기 매출 14조743억원, 영업이익 1173억원으로 작년 3분기보다 매출은 0.2%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하며 선방했지만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 역시 판매 부진 탓이다. 3분기 작년 같은 기간보다 1% 줄어든 68만5396대를 판매했다. 이중 국내 판매가 4.1% 줄며 전체적인 판매량 감소를 이끌었다.
쌍용자동차는 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 매출은 9015억원으로 작년 3분기보다 0.1% 늘어났지만, 영업손실 220억원으로 적자폭은 작년보다 커졌다. 차량판매는 3만5136대로 4.1% 줄었다.
아직 3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경우도 차량판매가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어 부진한 성적이 예상된다.
자동차 업계의 전반적인 부진은 대외적인 환경 영향이 크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수요가 감소해 해외수출이 줄고, 원달러 환율 하락, 작년보다 10~20% 떨어진 브라질·러시아 등 주요 신흥국 통화가치 등으로 인해 수익성까지 악화됐다.
더구나 경기악화로 잔뜩 움츠러든 내수시장에서 ‘개별소비세 인하’가 별 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국내 판매가 줄어든 것도 한 몫 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향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3분기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고, 중국 자동차 구매세 인하 등 호재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자동차 본사 전경. (사진=손강훈 기자)
중국시장 온풍 기대
다만 반등할 요소도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이번 3분기 실적에 일회성 비용이 반영이 됐기 때문에 당장 4분기부터 수익성이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란 예상이다.
현대차는 3분기에 월드컵 마케팅 활동 확대, 에어백 제어기 리콜, 엔진 진단 신기술(KSDS) 적용 등 일시적 비용 요인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실제 신한금융투자는 현대차가 에어백 리콜과 추가적인 엔진 리콜 관련 충당금 및 KSDS 시범 서비스로 약5000억원의 품질비용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기아차 역시 에어백 제어기 리콜과 KSDS 적용 영향으로 품질비용만 2800억원 정도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기아차의 조정 영업이익은 약 4000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20% 상회한 호실적이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일회성 비용은 향후 품질 향상으로 이어져 판매량 증가 등에 힘이 될 수 있어, 당장 4분기부터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을 키우는 상황이다.
쌍용자동차도 내수를 바탕으로 반전을 노린다. 쌍용차는 3분기 내수판매 2만6567대로 2003년 이후 3분기 최대 국내 판매실적을 올렸다. 2분기에 이어 분기 1만대 판매를 돌파한 렉스턴스포츠 등 고객 선호도가 높은 기존 모델이 여전하고, 내년 상반기 출시가 계획된 코란도C 신형모델 등의 영향으로 점진적인 수익성 개선을 예상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수출환경의 경우 중국 시장이 어느 정도 돌파구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정부가 자동차 구매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상승하고 있는 점도 수출기업에게 유리하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CR)는 중국 자동차 판매 회복을 위한 구매세 인하 정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1.6리터 이하 엔진 탑재 모델을 대상으로 구매세를 10%에서 5%로 낮춘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1.6리터 이하 자동차에 대한 중국의 수요가 높다는 점과 현대·기아차가 관련 모델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부분을 긍정적으로 봤다.
이와 관련,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1.6리터 이하 모델 판매 비중이 높은 만큼, 정책의 수혜를 누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예측했다.
(CNB=손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