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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프로젝트⑲] “대북제재 해제 못기다려” 속타는 기업들

당장 가능한 ‘3가지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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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  2018.10.30 10:37:26

▲한반도 평화무드 속에서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북한 비핵화와 대북제재 해제라는 산이 남아있어서 기업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평양선언을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아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이 해결방법 중 하나로 논의되고 있다. 유럽순방 중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하기 위해 김정숙 여사와 함께 기다리고 있는 모습. 청와대가 공개한 B컷 중 한 장.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경제지도가 새로 그려지고 있다. 비핵화가 실현되고 북한경제가 개방의 길로 들어설 경우, 남북 간의 경제협력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CNB는 우리 기업들의 대북사업 전망을 연재하고 있다. 이번에는 대북제재가 해제되기 전에 남북 당국과 우리기업들이 진행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다뤘다. (CNB=손정호 기자)

하나, ‘평양선언’ 국제사회서 공증받기 
둘, 남북경제 이질감 극복 방안 마련
셋, 경협 관련 남북한 공통법령 제정 

한반도 평화무드로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제재 해제라는 큰 산이 남아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럽순방을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와 유럽 주요국가들은 여전히 북한이 먼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해야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남북경협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은 답답한 심정이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지만, UN의 대북제재가 해제되지 않으면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대북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은 현대그룹이다. 현대아산(계열사)은 대북 7대사업 독점권(철도, 전력, 통신, 댐, 백두산 수자원, 통천비행장, 명승지 관광)을 갖고 있다. 현정은 회장을 위원장으로 지난 5월부터 ‘남북 경제협력 TF’를 가동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북한 내 27개 경제특구와 사회간접자본(SOC)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현대건설(현대자동차그룹)은 2003년 평양에 ‘류경정주영체육관’을 건립한 경험이 있다. 현대아산이 남북경협에 나서면 함께 참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상무급을 팀장으로 ‘남북경협 TF’를 만들었다. GS건설과 롯데건설은 각각 ‘남북경협 TF’ 발족했고, 대우건설은 ‘북방사업지원팀’으로 통일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철강업계도 기대감에 들떠 있다. 현대제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철도레일을 생산하고 있는 현대제철은 남북 철로 연결에 관심을 갖고 있다. 포스코는 그룹 차원에서 ‘대북사업 TF’를 구성했는데 북한 철광석 등 원자재를 수입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금융사들도 남북경협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대북경협 실무협의체’를 구성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여신, 외국환 지원, 인프라사업 투자 등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5~7월 ‘남북 금융협력 지원TF’를 통해 향후 계획을 마련했다. KB국민은행은 남북경협 TF를 운영하고 있고, 신한은행은 ‘남북경협LAB’을 신설했다. 또 NH농협은행은 미래경제연구소에 북한 연구파트를 만들었다. 

ICT업계에서는 KT가 지난 5월 ‘남북협력사업개발TF’를 만들었다. 대정부지원, BM/인프라, 그룹사, 지원 분과로 TF조직을 구체적으로 세분화했다. SK텔레콤은 지난 7월 CR센터 산하에 ‘남북협력기획팀’을 신설했는데, 무선통신 인프라를 북한 지역에 구축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제재 해제, 남북경협이 더뎌지면서 기업들은 속을 태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사회과학연구원 주최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9․19 평양공동선언 실천방안’ 포럼이 열려 주목을 받았다. 왼쪽 세 번째가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사진=손정호 기자)


남북경협 미리 대비할 방안은?

하지만 대북제재 해제가 미뤄지면서 기업들의 이런 플랜이 언제 실현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우선 전문가들은 대북제재와 상관없는 사안부터 실천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석범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은 지난 24일 아시아사회과학연구원 주최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관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실천방안’ 포럼에서 국제사회로부터 향후 전개될 남북경협의 안정성을 보장받는 일부터 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포럼에서 “9·19 평양선언(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정상회담 합의문)을 UN 사무국에 등록해 국제법적 원형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며 “유럽안보협력회의처럼 동북아시아 6자회담을 확대해 발전시키는 다자안보협의체계 구성을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 사이의 평화협정을 국제적으로 용인받는 다자체기구를 결성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 이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높여 대북제재 해제라는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아울러 그는 “국무총리 직속으로 남북법제정비위원회를 만들어 남북 사이의 법률실무협의회를 진행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남북경협을 원활하고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 남북 사이의 공동적인 법제를 제도화하는 문제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포럼에서는 남북경협이 진행되기 전에 먼저 남북 간 이질감을 줄이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극동문제연구소)는 “남북경협은 일방적인 흡수통일을 지양하고 경제적 격차를 점차 줄이는 방식으로 경제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주면서도 투자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미리 충분히 계속 고민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뿐 아니라 해주와 원산 등으로 경제특구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미리 청사진을 마련해 둬야 한다는 얘기다. 

(CNB=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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