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코스피지수가 2000선대로 무너졌다. 우리나라가 중국에 수출하는 규모는 전체 수출액의 25%에 달해, 중국의 대미 고관세가 우리 기업의 수익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연중 최저점을 갱신하고 있는 가운데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기업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미·중 무역전쟁, 환율·금리, 국제유가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코스피 2000선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등 일부 기업은 ‘깜짝 실적’을 내놓을 전망이다. (CNB=손정호 기자)
200개 주요기업 영업이익 11.6%증가
양호한 성적에도 10월증시 ‘개미지옥’
줄잇는 글로벌 악재… 앞날 ‘안개속’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코스피지수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해 코스피는 순조롭게 출발했다. 1월 29일 올해 최고점(2598.19)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 미중 무역분쟁 등 외부 악재로 줄곧 하락세를 보였다.
이중에서도 가장 큰 악재는 중국과의 무역 손실이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2500억 달러 규모에 대해 10~25%의 관세를 부과한데 이어, 내년에 추가로 200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같은 높은 관세의 영향으로 중국의 미국 수출이 줄어들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이 타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한국은 작년 중국에 1424억 달러(전체 수출액의 25%)를 수출했는데, 이중 75%가 반도체 등 중간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스피 2000선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유안타증권 조병현 연구원은 CNB에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가 경제지표에 본격 반영되는 시점이 도래했고, 11월 6월 미국 중간선거의 불확실성 등이 증시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는 연일 하락세이지만 3분기 삼성전자 등 일부 기업들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일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3분기 역대 최고 영업이익의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데이’에서 삼성전자 미주 지역총괄 최주선 부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실적 선방했지만…주가 언제 제자리 찾나
이처럼 안개속 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3분기 우리 기업들의 실적은 양호한 편이다. 삼성증권은 코스피200지수(대표적인 200개 기업 시가총액을 지수화한 것)에 포함된 기업들이 3분기 54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11.6% 증가한 수준이다. 순이익(40조6000억원)도 11.2%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 65조원, 영업이익 17조5000억원(잠정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각각 전년 같은 시기보다 11.15%, 17.69% 성장한 수치다. 특히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4분기 이후 반도체 수요와 가격 불안정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올해 삼성전자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코스피 상장사 평균의 2배(21.4%)로 추정되는 점은 여전히 긍정적인 요소로 보인다.
4대 금융그룹(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은행)은 3분기 당기순이익 추정치가 3조539억원으로 추산됐다. 전년동기보다 20.4% 오른 수준이다. 올해 초부터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이자수익이 성장세를 유지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롯데쇼핑(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마켓 등 운영사)은 중국 부진을 털어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KB증권은 롯데쇼핑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6조1516억원, 영업이익 1531억원으로 각각 전년동기 대비 2%, 13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드 배치 여파 등으로 부진했던 중국 사업(마트, 백화점)을 정리하면서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호텔신라는 3분기 매출 1조2790억원, 영업이익 645억원을 보일 전망이다. 각각 전년동기 대비 36%, 113% 증가한 수준이다. 중국 춘절(중화권의 새해맞이 명절) 수요가 국내로 다시 유입되고, 따이공(중국 보따리상인)의 양호한 이익 증가세가 호실적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화장품업계도 사드 여파에서 벗어나면서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LG생활건강은 3분기에 전년 같은 때보다 각각 10.6%, 9.8% 늘어난 매출 1조7372억원, 영업이익 2775억원(잠정실적)을 보였다. 아모레퍼시픽은 3분기 매출(1조3358억원), 영업이익(1313억원)이 각각 10.4%, 29.9%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증권가의 예상이다.
포스코와 GS건설도 미소를 짓고 있다. 포스코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6조4107억원, 영업이익 1조5311억원을 올렸다. 전년동기보다 각각 9.1%, 36% 성장했다. 2011년 이후 최대 영업이익이다. GS건설은 매출(3조1973억원), 영업이익(2339억원)이 전년동기 대비 각각 13.4%, 228.8% 상승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NB에 “3분기 코스피200 기업들의 실적은 수치적으로는 이전 시기보다 성장할 것”이라며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거대한 하방요인을 극복할 만한 수준의 성장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적은 올라도, 주가는 그에 미치지 못하거나 떨어지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 정상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이후 미중 무역분쟁이 진정국면에 접어들면, 우리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에 맞춰 증시가 다시 오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