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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김영란법의 재구성? 이마트 ‘월간가격’ 사보 경쟁 불지피나

‘종이 매거진’ 빙하기 지나 변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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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8.10.18 09:20:36

▲이마트가 발행하는 ‘월간가격’ 10월호의 일부 지면. 편집 형태가 언론사의 종이 신문과 구분하기 힘들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자체적으로 제작한 매거진 ‘월간가격’을 발행하면서 한동안 얼어붙은 기업 사보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지 주목된다. 기업들의 종이 매체는 김영란법 영향과 디지털 사보가 활성화 되면서 한동안 사양길을 걸었지만, 오랜만에 등장한 이번 간행물로 홍보업계의 셈법이 한층 복잡해졌다. (CNB=도기천 기자)

사보 만들면 언론사? 오해가 낳은 해프닝
콘텐츠 강화한 ‘기업 매거진’ 속속 등장
진화하는 미디어 시장…관련법은 20세기

이마트가 9월부터 매월 발행하고 있는 ‘월간가격’은 전통적인 신문 편집 형식을 갖추고 있다. 각각의 지면은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상품 홍보뿐만 아니라 유통업계 이슈 등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담고 있다. 

10월호에는 ‘가격의 끝 시즌2’, ‘이마트 e카드할인’ 등 쇼핑정보와 함께 ‘이마트 요리와 와인의 꿀조합’, ‘국민 대표상품 프로젝트’, ‘화제의 신상’ 등 다양한 읽을거리가 실렸다. 또 지면의 일부를 할애해 각종 할인쿠폰을 배치했다. 매월 30만부를 발행해 전국의 이마트 매장 내에 비치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마트가 김영란법 적용대상이 된 것 아닌가하는 의문이 일었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서는 1년에 2회 이상 정기간행물 발행하면 언론사로 본다. 더구나 ‘월간 가격’은 대판(일간지 사이즈) 신문 형태를 갖추고 있어 누가 봐도 정기간행물이다.   

‘월간가격’이 김영란법 적용대상이 되면 이를 발행하는 부서의 직원들은 언론인(기자)이 된다. 김영란법은 언론인과 공무원, 교직원과 이들의 배우자를 규제하는 법이다. 이들은 3만원 이상의 식사접대, 5만원 이상의 선물, 10만원 이상의 경조사비를 받을 수 없다. 이를 어기면 쌍방 모두 접대 금액의 수십배의 과태료를 물어야 하며, 1회 100만원(연 300만원) 이상의 금품이 오간 경우에는 형사처벌까지 된다.  

▲단순 정보전달을 위한 전단지 성격이었던 ‘정보간행물’(사보)이 차츰 진화해 다양한 뉴스콘텐츠를 다루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선물세트 팸플릿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종이의 부활’ 시작 됐나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월간가격’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법해석 과정에서 비롯된 오해일 뿐이다. 

김영란법에서 말하는 언론사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서 명시한 언론사를 이른다. 이 법률 제2조 12호에는 “언론사란 방송사업자, 신문사업자, 잡지 등 정기간행물사업자, 뉴스통신사업자 및 인터넷신문사업자를 말한다”고 명시돼 있다. 

김영란법 시행 이전에는 상당수 기업들이 사보를 ‘잡지 등 정기간행물’로 등록했다. 따라서 본의 아니게 일시적으로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된 경우가 있었다. 

▲디지털·온라인 시대에 등장한 IBK투자증권의 종이 사보 ‘IBKS 백동’. 경제전문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등록을 변경하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정기간행물등록등에관한법률에는 ‘정보간행물’(생활정보지와 같은 단순 정보전달을 위한 간행물)이란 분류코드가 있다. 사보를 신문·잡지가 아닌 정보간행물로 변경하면 김영란법 대상에서 제외된다. 변경절차는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이기 때문에 간단한 서류만 넣으면 된다.  

‘월간가격’ 또한 잡지·신문이 아닌 정보간행물로 등록됐다. 이마트가 발행부수 30만부의 신문형태 매거진을 창간하고도 김영란법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다. 

대기업 홍보실의 한 관계자 CNB에 “홍보실(사보팀) 직원이 언론인이 됐다는 얘기는 김영란법 시행초기에 법령을 제대로 몰라서 생긴 해프닝”이라며 “간단한 변경등록만 하면 되는 일인데도 사보 폐간 붐이 일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실제로 김영란법 시행을 앞둔 2016년 초·중반에 사보 폐간이 줄을 이었다. 삼성그룹은 온라인 격주간지 형태로 발행해온 사내외 사보 ‘삼성앤유’를 중단했다. 한화그룹은 기존의 사내보와 사내방송을 한데 묶은 사내 커뮤니케이션 공감 미디어 ‘채널H’를 개통하면서 1971년 창간 뒤 매월 발행되던 사보 ‘한화·한화인’의 발행을 끝냈다. DGB금융그룹은 1972년부터 발행해온 ‘DGB 이코노믹리뷰’와 2014년부터 은퇴자 등을 위해 발행한 ‘행복파트너뉴스’를 폐간하는 등 열 곳이 넘는 대기업이 종이 사보를 포기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기사와 정보, 구분 자체가 무의미

김영란법에 대한 오해가 풀린 지금은 예전보다 다양한 형태의 매거진이 등장하고 있다. ‘월간가격’처럼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이슈를 다루는 곳이 많아졌다. 

IBK투자증권은 창립 10주년을 맞아 임직원과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사보 ‘IBKS 백동’을 지난 7월 창간해 화제를 모았다. 리서치본부 전문가의 ‘경제동향’, 코스닥 중소형주를 소개하는 ‘IBKS Discovery’, 중소기업 현황 분석 등을 담은 ‘중기(中企) 날다’ 칼럼, 성장잠재력이 뛰어난 기업을 소개하는 ‘IBK베스트챔피언’ 코너 등 웬만한 전문지 못지않은 콘텐츠를 내세우고 있다. 

‘채널 현대카드’를 오픈하며 브랜드 저널리즘의 포문을 열었던 현대카드는 지난 7월 기자 전용 뉴스룸을 선보였다. 각종 보도자료와 설명자료, 취재 신청 등 기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기능 외에도 공연 리뷰, 창업 성공 사례 인터뷰, 스타트업 CEO 좌담회 등 직접 취재를 통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쇼핑도 지난 5월 기자 전용 SNS 채널을 개설한 바 있다. ‘롯데쇼핑 라이브(LIVE)’란 이름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계정이 운영되고 있다.

▲전통적인 사보 개념을 벗어난 다양한 형태의 기업 웹진이 등장하고 있다. 현대카드가 최근 오픈한 뉴스룸.


하지만 이런 매거진들이 김영란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니다. 정보간행물로 등록됐다 하더라도 ‘여론형성의 목적이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김영란법이 적용될 수도 있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CNB에 “형식은 정보간행물이라 하더라도 정치·시사 등 사안들을 다루며 대중들의 판단에 영향을 줄 경우 사실상 언론사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광고업계 한 관계자는 “어떤 것이 기사이고 어떤 것이 정보인지 구분 짓기 힘든 시대에 ‘여론형성’이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말했다. 미디어가 진화한 만큼 법도 진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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