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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국민연금 ‘공매도 작전’ 미스터리

‘검은 손’ 알고도 빌려줬나? 고의성 여부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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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  2018.10.15 09:07:57

▲최근 4년 동안 국민연금이 974조원의 주식을 대여해 공매도를 부추겼다는 우려가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제기됐다. 지난 5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국민연금 최상위 정부기관)이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운영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동안, 노조와 시민단체 등이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이 수백조원대의 주식을 빌려준 일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연금이 빌려준 주식이 공매도에 활용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내 공매도가 증가하고 주가가 하락해 국민연금의 수익률도 떨어트린다는 것. 시민단체들은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CNB가 공매도 수법과 부작용, 피해사례들을 들여다봤다. (CNB=손정호 기자)

국민연금, 4년간 974조원 주식대여 
작전세력, 빌린 주식으로 ‘공매도’
수없는 피해사례 발생해도 대책 無
 
국민연금은 201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974조2830억원의 주식을 빌려줬고, 이에 대한 수수료 수익이 716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이 대여주식의 대부분이 공매도에 활용됐다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국내 상장사만 300곳에 이른다. 삼성전자(6월말 기준 보유지분 9.42%)와 현대자동차(8.44%), LG전자(9.34%), SK하이닉스(10.0%) 등 주요 대기업의 주요주주다. 

국민연금 측은 자신들이 빌려준 주식규모가 전체 대여시장의 1.8% 수준이라 영향이 미미하다는 입장이지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국민연금의 주식대여를 금지하라며 청와대 청원을 제기했다. 14일 기준 7만3345명이 참여했다.

공매도는 ‘없는 걸 판다’는 의미다.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매도주문을 내는 것으로, 주가가 떨어지는 상황을 예상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방법이다. 

가령 A사의 주식이 1주당 100만원인데 인수합병(M&A)으로 주가 하락이 예상된다고 가정하자. A사의 주식이 없는 투자자는 1주당 100만원에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다. 이후 A사의 주가가 90만원으로 떨어졌다면, 90만원에 주식을 사서 결제한다. 그러면 1주당 10만원의 시세차익을 얻게 된다. 비싸게 팔고 싸게 사서 갚는 원리다. 

반면 A사의 M&A가 긍정적이라고 평가돼 주가가 1주당 110만원으로 오르면, 공매도를 한 투자자는 1주당 10만원의 손해를 입게 된다. 처음에 100만원 짜리였던 주식을 110만원에 사서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주식을 빌려준 사람은 손해나 이득에 상관없이 통상 연간 1~2%의 수수료를 받는다. 

이처럼 공매도는 투자방법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특정세력이 주가를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작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어서 투기성이 짙다. 공매도한 금액보다 주가가 떨어져야 차익을 얻게 되므로 허위 매도 주문을 내거나 대량으로 주식을 던져 폭락시키는 수법 등 다양한 수법이 동원되는데, 이에 휘말리면 일반투자자들은 손실을 볼 수 있다. 또 이 과정들이 반복되다보면 시장의 신뢰가 떨어져 결국은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NH투자증권 최창규 연구원은 CNB에 “국민연금이 증권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주식수익이 나쁠 때 보유주식를 빌려줘서 수수료를 받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하지만 이런 행위가 공매도에 악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기업들에서도 공매도 논란이 제기된 적이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4월 배당착오로 유령주식이 입고된 후 거래돼 공매도로 인한 작전세력 개입설이 제기됐었다. 셀트리온, 카카오, 한미약품, 삼성물산 등도 공매도 논란의 주인공이 된 적이 있다. 당시 서울 시내의 한 삼성증권 지점에 붙은 사과문 모습. (사진=연합뉴스)


공매도 피해 본 기업들은? 

공매도가 논란이 된 사례는 이번만이 아니다. 

삼성증권은 지난 4월 6일 우리사주를 갖고 있는 직원들에게 주당 1000원(배당금)을 줘야 하는데, 주당 1000주로 잘못 입력했다. 이로 인해 ‘유령주식’이 배당됐다. 이중 21명이 시장에서 유령주식을 매도해 작전세력 개입설이 제기됐다. 

당시 사태의 원인이 허술한 공매도 시스템에 있다며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청와대 청원이 20만건을 넘었다. 삼성증권 주가는 사건 발생 하루 전인 4월 5일(3만9800원) 이후 크게 떨어졌다. 

지난 2월 셀트리온은 공매도 세력에 의한 주가하락 때문에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공매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이전상장 이후인 2월 9일부터 3월 14일까지 셀트리온의 공매도 거래량은 683만4908주(2조2801억원)로 알려졌다. 주가는 3월 5일 1년내 최고점(39만2000원)을 기록한 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카카오는 지난 1월 공매도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싱가포르에서 해외주식예탁증서(1조원 규모)를 발행했는데, 유상증자 발표 후 공매도가 급증해 16만원대이던 주가가 지금은 10만원대까지 하락했다. 

한미약품은 2016년 9월 29일 미국 제넨텍과 표적항암제 기술추출 계약(약 1조원 규모)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어 30일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이 폐암신약 ‘올무티닙’의 기술개발 권리를 반환했다는 악재성 공시를 했다. 이 사이 주가가 크게 올랐다가 급락했다. 개미들은 큰 손해를 봤지만 공매도 세력은 이득을 얻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때도 공매도 의심사례가 시장을 흔들었다. 미국의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두 회사의 합병 때 삼성물산 지분(4.95%)을 주식매수청구권(주주가 자기 소유주식을 공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것을 회사에 청구할 권리)으로 처분했다. 당시 엘리엇은 두 회사의 합병비율에 반대해 손실을 감수하고 주식을 매도했지만, 공매도 등으로 해당 손실을 보전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해 5월에는 건설업계에 ‘공매도 주의보’가 발령됐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GS건설, 현대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의 해외실적이 전년 동기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자, 공매도 세력이 이를 악용했다. 이로 인해 건설사들의 주가는 4월 20일부터 5월 1일까지(10거래일) 평균 10% 떨어졌다. 건설사들의 해외원가율이 정상화되는 추세이지만, 공매도 세력이 일부 해외부실 수치를 부각시켜 주가를 끌어내렸다는 증권가 분석이 나왔다. 

(CNB=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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